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진짜로 싸울 시간
4년 만에 한국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틀에 걸쳐 많은 검사를 했는데, 피검사에 간수치와 갑상선 수치, 고지혈증이 있으니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다른 병원으로 가서 CT를 찍고, 초음파와 다시 피검사를 했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한국에 온 그와 짧지만 알차게, 덕수궁과 남대문, 경주와 부산을 다니면서 신나게 놀았다. 그가 하루 먼저 돌아가고, 다음 날 공항에서 밥을 먹다가 알게 된 병명. 난.소.암.
난소암의 특성상, 열어보기 전까지는 몇 기인지 알 수 없으나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3기나 4기에 발견. 5년 생존율 50:50. 재발률 80%, 그래도 다행인 건 전이가 되었어도 다른 암과는 달리 수술이 가능하다.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듣고도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그 후에는 패닉 해서 무엇부터 정리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고, 그다음에는 기분이 널 뛰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의사인 동생이 CT상으로 다른 림프가 부은 게 보이지 않은 걸 보면, 아마 초기일 테고, 항암치료 없이 수술만으로도 끝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너튜브가 너~무 잘 되어 있어 아산병원 산부인과 암센터에 의사 선생님이 올려놓으신 난소암 초기 환자의 수술에 대한 영상을 보니, 1기여도 난소와 자궁뿐 아니라, 각종 장기막과 충수, 때로는 장의 일부를 절제하는 큰 수술임을 알게 되어 좀 쫄았다. 알고리듬을 통해, 항암 8기까지 하신 분 브이로그를 보니 현타가 왔고, 오후부터는 일 접어두고 계속 잤다.
20년 지기 친한 언니와 통화를 하다, 뭘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 다짐했고. 내가 생각해도, 불타는 사랑을 했고, 가족 같은 친구들과, 가족이 전부인 내 가족들의 희생을 업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대부분은 하고 살았으니 이만하면 잘 살았다 싶다가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듯 살며, 내 건강을 방치하고 살아온 날들을 부인할 수 없었다.
운동이 중요하다고 해서, 아침에 한 시간 걷는 건 꼭 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몸이 가라앉는다. 색깔별로 야채를 먹는 게 좋다고 해서 부랴 부랴 파프리카를 비롯한 각종 야채를 사 왔는데, 막상 잘 안 먹힌다. 자연치료요법으로 나았다는 양희은 씨는 무간으로 고기와 생선을 피한 야채를 먹었다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들은 단백질은 면역성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니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피하되 생선이나 가금류는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보고 싶던 사람들을 가기 전에 한 명씩 만나고 있다. 나에게 있어 고마운 사람들. 내 삶을 행복하게 해 주었던 사람들. 새삼 인복이 참 많구나 느낀다.
오늘까지 일을 마무리하면, 이제 도비는 자유다. 핏줄이 없어 피검사도 힘든데, 계속 내 몸을 찌를 주삿바늘 생각에 벌써 좀 ㅎㄷㄷ.
그래도 오늘 아침엔 1시간 걷기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