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D. 퍼트넘, 『나홀로 볼링』 중심으로
서문
한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관하여 무슨 의미를 더할 것인가. ‘살다’는 용어가 함의하는 ‘머문다’라는 맥락에서, 더는 쪼개질 수 없는 개인(individual)은 무엇과 무엇을 합할 것인가. 지금 여기에 주어진 것이 무엇인가, 그것을 활용할 방안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창한 알프레드 아들러는(Alfred Adler: 1870년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심리학자), 모든 인간에는 공동체 감각이 내재 되어 있고 그것은 인간의 정체성(identity)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 견고하게 표상할 수 있는 것, 후천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는 그 가치에 관하여 ‘공헌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인간은 그 공헌감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실행시킬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며 설파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한 개인이 타인을 신뢰하며 공동체에 공헌하기 위한 네트워크는 어떤 방식으로 구축되어야 할까. 일각에서는 공동체 내에 시민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민 비참여에 관한 토로가 활동가들 사이에서 왕왕 나온다. 예를 들어 그것에 관한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질적인 권한 부족이라 믿었던 과거의 결과에 멈춘 것이 아닌, 개인이 의식적으로 시민적 정치적 책임에 관여하지 않거나 참여할 수 없는 특정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비참여에는 개인의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을 개인이 선택하여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의식적인 행동으로써 선택한 비참여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과거에 강한 결속을 꾀하는 연대와 지금의 느슨한 연대 사이 간극을 어떻게 볼 것인가. 철옹성처럼 단단할 것만 같은 민주주의라는 거목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그 존망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이다. 그 뿌리부터 다시 착실히 다지기 위해서 필요한 우리의 시각은 무엇일까.
일찍이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물의 행복은 빛에 있기 때문에 어떤 것에도 가려지지 않은 식물은 자기가 어느 쪽으로 뻗어가야 하는지, 이 빛이 좋은 빛인지, 더 좋은 빛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지 물을 수도 없고 묻지도 않는다. 식물은 다만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빛을 받아들이고 빛을 향해 뻗어간다.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행복에서 벗어난 사람은 누구를 사랑해야 하는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해도 좋은지, 더 좋은 다른 사랑을 기다려야 하는지 따지지 않고 다가갈 수 있는 자기 앞의 사랑에 전부를 바친다.”
겉으로는 소통을 말하나 오직 대화에서 승자와 패자로 갈음하는 힘의 논리가 마치 진리인 양 거리를 메우고, 덧붙여 나와 다른 의견을 굴복시키기 위해 거짓 선전 선동이 판을 짜거나 오직 잘잘못에 관해 그 상대를 탓하며 외면하는 지금의 세태에 다시 신뢰를 말하며, 연대를 말하는 것이 짐짓 시대착오적인 것만 같다. 그러나 요제프 괴벨스가 베를린 관구장에서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고 대중 앞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무기 삼아 앞으로 도래할 제3제국이라고 했던 그들의 청사진은, 그의 보스인 히틀러가 죽음으로써, 그리고 그의 자살과 함께 역사 속에 종언을 고했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루쉰은, 『무덤』의 서두에, “파리는 날며 소리 내지만 사람들이 그를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썼는데, 정말 통쾌한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연대는 이 시대, 한 사람이 꿋꿋하게 버티고 서 있는 땅에서 타인과 더불어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용기의 다른 말일지도 모르겠다. 문자 그대로 지혜를 모으고자 하는 지선(智詵)을 뜻하지는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로버트 D. 퍼트넘의 『나 홀로 볼링』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학습하기 위한 필독서이다.
사회적 자본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신뢰, 소통, 협력, 규범, 네트워크 등 무형의 자산을 말한다. 피상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퍼트넘은 공동체 의식에서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지역사회의 복지가 단순한 관계의 질, 시민 사이에 존재하는 결속력과 맥을 같이 한다고 주장하는 퍼트넘의 책, 『나 홀로 볼링』의 서두에서, 보여준 사례가 있다.
존 램버트와 앤디 보쉬마의 일화인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램버트가 신장 이식수술을 하기 위해 명단을 올려놓고 3년째 기다리고 있을 때, 동네 볼링 리그를 통해서만 알고 있던 보쉬마가 선뜻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사회에서 어떻게 백인인 보쉬마가 흑인인 램버트를 위해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서로 간의 연계를 통한 공동체의 회복도 이와 같은 동네 볼링 리그와 같은 아주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퍼트넘은 이 한 행의 고민을 위해 꽤 많은 나무를 희생시켰지만 울림은 사뭇 컸다.
본 발제에서는 사회적 자본의 개념, 이론의 흐름, 로버트 퍼트넘이 사회적 자본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나 홀로 볼링』의 주요 내용, 책 집필 배경, 부산시를 비롯하여 최근의 지자체에서 제정된 사회적 자본 관련 조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문
Ⅰ. 사회적 자본
무엇이 사회적 자본이냐는 물음에 사실상 정답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학자마다 그 개념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거칠게 정의하면, 사람 혹은 집단 간에 공유된 정체성 속에서 어떤 규범이 작동되고 상호 간에 신뢰와 네트워크가 이루어지는지, 이를 통해 그 소속된 집단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개념이 사회적 자본이다. 대표적인 학자 퍼트넘은 이를 간추려 신뢰, 규범, 네트워크, 참여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사회적 자본 논의에 활력을 더하였다.
신뢰는 강한 유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러한 유대 속 신뢰란 기본적으로 집단의 폐쇄성을 전제로 한다. 말하자면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이웃의 수저 개수까지 아는 친밀함이 바로 유대인데, 이러한 결속의 요소에는 이방인보다는 씨족 공동체, 문중 공동체 혹은 종교 공동체 등의 형태로 발휘되면서 작동된다.
규범이란 사회에서 상식이라 여겨지는 양식이며, 더 나아가 공유된 비전이나 가치를 일컫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이를 공식적 규범과 비공식적 규범으로 구분 짓기도 한다. 공식적 규범은 흔히 말하는 정치제도, 법, 행정제도 등을 말하고 비공식적 규범이란 그 사회의 도덕, 윤리, 관습, 문화적 전통 등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규범을 벗어나는 행위를 ‘일탈’이라고 개념 짓는다면, 그 일탈의 속성에는 공동체의 합의된 규칙이나 질서에 어긋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네트워크란 2인 이상의 구성원이 서로 정보와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조직 형태를 뜻하는데, 여기에는 유․무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직 형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어쩌면 앞에서 말한 신뢰, 규범이 전제된다면 가시화되는 양상이 네트워크이고, 이는 사회적 자본의 꽃이라 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란, 지역사회 활동을 실행하면서, 첫째로 관계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된 약속, 둘째로 자발성이 전제가 된 자유로운 참여 환경 조성을 통해 셋째로 공적 생활에 대한 가치와 규범을 공유할 수 있는 일련의 생태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권위에 의한 강압성, 개인의 의사에 반하는 비자발성은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에 있어서, 올바른 의미의 참여라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꼽으라면 상호성에 있으며, 그 속성에는 관계의 대등함을 전제로 한 자율성이 보장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신뢰이며 공동체 속에 공유된 규범이다. 또한 이것들이 가시적으로 발현되는 양식이 바로 네트워크이다.
2023년 기준 한국경제연구원이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2023 번영 지수’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우리나라 사회적 자본 수준은 세계 167개국 중 107위로, 개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원인을 분석하는 형태는 학자마다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구동성 외치는 말이, 신뢰와 규범이 무너졌다는 것, 그에 따른 공동체 참여가 저조한 것, 가시적인 네트워크가 붕괴되었다는 것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지역 일자리, 농촌 활성화, 도시재생, 지역사회복지, 지역 문화예술 등 각 정부 부처는 고유한 정책 목적에 맞게 법안을 만들었다. 말하자면 지역사회 밑바탕에 자리매김한 다양한 문제 해결에 있어 기존 상향식 방법을 지양하고, 민관의 거버넌스(협력)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주체들의 협치가 그만큼 중요함을 드러내는 방증이다. 또 다른 의미로 이러한 중구난방식의 법 제도 속에서 공동체 활성화가 우리 지역사회에 뿌리내렸는가를 물어 볼 수 있다. 땅 밑에서 씨가 껍질을 벗고 뿌리를 내림을 뜻하는 ‘착근성’을 사회적 자본 수준을 통해 가시적으로 측정할 수도 있다.
사회적 자본을 아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사는 지역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 사항을 함께 공유하고, 인식에 있어 공동체 합의 과정에 이르는 길이다. 또한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째서 자발적 비참여가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는가. 왜 초고령화 사회 공동체에 그나마 합류된 젊은 세대는 떠날까. 질문이 있어야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나’라는 개별 주체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그 인식에서 나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가. 이 방식이 농업 공동체였던 시대와 세계화, 정보화, 이른바 인공지능 시대라 일컫는 지금은 어떠한가.
Ⅱ. 이론의 흐름
사회적 자본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후반에 널리 사용되며 체계적으로 연구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차원적인 측면이 강하여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적 담론으로 확장한 사람이 바로 로버트 D. 퍼트넘이다. 퍼트넘의 원천이 된 것을 더듬어 보면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의 저작에서 기인한 다원주의적 전통, 사회적 응집력, 그리고 네트워크라 할 수 있는 결집성에서 그 개념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퍼트넘의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업스윙』 에서는 토크빌에 관한 내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1830년대 초반 프랑스 귀족 토크빌이 프랑스 정부의 승인하에 미국을 여행하면서 쓴 책이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인데, 퍼트넘은 이 책에서 토크빌의 관점에서 바라본 신생 국가 미국의 공동체와 제도를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제한 없는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집단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가. 퍼트넘은 이러한 생각으로 1960년대를 기점으로 전복된 U자형 곡선(상승추세-업스윙, 사회․정치․경제․종교 단체의 결집 분석의 흐름이 1960년을 기점으로 추후 하강하는 모양 뜻함)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는 앞으로 어떤 전략을 사용해 공동체의 결속을 강하게 이끌 것인가는 질문이 이 책에는 담겨있다.
사회 자본의 기초가 되는 개념을 정립한 사람은 19세기 토크빌 이외에도 제임스 매디슨, 존 듀이 등이 있다. 제임스 매디슨은 미국의 연방헌법의 권리장전 제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개념이 ‘재산권’이다. 그는 정부의 역할이 바로 사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1787년 『연방주의자 논고』에서 재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는 늘 상이한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는데 가령, 토지 기반 이해관계, 제조업 이해관계, 상업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에서 계급은 출현하였고, 법의 기능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규제하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지금의 사회적 자본 개념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그 태동에 있어 미국 정치학의 다원주의적 입장을 이해하고 사회적 응집력을 규제하기 위한 법 제도, 특히 사유재산권 인정과 공익적 목적 달성을 꾀했던 미국의 초기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는 더없이 훌륭한 사료이다.
이어 존 듀이는 민주주의를 건설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며 특히 학교 교육이라고 설파했다. 듀이가 바라보는 당시의 사회 개념은 ‘산업화’였다. 그는 산업화라는 양상은 과학적 진보와 정치적 해방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이에 따라 이웃과의 단절, 빈부 격차의 심화라는 부정적인 양태가 드러났으며, 이에 따라 사회적 공동체적 분위기가 저해될 것을 염려했다. 1859년에 태어나 1952년 타계할 때까지 40여권의 저서와 700여편의 논문 발표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행사한 그였다. 이런 듀이가 가장 많은 저작 발표를 했던 때가 미국의 대공황 시기(1929~1939)였다. 듀이는 교육을 통해 가치 있는 경험의 연속성을 획득하고 인간과 환경의 쌍방적 관계의 상호작용을 만족시켜야 함을 학교 교육의 책무로 인식했다. 오늘날의 사회적 자본과 연관시킨다면, 학교가 사회의 민주적 재건을 주도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이 강한 결속력과 유대를 토대로 한 공동체로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오늘날의 마을 학교, 교육공동체를 이끄는 사상 역시 존 듀이 사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 의미가 새롭다.
20세기에는 하니판, 토니스, 베버, 제인 제이콥스, 피에르 부르디외 등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에서는 부르디외의 자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부르디외는 자본에 관해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경제 자본, 사회 자본, 문화자본, 상징 자본이 그것이다. 경제 자본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돈이나 물질을 뜻한다. 문화자본은 흔히 문화적 관습(아비투스)을 획득함으로써 생성되는 자본으로 훈련이나 교육 등을 통해 축적된다. 이어 사회 자본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이다. 부르디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상징 자본인데, 경제·사회·문화 자본이 서로 섞여 명성이나 명예를 형성하는 것, 다시 말해 사회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부르드외는 이러한 자본의 총합이 클수록 상류층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것이 계급 지위인데, 예를 들어, 생활양식이라는 키워드로 상류계급과 대조적으로 노동계급을 구분을 지어보자. 상류계급의 경우 고지방 음식보다는 저지방 음식을 선호하고, 의류는 실용적 기능보다는 패션과 미적 조화를 강조한다. 대조군인 노동계급의 경우는 대중적 취향의 기능적 의류와 가구를 선호하고 이러한 취향은 경제적 제약도 일부 작용하지만 화려한 것을 사치라 느끼는 반감 역시 작동됨을 알 수 있다. 부르디외는 이러한 개념으로 계급 갈등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계급 갈등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일부 사회적 자본 이론을 빌려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Ⅲ. 로버트 퍼트넘이 사회적 자본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퍼트넘은 이탈리아 정부의 지방 분권화 실험을 분석하면서 사회적 자본 개념을 심도 있게 이해했다. 1970년대 초 이탈리아 정부는 지방 분권화를 추진했다. 이때 각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그의 저서 『사회 자본과 민주주의』(1993)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의 서론에서 퍼트넘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공식적인 제도가 정치와 정부의 실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제도를 개혁하면 실천도 따라오는 것인가, 제도의 성과는 그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에 의존하는가, 민주주의 제도를 이식하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이전과 같이 성장할 것인가, 민주주의의 질은 시민의 역량에 달려있는가 등이 그러하다.
퍼트넘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 실험을 하였다. 그는 이탈리아 각 지역 정부가 시민들의 문의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를 평가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자전거를 고치려고 하는데 어디를 가야 하는지, 무슨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고 어느 부서를 방문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질문이 그러했다. 결과적으로 북부 지방 정부는 전화 응대가 빠르고 친절했고 대부분 정보가 정확했다. 반면에 남부 지방 정부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공무원의 불친절, 부정확한 답변이 있거나 그마저도 그것을 제공받지 못했다. 퍼트넘의 전화 실험은 단순한 것 같지만 사회적 자본과 정부 효율성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달리 말하면 시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면 정부도 이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효율적인 행정 운영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자본을 요구하는 것이다.
퍼트넘은 1970년대 이탈리아 지방 분권화 개혁을 분석하며 북부와 남부 지역 간의 정부 성과의 차이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 그것으로 말미암아 경제 발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심층 있게 분석했다. 이는 단순 정치 성향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신뢰 수준, 말하자면 사회적 자본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Ⅳ. 나 홀로 볼링의 주요 내용
나 홀로 볼링의 부제는 “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이다. 직역하면 미국 공동체의 붕괴와 부흥을 뜻한다. 퍼트넘은 그의 젊은 시절 1960년대와 1970년대 미국 사회의 공동체 부흥기를 살피려 했던 것일까. 그리고 왜 미국 사회는 점차 사회적 연대가 약해지며 오늘에 이르렀는가. 이후 노년의 퍼트넘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질문을 담은 책이 바로 『나 홀로 볼링』이다.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의 요소로 신뢰(Trust), 호혜적 규범(Norms of Reciprocity), 사회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s)를 꼽고 있다.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가 높을수록 협력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신뢰, 내가 누군가를 선의의 목적에 의해 돕는다면 남도 내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호혜적 규범, 작은 단위의 동아리, 교회 모임, 자원봉사 단체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네트워크라는 3대 요소가 무너졌을 때 퍼트넘은 공동체 해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 관통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20세기의 첫 60여년을 수 놓았던 시민정신에 투철한 참여의 흐름이 최근 몇십년 사이에 뒤집어진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300쪽)
제목인 ‘나 홀로 볼링’ 현상은 퍼트넘이 사회적 자본의 감소를 설명하는 상징적 사례이다. 과거에 사람들이 볼링을 치기 위해 클럽에 가입해 함께 교류하고 운동했던 모습과 1990년대 이후 볼링을 치는 사람의 수는 증가했지만 클럽에 가입하지 않고 혼자서 운동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현상을 대조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동체 의식의 약화가 사회적 네트워크 감소로 이어진다고 퍼트넘은 주장한다. 개인적 행동으로 강화되는 경향이 강화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무엇일까.
퍼트넘은 미국 사회를 1950년부터 1990년 때까지 시계열로 분석하면서 선거 투표율 하락, 지역 자치 회의 및 공공 토론 참여 감소, 노동조합 가입률 감소, 라이온스 클럽 등의 동호회 활동 감소, 교회 신도 수 감소 등으로 파악된 종교 활동 감소, 저녁 식사 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비율의 감소, 이웃, 친구들의 방문 빈도, 시간 감소 등의 사회적 연결망 약화 현상을 꼽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퍼트넘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하는데, 첫째 교외화(Suburbanization)와 자동차 중심 문화, 둘째 TV, 인터넷, 개인 미디어의 발전 셋째 세대 변화, 마지막으로 경제·정치적 변화로 분류했다.
1. 교외화와 자동차 중심 문화
: 매일 출퇴근 시간이 10분 늘어나면 공동체 업무의 참여는 10퍼센트 떨어진다. (355쪽)
2. TV, 인터넷 개인 미디어 발전
: 뉴스 접근에서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에 의존하는 사람들과 달리 주로 인터넷에 뉴스를 의존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능숙한 소수의 미국인은 실제로는 동료 시민에 비해 시민 참여에 덜 나서는 것 같다. (367-368쪽)
3. 세대 변화
: 우리의 수수께끼를 세대 문제의 측면에서 재규정하고 다시 살펴본 결과, 1945년에 절정에 달했던 국가 통합의 시대정신과 전시(戰時)에 불붙은 애국심이 시민정신을 강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442쪽)
4. 경제·정치적 변화
: 잘 나가는 기업에서조차 대부분의 중간관리직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전부 혼자입니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아요.”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회사의 조직 개편은 모든 레벨에서 사람들이 맺고 있던 관계의 네트워크를 부숴버렸답니다.” 동료들과의 관계는 옛날이야기가 되고 있다. “동료끼리 서로 의지하기보다는 대부분은 뿔뿔이 흩어져 더욱 고립되고 있으며, 누가 상관하지 말고 혼자 놔두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바뀐 고용 계약은 직장에서의 사회적 자본 형성뿐 아니라 보다 폭넓은 공동체에 대한 참가에도 역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42-143쪽)
이러한 예시를 다시 정리하면, 도시에서 교외로의 이동,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동체에 참가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 다시 말해 혼자서 하는 출퇴근 시간 동안 이웃과의 교류가 이어지지 못하고, 퇴근 후에도 공공장소보다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매스 미디어가 보급됨으로써 사람들은 직접 모임을 갖는 대신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소비하고 사회적 활동 참여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공적인 토론을 하기 위한 직접적인 사회 교류가 줄어든다고 퍼트넘은 밝혔다. 베이비 부머 세대라 일컫는 그들과 신세대라 일컫는 그들 사이에는 어떠한 흐름이 있었는가. 세계 2차 대전 이후 폐허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베이비 부머 이전의 세대에게 습득된 전통, 애국심 등을 향한 공동체 정신이 1960년대의 상승 추세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는 이유는 개인적 성향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퍼트넘은 말했다. 지역사회 활동과 자원봉사에 더 적극적인 베이비 부머 세대와는 상반된 1970년대 이후 출생 세대의 변화를 꼽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안정한 고용시장의 변화, 직장 내 연대 약화, 정치적 양극화 증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확산, 개인 경쟁의 심화 등의 이유로 공동체 활동의 빈도가 낮아졌음을 밝혔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무엇일까.
Ⅴ. 책 집필 배경과 비판
퍼트넘이 쓴 책의 집필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퍼트넘이 어떤 경험과 연구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는 1970~1990년대 미국 사회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왜 미국에서 공동체 의식이 줄어들고 있는가, 이것이 민주주의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질문했다. 이때 주요 변화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시민단체 가입률 감소, 정치 참여 감소, 교회 노동조합 지역 모임 등의 공동체 활동 감소, 이웃 간의 교류 및 사회적 신뢰 감소 등이었다.
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탈리아 지방정부 연구를 1970~1990년 약 20여년간 진행하면서 사회적 자본 개념을 정립했다. 사회적 자본이 높을수록 지방정부가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밝혔으며 지금의 미국은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감소하면서 민주주의와 공동체가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나 홀로 볼링』은 1995년 발표된 논문이다. 이 논문이 학계와 대중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퍼트넘이 이 논문을 확장하여 2000년에 『나 홀로 볼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과거에는 동호회, 시민단체, 교회 모임 등을 통해 사회적 연결망이 탄탄하게 형성되었지만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사회적 자본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나 홀로 볼링은 이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은유인 셈이다. 단순한 학술서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의 변화를 분석하고 공동체 회복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 홀로 볼링이 갖는 시사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사회적 자본 감소의 원인을 과도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도 있다. 단순한 기술적 변화 때문이 아니라 경제구조, 노동시장의 유연화, 여성 노동 참여 증가, 이동성 증가 등 좀 더 폭 넓게 그 요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또한 사회적 자본이 감소했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한 물리적 시간적 공간을 뛰어넘은 연결을 퍼트넘이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만하다. 전통적인 형태의 모임의 형태는 줄었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은 연결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더 던질 수 있다. 과연 사회적 자본감소가 곧바로 민주주의 약화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이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사회적 자본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주의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뿐만 아니라 정치적 양극화, 정책 신뢰도, 투표율 변화 등과 같은 요소들도 분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이 긍정적인 작용만 하는가. 앞서 언급한 피에르 부르디외의 경우 사회적 자본이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 대표적인 철학자이다. 또한 네트워크가 건강하지 못할 때, 흔히 말해 슬럼가에서 태어난 사람이 더 범죄 조직에 가입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 범죄학의 대표적인 학자 헨리 맥케이(Henry McKay)의 주장은 퍼트넘의 사회적 자본이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이 긍정적으로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지만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이를 정책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서구사회의 시민 활동 감소 현상을 다른 문화권에서도 그 프리즘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사회적 신뢰, 호혜적 규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외에 다른 요소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비판도 있다. 그런데도 퍼트넘의 책이 널리 읽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비자발적 불참에 관해, 단순히 흡수되어 ‘우리’가 좋으니까 권위적 네트워크에 편입을 강요하는 지금의 공동체적 발상을 뒤엎는 방안을 설명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즉, ‘나’는 ‘우리’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고, ‘나’는 ‘우리’와 계약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즉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공동체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공동체 속에서 개인은 살아가지만 개인이 만족할 만한 효능감을 공동체는 제대로 주고 있는가. 공동체 속 개인은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서로 대등하게 기대하고 의존하는 관계인가, 결국 공동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안전한 네트워크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어야 하고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책은 남겨 놓았다.
Ⅵ. 사회적 자본 관련 조례
현재 사회적 자본 관련 조례에 관해서는 여러 이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치 단체별로 입법된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례 공통점 및 차이점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공통점으로, 주민 참여 및 신뢰 형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특히 자발적 참여와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한다는 골자가 그렇다.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에 있어 5년 단위와 연도별 시행계획을 통해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지자체장이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제공의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행정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 약자도 정책 결정 과정에 있다.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사회적 약자 및 소외 계층을 포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문제적 합의 과정에 이르도록 포럼·설명회·토론회 개최 등을 명시함으로써 공론화 장치를 마련했다.
반면에 차이점으로, 사회적 자본의 개념에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강진군과 대전 서구는 신뢰 협력 네트워크 등의 3대 요소를 공동체적 요소로 강조하지만, 부산 해운대구는 국제적 교류 및 사회적 자본의 날 운영 등 글로벌 관점이 추가 되어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정책 모니터링과 평가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운영 조직에도 차이가 있다. 대전광역시와 전북 특별자치도는 연구센터 및 지원센터 운영이 명시화되어 있고, 부산 해운대구는 자문위원회 중심 운영, 제주특별자치도는 육성위원회와 연도별 시행계획 보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
마을 공동체 운영 기본법률, 주민자치 기본법률 등과 마찬가지로 현재 한국은 사회적 자본 관련 국가 차원의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사회적 자본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자본 차원의 정책 및 법령을 살펴보면 대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지방자치법 및 주민자치 관련 시범 조례, 사회적기업 육성법 및 협동조합 기본법,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 구축 사업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국가 차원의 통합 법률은 부재하다. 따라서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또한 지방정부 간의 재정 상태 행정 역량, 주민 역량에 따라 다르게 운영됨으로써 매뉴얼을 제시하기 어렵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은 주민 기반 네트워크가 강화된 지역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라는 슬로건은 어제오늘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 연계된 네트워크 법안(앞서 언급한 사회적 자본 관련)의 각각의 기본법률이 미비한 상태에서 얼마만큼을 지역 현장에서 반영하여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맺으며
전문가들의 논고, 칼럼 등을 살펴보면 사회적 자본 형성은 앞으로의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유지하고 전문적이며 체계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조직에 대해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또한 민관의 청렴도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것인가. 시민의식 제고를 위한 체계적인 노력, 비영리 민간단체 육성 방안, 주민 유대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형성,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기 위한 캠페인 등의 환경 조성 및 제도적 장치 마련, 체계적인 시민 인문교육 실시, 민·관·학이 어울리는 거버넌스 구축, 주민센터 중심의 근린 지역사회 단위 다양한 조직 육성의 방안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공론장에서 우리가 다루어야 할 주제임은 분명하다.
각설하고, 앞서 우리는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살폈다. 여기에서 우리는 개인은 공동체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연대의 개념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는 질문에, 아들러의 ‘공헌감’이라는 개념, 사회적 자본이 공동체 형성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하고 사회적 신뢰와 참여의 감소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톨스토이와 루쉰 등의 문학적 언술을 통해 연대의 의미와 공동체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자본의 개념을 정리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낮은 수준의 사회적 자본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의문을 던졌다. 결국은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우리는 어떤 정책 결정을 할 것이며 지역 차원에서 사회적 자본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공동체의 결속을 꾀할 방안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신뢰, 규범, 네트워크 그리고 참여가 강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선순환적 구조로 그 공동체가 소속된 집단의 경제적 정치적으로 안정됨을 이해하기도 했다.
주제 텍스트인 『나 홀로 볼링』을 읽기 전, 퍼트넘이 사회적 자본에 주목한 배경도 살폈다. 1970년대 이탈리아 지방 분권화 실험 연구를 통해 사회적 자본 개념을 정립하였다는 점, 전화 실험을 통해 북구 이탈리아와 남부 이탈리아의 행정 효율성 차이를 검증했다는 점, 결론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수준에 따라 정부의 행정 효율성의 유불리가 결정된다는 점을 익혔다. 말하자면 사회적 자본이 높은 지역일수록 민주주의와 경제가 함께 발전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시민 참여와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 텍스트를 분석하면서 상징적으로 제시된 볼링 클럽 감소 현상이 곧 사회적 자본 감소로 이어짐을 설명했다. 미국 사회가 1950~60년대와 비교해 정치 사회 참여가 감소했다는 현상을 놓고 사회적 자본 감소 주요 원인으로 교외화, 미디어 발달, 세대 변화, 경제 정치적 변화를 제시했다. 이는 개인주의 증가가 사회적 연결망 감소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였다는 논리가 됐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자본 회복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퍼트넘의 책은 완벽하지 않다. 사회적 자본감소 원인을 단순화한 점, 직접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로 연결하게 하기에는 무리라는 점, 사회적 자본이 무조건적인 긍정 효과만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 문화권마다 사회적 자본의 역할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그러했다. 퍼트넘의 연구는 의미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적 자본의 변형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동체 모델 역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사회적 자본 관련 조례 및 법률 현황을 살펴봤다. 현재 한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사회적 자본 기본법은 없다. 각 지방정부가 개별적으로 조례를 통해 사회적 자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조례를 비교했고, 이를 통해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또한 이를 통해 지방간 격차 해소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함도 알 수 있었다.
정리하면, 우리는 이제 나와 우리의 균형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나 홀로에서 우리와 함께라는 공통된 인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우리라는 공동체에 어떤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신뢰와 협력을 통한 더 나은 지역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이 책을 읽은 후 독자에게 남겨진 과제는 아닐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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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최지은, 믿음 없는 사회…韓 사회 신뢰도, 167국 중 107위. 『더나은 미래』 2023. 3. 9.자 인터넷
법령
강진군 사회적 자본 증진 조례
대전광역시 사회적 자본 확충 조례
대전광역시 서구 사회적 자본 확충 조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사회적 자본 증진 조례
전북특별자치도 사회적 자본 관리 및 육성 조례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 자본 관리 및 육성 조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