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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 Mar 08. 2022

다시, 봄

날아가는 새에게도 봄이 왔다. 나에게도 왔다.

한 3주 전이었으려나, 마지막으로 걸었던 공원의 호수는 꽝꽝 얼어있었다. 잔잔하게 물결치던 호수가 하얗게 얼음 맺혀 굳게 닫힌 모습은 내 마음과도 같았다. 호수를 무대 삼아 유유히 다니던 오리와 각종 서식 새들의 발걸음이 갇힌 것이 꼭 겨울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저 얼었던 호수가 녹으려나, 오리들은 답답하지 않으려나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오랜만에 홀로 호수공원을 향해 걸었다. 겨우내 자웅동체처럼 붙어있었던 아이들을 학교로, 유치원으로 보내자 몸과 마음이 전과 다름을 느꼈다. 이 정도의 컨디션이라면 국토대장정을 가도 될 것 같다. 양손 자유롭게 흔들며 걸어가는데, 3주 전과는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새들에게도 봄이 왔나 보다. 이 집 저 집 새둥지 보수공사를 하는지 수많은 새들이 부리에 나뭇가지를 물고 바삐 날아간다. 각자 사정에 맞게 구한 나뭇가지들은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어떤 새는 손바닥 크기만 한 가지를 물고 날았고, 어떤 새는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긴 가지를 물고 끙끙대며 날아갔다. 물가 근처에서 구한 가지를 부리에 힘주어 물고 호수 표면에서부터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점점 높이 날아갔다. 어떤 이는 아기새들의 보금자리를 꾸미러 날아갔을 테고, 어떤 이는 겨우내 망가진 둥지를 고치러 갔을 것이다.      


반년 가까이 두 아이를 가정 보육하며 하루의 삶이 루틴 없이 그냥 흘러갔다. 눈이 떠지면 일어났고, 한참 놀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도 나도 살아지는 대로 막살았다.   

    

봄이 오자 새들의 삶도 분주해지고, 나의 삶도 분주해졌다. 이제 전과 같이 늦잠 자는 일은 없다. 알람이 울리면 오늘 하루도 시작이다.

계절이 다시 왔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인생에 겨울도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얼었던 호숫가에 다시 오리들이 찾아들었다. 활기찬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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