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훈 Jul 04. 2024

공동체 지속가능성?

공동체 지속가능성을 위한 교육이나 문화 활동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효과적이었을까? 어떤 지원을 하면 더 효과적일까? 아니면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저는 어떠한 사업을 수행하기에 앞서, ‘공동체 지속가능성’이라는 목표 설정(개념)에 대한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어 선택은 ‘공동체’이지만 그 함의에 대해서는 그 주체마다 다르게 해석합니다. 일례로 ‘마을 경관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꽃을 심자고 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생각하는 ‘꽃’은 그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식재 방법에도. 심을 공간을 그리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다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리더의 관점에 따라 획일적으로 사업 수행이 이루어지는 점을 미루어 볼 때, 가장 중요한 왜 꽃을 심는지, 그것을 통해 나아갈 마을의 비전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빠졌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더욱이 세대별로 ‘공동체’에 대한 개념에 관한 접근법 역시 상이합니다. 세대론을 주창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세대들이 각각 공동의 향유했던 정치 문화 질서에 따라 ‘공동체’를 해석하는 데에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일명 ‘벼 공동체’라 불리는 농업 세대, 그 시대의 자손들이 일으킨 산업화·민주화 세대, 글로벌이라는 시장에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라난 세대, IT 스마트폰 시대에 활동하는 세대가 그리는 공동체라는 개념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개별의 주체들에게 이 질문을 잘하지 못한 듯합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현장에 모인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공동체’에 대해서 옳고 그름의 ‘판단’의 시선이 아닌, 낯선 개념들이 한 번쯤은 조우할 수 있는 ‘환대의 공간’을 펼치는 브레인스토밍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 한단계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현장에 모인 사람은 누구인가는 질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일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것도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사람이 가진 재능, 생각하는 틀에 대한 자기 자원 목록화할 수 있는 틀을 생산하는 것도 한 번쯤 고민해 볼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공동체가 무엇인지도 합의적 의사결정 구조속에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그 바깥의 보이는 자원에 먼저 눈길을 가져갔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다 보니, 시일이 장기화할수록 내부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왜 하는지에 대한 소명 의식, 무엇을 향해 가는지에 대한 비전 창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저는 중간지원조직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작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명은 주민자치 연계 강화 네트워크(대화모임)입니다. 본래의 사업 목적이라면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들 회를 활성화하는 방안과 그것에 맞춰 연간 일정 세부 계획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남읍을 포함 14개 자치(위원)회의 운영 과정상의 문제, 내부 갈등, 리더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주민 및 행정과의 마찰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업만큼은 전략을 새로 수립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주민자치위원이든 그렇지 않든, 지역에서 뜻을 조율할 수 있는 분들과 협의해 대화모임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제일 처음 시도했던 것이 개인 자기평가(Self-Assessment)였습니다. 기술 및 지식, 리더십 및 협력, 목표설정 및 달성, 자기 계발 및 학습,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킹, 시간 관리 등의 7개 분야에 각각 선택할 수 있는 질문 세 가지를 만들고, 참여자가 원하는 질문을 택해 답을 작성하는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곱분야 일곱 답변을 적어야 합니다. 공동체 회의 석상에서, 또는 교육 장소에서 혹은 일상의 카페에서 얼굴을 보고 인사했던 그 사람 각각의 성향과 공동체 운영 시 사용할 수 있는 자원, 그 사람이 추구하는 비전이 무엇인지를 ‘대화모임’ 참여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비혼 여성을 통해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할 1인 가구와 돌봄 문제, 그림책 테라피스트를 통해 지역에서 관계와 연대의 결을 고민하는 방안, 농산어촌 마을마다 있는 공포-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와 은둔 청년에 대한 고민,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와 배설물 문제를 바라보는 캣맘의 시각, 사회적 자본(신뢰와 호혜)을 바탕으로 한 지역공동체의 공론장 형성에 관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공동체’에 접근하는 개념과 양상이 다르고, 이것에 관한 논의 후 도달하고 싶어 하는 비전 역시 상이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통해 ‘대화모임’이라는 매개를 통해 각자의 비전을 수립하고, 내적 동기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려고 합니다. 내 안에 과제를 찾고 해결하는데 ‘대화모임’을 이용해 보자는 전략입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도 이러한 전략처럼 우회 접근이 필요합니다. ○■교육, ○■축제도 주체의 내적 동기를 발휘할 수 있는 미션이 결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 자체를 통해 무언가를 한다는 식의 접근이 아닌 ‘○■교육’이 매개가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1인 가구를 고민하는 참여자는 ‘혼밥’할 수 없는 식당이 지역에 없다는 점을 문제제기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이 자연스럽게 생성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 중에 비혼 여성 안심 키트 제공 및 비상 연락망 구축에 관한 것이 있다는 정보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 구성권에 관한 논의와 함께 지역사회 돌봄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중간 지원조직의 사례(서울시, 여수시, 인천시)등도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학습하고, 대화를 통해 피드백을 교환하고, 이들의 대화를 기록화하는 과정까지가 ‘대화모임’ 사업입니다. 


물론 이것이 ‘주민자치 연계’와는 어떤 관계인지를 물을 수 있지만, 좀 더 돋보기를 크게 비추면, 처음의 사업 목표설정과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초대함으로써 모임의 장을 구성하면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점, 그들의 고민이 삶의 기록화됨으로써 이후 주민자치,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공동체 활성화 사업 프로그램 기획의 구체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요컨대, “공동체 지속가능성을 위한 교육이나 문화 활동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효과적이었을까? 어떤 지원을 하면 더 효과적일까? 아니면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에 관해, 첫 번째로,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대화모임이 기획, 둘째로 각 구성원의 자원 목록화, 셋째는 이들의 대화를 다룬 기록화, 넷째는 차후 프로그램을 활용할 방안 강구함으로, 답을 찾는 전략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