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apen Sally Feb 24. 2022

굿모닝, 비 모닝

비 오는 날 싱가포르 등굣길


비 오는 압구정 골목길에서

그댈 기다리다가 나 혼자 술에 취한 밤

혹시나 그댈 마주칠까 봐 두 시간 지나도록.

마냥 기다리네... oh Rainy day

어쩌면 이젠 못 볼지도 몰라

일부러 네가 다시 날 찾기 전엔

oh rainy day Tonight

너와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 일까...

며칠 전까지 여기서 널 보곤 했는데

오늘은 전화도 꺼놨나 봐 그대 목소릴 닮은

서운한 비만 오네 …

비 오는 압구정- 브라운아이즈 


비가 오면 생각나는 노래이다.

혜성처럼 그들이 등장했을 때부터 나얼의 목소리에 푹 빠져 정말 이들의 노래를 좋아했다. 물론 아직도 좋아해서 가끔 찾아 듣는다.

아침부터 비가 오면  빗소리를 즐기며 우아하게 커피 한잔 내리고 글을 쓰고 공부하고…

그렇게 아련하게 꿈처럼 황홀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차디찬 현실이 밀고 들어오면…

오늘이 그러했다. 현실이 밀고 들어와 아름다운 환상은 무참히 깨어졌다.

오늘 싱가포르는 새벽부터 장대비가 쏟아졌다.

서운한 비가 무자비하게.

빗소리에 아침에 눈을 뜨면 

, 아름다운 빗소리…’

귓가에 울려 퍼지는 비의 노래…’

하고 내 안의 시인이 깨어나 시를 끄적이기도 전에  현실이 머리를 들이 밀고 기어이 비집고 들어온다.


작년 말부터 스쿨버스를 태우지 않기에 비만 오면 시작되는  고민이다.

! !! 오늘 차비가 살벌하게 비싸지겠구나…’

근데 차가 잡히기나 할까?  안 잡히겠구나…’

학교는 어떻게 보내지….’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렇게 두배나 오른 차비에도 눈물을 머금고 차를( 그랩) 불러보지만 예상 도착 시간이 15분이 뜬다.

아이를 재촉해 돌덩이 같은 아이 가방을 일단 들쳐 메고

‘달려!

오늘은 버스다!!’


미친 듯 달려가도 버스앱에서 알려준 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눈앞에서 속절없이 버스를 한대 놓치고 만다. 얼마나 가슴이 에리던지… 급할 때 눈앞에서 타야 하는 버스가 사라지는 광경을 보는 것은 그렇게 슬플 수가 없다. 마치 냉정하게 돌아서는 연인을 보는 것처럼…

빗소리를 들으며 조잘조잘 게임을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주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애써 담담히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이의 학교 교복을 입은 아이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보았다.


아… 지각 당첨!

비 오는 날은 선생님들도 조금 너그러워진다는 아이의 말에 조금은 안심하며 차를 타고 갈 때보다 조금은 길어진 다정한 등굣길 동행을 즐겨본다. 우리를 실은 버스는 덩치와는 다르게 가볍게 달려 금방 우리를 목적지에 내려주고 쌩하니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가방이 무거워도 너무 무거워 아이의 만류에도 조금은 들어주마 하고 들어주는데 학교 앞 다 와서 그게 고마운 건가 자꾸 손을 잡자고 손을 내민다. 괜히 흐뭇해하며 아직도 애기네 애기라고 생각하며 다정히 손잡고 나란히 걷기에는 길도  좀 좁은데 하면서도 그 뻗은 손이 너무 귀여워 살포시 잡아주었다.

좁은 길에다 사람들이 지나다녀 손을 자꾸 놓치게 되고 놓치면 또 손을 뻗길래  나도 또 더 다정스레 살포시 손을 내밀어 잡아주니…


엄마  말고 가방!!  스쿨백을 달라고


아 와장창 감동 파괴!

엄마 혼자 또 꿈을 꾸었구나

둘 다 정신없었음 가방 도로 내가 메고 집에 왔을지도 모르는데  자기 가방 챙긴걸 기특하게 생각해야겠다.

너는 잘 자라고 엄마는 잘 늙어가며 이제 귀도 어두워  잘 안 들리나 봐…

귀에 좋은 영양제는 없나?

그리고 교문을 들어선 아이가 갑자기 우뚝 서 버린다.

늦게  아이들은 모두 우뚝 멈춰 섰다.

땅이 마른 쪽에 선 아이들은 가방도 바닥에 일제히 내려놓았다. 교문 틈으로 보며 귀를 쫑긋거리며 상항을 살피니 아침 조회( 조례) 시간으로 싱가포르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울려 퍼지고 있다.

저거슨 몇십 년도 더 된(나이가 많아 못 세는 거 아니고… 시간이 없어 얼마나 오래전인지 안 세는 것이다.) 나의 무려 국민학교 때의 모습 아닌가? 길을 가다가도 시간이 되어 거리에서든 어디서든 애국가였던가 무엇이 울려 퍼지면 아무튼 가던 길을 멈추고 가슴에 손을 얹고 경건하게…

이곳 낯선 듯 낯설지 않은 싱가포르에서 어릴 적 나의 추억이라면 추억인 기억의 한 조각과 마주하게 될지는 몰랐다.


비 오는 오늘 우리는 빗물에 또 추억을 하나 가슴속에 흘려보내며 또 같이 하루만큼 자랐구나.


비 오는 싱가포르에서…



작가의 이전글 병원에서 날밤을 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