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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pen Sally Oct 05. 2021

언제나 이별은 아프다.

잘 가 친구야



형태와 모양이 다르게 오지만 이별은 어떤 형태로든 마음에 선명한 자국을 남긴다. 남녀 간에 뜨거운 마음을 나눈 뒤의 이별은 말할 것도 없고 미지근한 정을 은근한 마음을 따땃한 마음을 나눈 인간관계에서 이별은 또 다른 아픔으로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가슴 찢어지게 아픈 감정이 아니라 노랫말의 한 자락처럼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오는 이것이 슬픔이구나 아쉬움이구나 싶은  이 느낌이 마음을 서서히 채운다.


해외에 살면서 나는 오고 가며 스치는 인연을, 시절 인연을, 나름 가슴과 추억과 마음을 나눈 이 와의 눈물의 이별을  코끝 찡한 이별을 갑작스럽게 때로는 오랜 준비를 하고 맞이한 무수한 이별을 맞이 해왔다. 그런 헤어짐과 만남 속에 알고 지낸 세월과 정을 나눈 시간들과 상관없이 이상하게 나도 모르게 마음을 흠뻑 내어준 이와의 이별이 오면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더 찌릿한 이별이 있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다.

그녀는 나에게 ‘ 처음으로 ‘라는 의미를 많이 남긴 친구라 아쉽고도 또 아쉬운 마음과 찹찹한 서늘함이 마음속에서 뜨거운 것을 울컥 올라오게 했다. 함께 마신 마지막 아이스 라테는 싱가포르에서, 그녀의 콘도에서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이 더해져 유난히 썼고 또 우리 추억의 한 페이지를  담아내어 유난히 꼬수웠다. 나는 누가 알아보는 유명인도 아닌데 혼자 숨어서는 신비주의라고 박박 우기는 이상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가 만나는 그런 온라인 커뮤니티 그곳에서는 그냥 숨어서 몰래몰래 눈팅이란 것만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보면 혼자서 주특기를 살려 중얼중얼 주절주절 거리며 대답을 해주고 나서지 못하는 나를 혼자서 안타까워하는 그런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3년 하고도 반년 전인 어느 날 그녀가 홀연히 싱가포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타나 질문을 하는데…


엇 우리 동네네 아이들이 비슷한 또래네? 나와 나이도 비슷하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움찔움찔하는데 댓글은 쓰지 못하고 또 은밀하게 처음으로 쪽지란 걸 보내본다. 한 달 뒤 삭제되는 쪽지를 그녀가 확인하면 우리는 인연? 이러면서 혼자서 그러니까 아무도 신경도 안 쓰는 존재감 제로인 내가 사람들이 알아볼까 무서워 그렇게 이상한 두려움을 안고 쪽지를 보내고 나의 신호를 받았을까? 그렇게 우리는 인연이 되려는 것이었을까? 홀로 마음을 졸이며 두근두근 답을 기다려 보았다. 만날 인연은 어떻게 해도 만나는 것이었을까? 나의 기다리는 마음이 닿아서,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참 친한 친구가 된다.


처음으로 오지랖 아닌 오지랖을 부려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동갑내기 친구를 그것도 아이들도 나이가 1살 차이로 비슷하고 서로 잘 노는 그런 친구를 만났다.


동네에 친구가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집 앞 몰에 장을 보러 갈 때 오다가다 우연히 만나 커피를 한잔 하는 보너스가 생기고, 괜히 적적한 날 커피? 콜? 하면 쪼르르 달려 나가 수다 한 스푼에 정을 한 두어 스푼 넣은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공감해주면 마음속이 다시 맑음으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렇게 오래오래 같이 재밌게 살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녀는 한국도 아니고 더먼 캐나다로 이사를 갔다. 사실 그런 말이 나왔을 때 한참 뒤의 일인 줄만 알았고 이렇게 빨리 이별의 시간이 다가올 줄은 몰랐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서로를 안아주는데 그녀도 나도 눈시울이 붉어지고야 말았다. 잘 가 친구야 꼭 연락해  잘 있어 친구야 꼭 연락할게 하고 우리는 서로의 붉어진 눈시울을 애써 모르는 척하면서 약속이라도 한 듯 돌아서며 눈물을 훔쳤다.


비워진 마음만큼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다른 새로운 인연이 와서 잡기를 바라며 나는 씩씩하게 걸어서 집으로 갔다. Mrt(한국의 지하철 개념) 역에서 내려 그녀의 콘도를 지나 집으로 가는 길이 벌써 쓸쓸할  같다. 이렇게 사람이  자리는 가슴에 아련하게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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