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

섬은 나를 방목하고 있었다

by 김봄

때때로,

이 섬이 감옥처럼 느껴졌다.

육지를 바라보며,

나만 여기 남겨진 것 같았다.

답답했고,

고립됐고,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아니면
못하는 일들도 있다는 걸.




누가 오지 않는 해변에 나가

쪼그려 앉아 조개를 줍는다.

다리가 저려올 때쯤

꼭 조개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럴 때면
내 마음 어딘가도 같은 기분이 든다."

일상 속 작은 기쁨
물속 어딘가에서
슬며시 떠오르는 느낌.




장화를 신고 물가를 걷는다.

발밑에 소라가 있을까.

구불구불한 미역줄기 사이로

해삼이 숨었을까.


한참을 들여다보다 보면

세상의 시선 같은 건

잊어버리게 된다.




밭에 나가 칡넝쿨을 뜯는다.

손끝에 닿는 초록의 달큰한 향기.


그 단내를
염소들이 맛있게 뜯어먹는다.


그렇게 조용히,
생명을 손에 얹는 일.




그 순간,
나는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섬은 나를 묶어두지 않았다.
조용히, 방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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