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친구들을 만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점점 내가 잡고 있는 줄이 가늘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김승호 회장님께서 올리신 휴스턴 번개 공지를 보았다.
너무나 간절하게 가서 뵙고 싶었다. 회장님을 처음 뵌 이후로, 얼마큼의 성장을 해 왔는지,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솔직하게 여쭙고 싶었다. 회장님 농장인 블루 에그 팜에서 이뤄지는 이 번개는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 초대를 받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 자리였다. 며칠이 지나고, DM에 회장님 비서분께서 초대장을 보내 주셨고, 나는 즉시 비행기표와, 주차, 차 렌트, 호텔까지 예약을 마쳤다. 내 책상 앞 명함에 '사장학 수업 듣기'가 적혀 있었는데, 사장학 수업은 아니지만 회장님을 다시 뵐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주말을 생각하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미국에 살면서 텍사스 주는 처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매번 다른 주로 출장을 다니던 그때도 이상하게 텍사스 주 출장은 없었던 터였다. 텍사스 주는 미국의 다른 주들과 법도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내 집 정원에 누군가 허락 없이 들어왔을 때, 목숨의 위험이 느낄 정도의 상황이 아니면, 침입자에게 총을 쏜 사람은 정당방위로 인정이 되지 않고, 살인죄/미수로 재판을 받는다. 반면, 텍사스 주에서는 집주인이 침입자에 대해 총을 쏘면 정당방위로 인정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일부러 방문하기는 좀 꺼려지는 주였다.
출발하기 전, 예전부터 내 별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시던 휴스턴에 계신 분이 DM을 주셨다. 혹시 휴스턴에 오시게 되면,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다고. 알고 보니, 휴스턴에서 변호사로 계신 분이셨고, 흔쾌히 우리는 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당일 새벽 6시 비행기라서 일찍 도착해서 얘기를 나누다가 회장님 농장에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좀 생겼다. 뉴욕에서 가시게 된 다른 분께서, 차량을 함께 타고 회장님 댁에 갈 수 있는지 물어오셨다. 마침 이 분도 같은 비행기였다. 당연히 그러고 싶지만, 선약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이다, 양측에 양해를 구하고 함께 만나기로 했다. 회장님께서 초대하신 분이면 괜찮은 분이시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집을 나섰다. 차를 공항 근처 호텔 주차장에 놓고, 셔틀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갑자기 구글맵이 안 되면서 30분을 근처에서 계속 헤맸다. 결국, 더 늦으면 비행기를 놓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급하게 근처 주유소로 들어가 택시 기사님께 길을 물어서, 아슬아슬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소개팅하듯 '저 베이지 야구점퍼에 아디다스 모자 쓰고 있어요'라고 친절히 카톡을 보내준 조이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잠깐 얘기를 나누다 보딩을 하고, 떨어진 좌석에 앉아 가게 되었고, 비행 내내 나는 챙겨간 일을 했다.
휴스턴 공항에 도착하니, 역시 땅이 넓은 휴스턴은 차를 렌트하는 회사들을 한 곳에 모아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해야 했다. 기다리고 있는 휴스턴 박변에게 차를 빌리자 마자 문자를 하고, 신나게 출발. 휴스턴의 하늘은 너무나 파랗고, 햇볕은 너무나 따뜻했다. 우리는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브루클린의 힙함과 넓은 주차장이 함께 있는 곳인 브런치 장소에 도착했다.
사람은 북적였고, 휴스턴 박변은 (물론, 이 때는 서로의 나이를 알지 못해 이렇게 부르지는 못했지만) 미리 와서 야외에 자리를 잡고 맛있는 음식을 먼저 시켜 놓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뭐 드실래요?'라고 묻더니 아.아.를 사다 주는 센스. 이 싹싹함 무엇? 조이도 박변도 우리 막내보다 각각 3살, 4살 어렸다. 하지만, 둘 다 범상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아~, 이 사람들 뭐지? 너무 좋아.
일단 '간호사'라고 겸손하게 소개를 한 조이는 알고 보니, 1년 동안 스리랑카에서, 또 1년 동안 호주에서 일하며, 양국의 보건 복지부와 함께 정책에 대한 일을 하고 있었고, 지금은 뉴욕 보건 복지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온 지 얼마 안 됐다지만, 영어도 완벽하고, 뭐 하나를 해도 똑 부러지게 할 것 같은 아우라가 풍겼다. 키 크고 얼굴도 하얘서 스리랑카에 살 당시에는 현지 사람들이 꽤나 쫓아 왔다고 한다.
휴스턴 박변은 오랫동안 별스타그램으로 눈팅을 했지만, 변호사인지 몰랐었다. 알고 보니 중2 때 이민 와서 뉴올 랜드 주에 살다가, NYU에서 세법 공부까지 하고, 여러 판사님하에 일을 한 수재였다. 물론, 이 부분은 내가 나중에 찾아보다 알게 된 사실이고, 박변은 이런 얘기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실력자에 겸손까지. 아, 정말 배울게 많은 친구다.
처음 만났지만, 서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 같은 내적 친밀감'으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회장님과의 약속 시간에 맞춰 자리를 뜰 때까지, 한 참을 수다를 떨다가 잠깐 헤어졌다. 우리는 숙소에 체크인하고, 박변은 댕댕이 잠깐 산책시키고, 호텔에서 만나 함께 김승호 회장님의 블루 에그 팜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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