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의미 Feb 19. 2022

그래서, 어디에서 지내려고?

숙소를 찾는 여정


제주살이를 결정하고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숙소였다. 수많은 여행객이 방문하는 곳 인만큼 다양한 숙소가 존재했다. 여행 기간에 따라, 지역에 따라, 인원에 따라 숙소를 소개해주는 어플부터 제주살이라는 목적에 맞게 만들어진 웹사이트 카페까지 정보처는 여러 곳이었다. 


“우와! 여기 정말 좋다~ 우리 둘이 가면 딱 좋을 텐데.” 

남편과 둘이 오붓하게 감성적인 숙소에서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면 우당탕탕 뛰어놀고 있는 우리집 7세, 5세 남매가 보인다. 우리 가족이 선택해야 할 곳은 아이와 동반해도 괜찮은 곳이어야 했다.      


둘만 훌쩍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신혼까지는 이러한 미래를 예상할 수 없었다. 우리 둘이 함께라면 돌베개를 베고서라도 잘 수 있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자 달라졌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아이 맞춤 위주의 옵션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아이가 지내기 위험한 것은 없는지, 불청결하지는 않는지, 아이가 놀 만한 것이 있는지 등등 여러 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틈만 나면 휴대폰과 노트북 등으로 숙소 검색을 하며 몇날 며칠을 보냈다. 숙소의 위치, 가격대 등을 찾아 숙소 주인분과 통화를 하며 리스트를 작성해갔다. 남편은 여전히 바쁜 상황이었고, 제주살이 노래를 부른 것도 나였으니 내가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수십통의 전화와 그 이상의 정보검색을 통해 간추리고 간추려서 베스트 3위를 뽑아 남편에게 보고했다. 직장상사에게 결제서류 보고하는 심정으로 우리가족이 제주에서 지낼만한 숙소 예정지들을 브리핑했다.      


“여보, 이곳은 바다와 가깝지는 않지만 가성비가 좋아! 한달가격 치곤 괜찮아.”

“여기는 주인분과 같이 층을 나눠 사용해야 하지만 분리가 되어 있어서 마주칠 일이 없대.”

“이 숙소는 뷰도 좋고, 아이 동반 가능하다는데, 1층이 아니라서 좀 걱정이긴 해.”     


부하직원의 보고서류를 훑어본 남편은 결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하는 표정이다. 

썩 내키지 않는 얼굴이다. 

‘내가 얼마나 애쓰면서 찾아본 숙소인데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거야?’ 

직장상사 표정을 살피며 그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남편이 입을 열었다.     


“숙소 찾느라 고생 많았어~ 많았는데, 내가 원하는 숙소들이 아니야.”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숙소는 어떤 숙소인데?” 나는 눈에 힘을 주고 되물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고, 단독이어야 해.”

꿈꾸는 환상의 나라를 바라보듯이 기대에 찬 목소리였다.     


“여보, 그런 곳은 없어. 설령 있다 해도 가격대가 엄청 높을 거야.”

애초에 가성비 있는 숙소들 안에서만 찾으려 했던 내 눈에 남편이 바라는 꿈의 숙소는 없었다. 그가 원하는 숙소를 찾을라치면 가격이 꽤 높을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제주살이를 원했던 것도 나였고, 계속 추진한 것도 나였기에 예산을 최대한 아껴서 다녀오고자 했다. 아끼고 아껴서 칭찬받을 숙소를 찾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재권자의 성에 차지 않으니 이제는 예산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예산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 주실 건가요?” 

눈치를 살피며 슬쩍 물었다.

“이왕 가는거 좋은 곳에서 지내보자.” 

상사의 지시가 내려졌다.     


최고의 가성비를 찾아 제주살이를 계획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집 돈줄을 쥐고 있는 남편이 오케이 했으니 고를 수 있는 숙소의 범위가 넓어져 다시 숙소 검색에 들어갔다. 금액대를 높이니 숙소도 더 다양해졌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숙소 컨디션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래도 양심이 있지, 너무 높은 가격대의 숙소는 손이 떨려서 차마 선택할 수 없었다. 심혈을 기울여 찾고 찾던 중, 그가 원하던 바다가 보이고, 마당이 있는 2층 단독주택이 나타났다.     


“이거 봐봐, 자기가 좋아하는 협재 근처에 이런 타운하우스가 있대. 2층에 테라스가 있어서 야외 바베큐도 가능하고, 마당도 있어서 아이들 뛰어놀기도 좋아. 거기에 방도 3개이고, 거실, 주방도 꽤 넓어. 여기 진짜 좋다~~ 그런데 가격은 그동안 봐왔던 숙소보다 좀 높아. 어떻게 할까? 아무래도 무리겠지? 아~ 여기 진짜 좋은데~~ 이런 2층 집에서 한번 살아보면 어떨까?”

내가 더 신이 나서 부연설명까지 늘어놓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남편도 싫지 않은 얼굴이다.      


공동주택에서 입주민들에게 요구되는 질서와 예절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요즘, 2층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은 더욱 커졌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놀며 윗집, 아랫집 눈치 보지 않고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매일 아이들을 향해 ‘뛰지 마라, 조용히 해라’ 주의를 주며 지내던 우리는 숙소를 구하며 제주살이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과연 우리 가족은 어떠한 숙소에서 제주살이를 하게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제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