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는 숨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붙잡은 것

by 김봄


이 섬에 머물기 시작했을 때,
나는 매일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사람의 목소리도,
어디선가 다가오는 온기도 없이
하루는 조용히 흘러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언제나 같았고,
시계 바늘만이 무심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선명하지 않았다.
그저 바람을 맞고, 밥을 먹고,
바다를 바라보며
어디론가 쓸려가는 마음을 느꼈다.


어떤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러다, 문득 펜을 들었다.
정확히는 노트북을 키고,
메모장을 열었다.


별다른 목적 없이,
손끝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렇게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장이 글이 되어
내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은 내 안의 숨이었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가 하나둘 새겨질수록
나는 조금씩 숨을 쉴 수 있었다.


마치 물속에서 올라와
잠시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순간.


그 짧은 호흡 하나가
하루를 견디게 했다.




어떤 날은 절망을 써내려갔다.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그래도 이 글 하나는 남겼다’는 문장으로 끝나는 하루.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표류 같은 기분.


깊은 바닷속처럼 가라앉은 마음을
단어로 바꾸며
조심스럽게 꺼내어 놓았다.




또 어떤 날은,
그리움을 적었다.


사라져버린 일상,
함께 웃던 얼굴들,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조용히 불러보는 이름들.


그리고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어를 적었다.




글은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숨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이 섬에서,
내가 나로 이어지는
가장 분명한 통로였다.


조용히 숨을 쉬듯,
나는 글을 썼다.




글자 하나, 문장 하나를
마치 조개처럼 조심스레 건져 올리며
나는 이 섬에서의 하루를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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