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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리 삼번지 May 25. 2023

[30대에 떠난 유럽여행] 동유럽 현지인 찐! 맛집

체코와 헝가리의 모든 것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음식으로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원체 탄수화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밥보단 면과 빵을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해외롤 가도 그다지 한식에 대한 갈증이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로 음식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시작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고 착각이었다.

그들의 음식에는 온통 고기, 고기, 고기뿐... 느끼함이 목구멍을 뚫고 올라오는 순간, 한식이 더없이 그리워지는 거였다.

컵라면조차 준비해 가지 않은 터라 부랴부랴 한인마트를 찾아갔더랬다.



이랬던 내가 인정한 맛집(대다수의 현지인 손님이 즐비한 곳)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방문하고 싶고, 잊고 싶지 않고, 잊히지 않았으면 해서, 기록을 하고자 한다.



1. 부다페스트 MANU+(Budapest, Múzeum krt. 7, 1053 Hungary)

https://goo.gl/maps/xayFsMFdEYYU5nAU8?coh=178573&entry=tt



입맛에 맞지 않은 현지 음식으로 지쳐가던 즈음에 발견한 화덕피자 가게다.

구글맵으로 찾고 찾다가 한국인 리뷰 1개만 보고 들어간 곳이다.


외관은 찾기 어려운 곳인데(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또 하나의 문이 더 있다.) 일행과 나는 일정 중에 4번이나 갔다. 우리가 선택한 건 마르게리따 피자다. Basic is Best!!! 대신 크기는 작지만 매우 저렴하다. 맥주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가게는 크지 않지만 내부에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나름 힙한 분위기다. 관광객보단 현지인이 많이 있었고 찐 현지인 맛집이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성수동 혹은 망원동에서 청년들이 운영할 법한 펍 느낌이랄까?


아직도 생각나는 마리게리따피자! 레시피 배워와서 한국에 차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더랬다.
여기선 맥주가 정말 맛있다. 페로니 맥주가 이렇게 맛있다니, 정말 물처럼 벌컥벌컥 들어간다.



2. 프라하 U Houmra (Šumavská 20, 120 00 Praha 2-Vinohrady, Czechia)

https://goo.gl/maps/S8fbzSFBhUtngeyd9?coh=178573&entry=tt



프라하 가이드 프라하안나 님 유튜브보고 찾아간 곳이다.

지상이 아니고, 반지하층 정도? 아래로 내려가야 보인다. 이런 곳에 가게가 있다니? 싶은 곳에 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곳 또한 현지인 찐 맛집이었다. 현지인 손님들이 굉장히 많았다. 슈니첼과 치즈튀김을 주문했는데 진짜, 정말, 매우 맛있다. 사이드로 나온 감자튀김도 매우 양이 많아서 먹다가 남겼다. 내부에 화장실 또한 따로 마련되어 있어 좋았으며, 직원분들이 굉장히 쿨하고 나이스했다. 메인메뉴를 다 먹고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는데, 직원이 다가와 다 먹었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다 먹었으면 나가라고 눈치 주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손님의 다 먹은 그릇은 바로 치워줘야 하는 게 이곳 매너이자 문화라고 한다. 나중에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약간 민망할 뻔했다! 아무튼 정말 맥주가 술~술~ 들어가는 맛이다.



통치즈가 그득한 치즈튀김과 슈니첼은 최고였다.



3. 체스키 크룸로프 MUSTEK (Masná 136, Vnitřní Město, 381 01 Český Krumlov, Czechia)

https://goo.gl/maps/axYjnsaGU3iZSjUaA?coh=178573&entry=tt




사실 여기서는 밥을 먹은 게 아니고, 맥주 한 잔 마신 게 다다.

근데 그게 다 했다. 체스키를 걷고 걷다가 너무 갈증이 나서, 맥주 마실 만한 곳이 없을까 돌아다니다가 얻어걸린 곳이다.


직원이 매우 나이스했다. 누가 봐도 햄버거 가게로 보였기에, 머쓱하게 맥주만 주문해도 될지 물어봤는데 매우 친절하게 맥주 맛도 설명해 주고 틈틈이 테이블도 신경 써줬다. 내부에 꽤 홀이 넓어 보였는데 우린 야외 테라스에서 먹었다. 테라스 자리는 넓지 않고 가게 앞에 테이블 하나가 전부다. 그래도 유럽 노상 감성 느끼기엔 충분했다. 지하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고 동유럽 여러 식당 다니면서 본 화장실 중에 제일 깨끗하고 심지어 좋은 냄새도 났다. 나중에 또 온다면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다. 또 갈 수 있겠지?


날씨도 좋았고 맥주도 맛있었고, 그냥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유럽 노상 느낌이 너무 좋아서 분위기에 취하는 듯했다.



4. 체스키 크룸로프 Kebab & Pizza Krumlov (Linecká 49, 381 01 Český Krumlov, Czechia)

https://goo.gl/maps/5uYmvgpSgJ32onDh6?coh=178573&entry=tt



현지음식에 데인 우리는 화덕피자 가게에서 해답을 찾았다. 피자는 만국 공통이니까 배신할 일이 없다. 그래서 체스키에 가서도 피자집을 찾았다. 이곳은 이탈리안식 화덕피자까지는 아니고 도톰한 미국피자 느낌이다.


케밥과 페퍼로니 피자를 두 명이서 배부르게 먹었다. 이곳은 맥주를 판매하지 않기에 아쉽게도 콜라로 대체했으며, 후식 차까지 내어준다. 직원분 또한 매우 나이스했다. 피자는 보기보단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 한국피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부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세련된 가게는 아니지만 한 끼 부담 없이 먹을 곳으로 손색이 없다. 누군가가 체스키에서 한 끼 해결하려고 한다면 무조건 추천해주고 싶은 곳!


케밥소스는 직원분께 추천해 달라고 하면 추천해 주신다. 고기는 치킨이라서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 또한 실패할 리 없는 페퍼로니피자.



5. 부다페스트 그레이트마켓홀 내 과일주스 코너 (Budapest, Vámház krt. 1-3, 1093 Hungary)

https://goo.gl/maps/MBswBcZKJdv1JJyd6?coh=178573&entry=tt



정문으로 들어가서 맨 끝 에스컬레이터 옆 쪽에 있는 과일주스 부스다. 마켓 내 다른 상점들처럼 고정 자리가 따로 있진 않고 부스처럼 여닫는 형식의 가게였다. 오렌지주스를 하나 주문했더니 눈앞에서 몇 개를 연이어 착즙 해주었다. 진짜 찐 오렌지를 들이켜는 기분이었고 정말, 진짜, 매우 맛있었다. 상큼, 달달, 새콤 그 자체였다. 부다페스트에 있는 동안 두 번이나 방문했다. 오로지 이 주스를 위해! 조금 늦게 가서 허탕 친 날도 있었다. 마켓이 닫을 때쯤엔 미리 문을 닫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다음 날 아침부터 서둘러 방문해 주스를 마셨다. 그날 마신 비타민 가득한 주스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한국 와서도 종종 생각나는 싱싱한 주스맛. 아, 지금도 너무 먹고 싶다!


벌써 맛있는 비주얼이다. Fresh and Juice!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오렌지주스.



이렇게 정리해 보니, 대충 현지 음식보단 그곳의 현지인 맛집인 곳을 더 많이 방문한 것 같다.

사실 여행하면서 본인의 입맛에 맞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운데, 위 다섯 곳은 취향타지 않고 누구나 좋아할 것 같다. 정말로!

한국에 돌아와서 생각나는 것들만 추려봤는데, 사실 그 모든 순간들이 너무 그립다.

하루에 오만보씩 걸어서 발에 물집 잡히던 날들, 그날의 날씨들, 만났던 사람들과의 대화까지.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은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씩 발자국을 찍었다. 그래서인지 쉽게 잊히지 않고 더욱 내 기억에 잔향이 남은 듯하다. 단연코 가슴에 제일 남는 것은 내 청춘의 한 순간이 그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정말이지 벅차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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