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초감정과 내면아이를 알려주었더니

by 허경심

내면아이 치유를 경험하고 나니 지난날 아이의 아픔이 온전히 느껴졌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사과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선 아이에게 초감정과 내면아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가 당시에 엄마도 모르게 내면에 상처 받은 아이가 자극을 받았더라고. 그래서 우리 00이 아픔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어. 엄마가 감정 조절을 잘 못했어. 그때 자주 화내서 엄마가 너무 미안해.”

“응!”

아이의 반응은 그야말로 ‘쿨’했다.

상처 받은 내면아이에 대해 이야기해서 그랬을까. 아이는 지난날 자신이 상처 받았던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아빠에게 받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고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리 00이가 많이 속상했구나.”

아빠, 엄마가 싸울 때는 자기 침대에 누워 엄마가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싸우면 언니나 오빠가 있어 의지했지만 우리 아이는 혼자였기에 엄마, 아빠가 싸울 때 누구 하나 의지할 사람 없이 그저 혼자 견뎌왔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그 시간 동안 우리 아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너무나 미안했다. 아이가 울면서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마치 내가 지난날 시어머님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쏟아 내고 치유했던 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도 치유를 경험한 게 분명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쏟아 낸 아이가 훌쩍이며 말했다.

“마음이 시원하다.”

그 이후에도 아이는 몇 번 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1학년 때 안 좋은 기억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던 아이가 그때의 일들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당시 1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더니 날이 선 목소리로 “네가 똑똑한 건 알겠는데”로 시작했던 답변에 대해 이야기했고, 원래 잎이 풍성하지 않은 바오밥 나무를 그렸는데 선생님이 교실 뒤에 걸어 놓기 위해 잎과 열매를 그려 놓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수업시간에 돌아다녀도 선생님이 뭐라 말하지 않고 자신을 방치해 이래도 되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는 말도 했다. 여태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상처들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1학년 이야기를 마친 뒤 전학 온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영어시간이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칠판에 낙서를 하고 있기에 따라서 낙서를 하다가 선생님의 제지를 받았다고 한다.

“낙서하지 마~”

혼나는 줄 알고 기분이 상해서 돌아서는 순간 선생님이 말했다고 한다.

“그림 잘 그리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올 거 같아서 꾹 참았다고 한다.

“엄마, 그때 그 선생님의 말이 삐뚤어지려는 나를 돌려세웠어. 엄마, 나는 왜 그렇게 그 말이 좋았을까? 왜 그렇게 그 말이 좋아?”

아이는 그 말을 하며 또 눈물을 흘렸다. 1학년 때 문제행동으로 낙인찍혀 언제나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던 아이가 자신이 잘못을 했다 생각하고 혼날 줄 알았는데 칭찬을 받아 감동한 것 같았다. 그만큼 우리 아이의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내가 내면아이를 치유하고 나니 아이의 말을 경청할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다. 또 아이의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아이를 위로해 줄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계속될수록 아이는 나에게 마음의 문을 더 많이 열어 주었다. 그리고 의외의 행동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갑자기 안 하던 아기 놀이를 했다. 기어 다니는 아이 흉내를 내며 나에게 자꾸만 안아달라고 했다. 나는 해 달라는 대로 응해주었고 정말 기어 다니는 아이를 대하듯 대해주었다. 그림책도 읽어 주고 자장가도 불러주었다. 매일 반복되는 아기 놀이가 귀찮아질 즈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참 산후 우울증으로 힘들었을 당시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것을 아이가 지금 충족하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하고.

“우리 00이가 그때 엄마가 많이 사랑을 못 줘서 지금이라도 받고 싶어 이러나 보다.”

아이가 내 품에 안기며 말했다.

“그런가 봐.”

나는 더 사랑을 담아 안아 주었다. 아이의 아기 놀이는 장장 두 달이나 이어졌다.


크리스마스가 한 참 지난 어느 날, 아직 치우지 않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아이가 지나가다가 넘어뜨렸다. 트리에 달아 놓은 장식이 이리저리 굴러갔다. 신랑이 그 모습을 보며 ‘욱’하고 화를 냈다.

“너는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 잘 보고 다녀야지!”

아빠의 이 말에 아이가 말했다.

“엄마! 초감정, 초감정!”

하하하하하하. 우리는 박장대소했다. 예전 같으면 서로 기분 상해 분명 큰소리가 오갔을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반대로 웃고 있었다. 신랑은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초감정은 무슨 초감정이야. 얼른 치워.”

아이에게 초감정과 내면아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면, 내가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면 이런 날들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진심으로 사과하자.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쿨하게 용서해 줄 것이다. 내 안의 상처 받은 아이가 있다면 지금 당장 만나보자. 훨씬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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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치유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드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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