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밤 그는 내게 말했다.
"왜 그렇게 나한테 잘해준 것이오?"
나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이 시켜서 행동할 수밖에 없었어.
당신이 살아생전 즐겨 먹던 그 아이스크림을 나도 같이 좋아했지
자식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주기 위해 우리는 밤낮없이 농사일이며
두부를 만드는 일이며 국화빵을 만드는 일이며 쉬지 않고 일했어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당신이 좋아하는 그 음식만큼은 사주고 싶었어
무릎의 연골이 닳아 없어져 한발 한발 내딛는 것도 힘이 들 때 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짜장면만큼은 사주고 싶어 천천히 걷는 당신의 손을 잡아
중국요리점으로 향했지
주문한 짜장면이 나오자 당신은 내게 말했어
"당신도 힘들 텐데 왜 그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것이오?
그대도 힘들 텐데, 우리가 이렇게 늙어 걷기도 힘든 순간이 왔지만
그래도 당신이 있어 내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그 말에 나는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른 뒤 그게 마지막으로 우리 둘이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될지
예상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행복한 추억이었다오.
그런데 말이요.
미안하게 됐어. 당신에게
나는 당신이 먼저 간 후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혼자 모든 것을
사는 삶은 버거운 탓이었는지 점차 기억력이 약해지는 까닭에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어.
병원에서는 나에 대해 "치매"라고 했지만
그래도 행복한 건 아직 당신이 죽은 게 아니라 살아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더 이상의 아픔은 없을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하오.
왜 그렇게 잘해주었는지 늘 물어보았지.
이유는 없다오.
그대가 내 인연이고 사랑이고 내 친구이기에
마음을 나눈 상대이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만큼 해준 것뿐이니 더 이상은 고마워하지
않아도 좋소.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아직은 당신이 있는 곳으로 나는 가지 못하겠지만 그곳에 나도 도착한다면
오로지 당신과 힘들었던 그 추억을 회상하며 당신과 다시 한번 웃고 싶소.
이게 내 마지막 희망이오.
변치 않을 마음을 선사해준 그대를 나는 무척이나 사랑하오.
내가 가는 그날까지 잘 지내시게.
- 윤써인- (친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