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나 신문기사를 통해 임신출산 관련 정책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웃음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 않은가? 내 웃음의 경우는 실소다. 실소는 어처구니가 없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툭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말한다. 데자뷔처럼 따라붙는 말은 덤이다. "그럼 그렇지"
임신출산 관련 정부정책에 대한 글을 써볼까 마음먹고 나니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직장인 편, 자영업자편, 난임지원편, 양육지원편, 주거지원편 등으로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료조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 우선 떠오르는 세 가지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조부모 양육수당>이다. 경상남도는 올해 하반기부터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월 20만원 손주 돌봄 수당을 지원한다. 대상은 중위소득 150% 이하 다자녀 가정에서 부모 대신 만 2세(24~36개월) 손자를 돌보는 조부모다. 월 40시간 이상 돌보는 경우 월 20만원을 12개월 동안 지원한다는데 경남도의회가 추산한 지원 대상이 260명이라는 것이다. 기사를 접하고 눈을 의심했다. 시·군이 아니라 경상남도 전체에서 260명. 올해 예산이 6억 2천만원 남짓. 부모가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중위소득 150%을 넘지 않아야 된다는 규정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참고로 2024년 최저시급은 9,860원으로 주 40시간 근무 시 월급여가 2,060,740원이고, 중위소득 150%는 3,342,668원이다. 양육을 정부가 함께 하겠다며 신설 발표를 한 지 2년이 되도록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 와서 260명을 위해 시행하는 정책을 홍보해 대는 것은 결국 생색내기용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두 번째는 <난임지원>이다. 나는 여러 번의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기를 만나게 되었는데 타 지역에 사는 친구를 통해 지자체별로 난임지원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2년 상황을 예로 들겠다. (현재는 일부 확대 되었으나 아직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소득에 따라 의료보험을 제외한 실제 지출비용에서 시험관 시술 시 최대 110만원, 인공수정 시술 시 50만원을 추가로 지원해 준다. (신선 또는 냉동배아 이식인지 횟수가 10회 초과인지에 따라 상이) 내가 거주하는 경상남도는 정부지원대상에 포함이 되지 않을 경우 도에서 같은 금액을 지원해 줬다. 반면 친구가 거주하는 대전은 정부지원만 받을 수 있었다. 지역별로 지원금 차이가 있는 이유는 몇 년 전 관련 부처를 한 단계 격하시키면서 권한을 정부 주도에서 지자체로 넘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지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하지만 지원금 처리를 하고도 시술비, 주사나 약값,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니는 교통비, 병원 방문을 위해 사용한 연차비 등을 포함하면 시술 1회에 200만원 정도는 추가로 더 부담해야 한다. 임신에 실패하고 통잔 잔고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지원 횟수가 끝날 때까지 임신을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다. 난임 관련 네이버 카페에서는 지원금과 관련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친정이나 시댁 등으로 위장전입을 했다는 익명의 글도 찾아볼 수 있다.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수가 26만명인데 병원의 도움을 받고 있는 난임여성이 26만명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토록 정부가 바라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는 출산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세 번째는 <늘봄학교>다. 오는 2025년부터 전국에서 '늘봄학교'가 운영된다. 늘봄학교는 방과후학교와 돌봄 교실을 내실화하여 초등학생 자녀를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봐주는 제도다. 맞벌이부부가 많고 양육부담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정부가 돌봄을 함께하겠다는 취지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고자 노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키워줄 것이라는 사회에 대한 신뢰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과연 있는가. 아이들이 보내던 시간이 학원에서 학교로 장소만 이동했을 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변함없다. 게다가 무료로 저녁식사도 제공한다니 부모는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일을 하면 되겠다던 지인의 농담에 간담이 서늘하다. 늘봄학교가 확대될수록 "애 때문에" 집에 가야 하는 부모의 "변명거리"를 잃게 될까 두렵다. 저녁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당연한 문화라던 유럽의 어느 나라가 부럽다. 개인의 인식은 사회가 합의한 제도를 넘어서기 어렵다고 한다. 아이를 돌봐주는 정책도 좋지만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 더 많이 시행되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