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위해 남겨둔 자리
언제부터였을까.
그 사람이 없는 풍경에 익숙해진 건.
이제는 없어진 목소리를 마음속에서만 되뇌고,
함께 걷던 거리에서 혼자 걷는 법을 알게 되었을 무렵.
나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하나 남겨두기로 했다.
그 자리는 특별한 모양도, 화려한 장식도 없다.
그저 조용하고 단정한 곳.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스칠 때
누군가 앉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자리.
사람을 마음에 담는다는 건,
때로는 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남기는 일이다.
돌아오지 않더라도 괜찮다.
잊혀져도 어쩔 수 없다.
그저, 그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그 자리를 비워둔다.
기다림은 늘 조용하다.
그리움은 소란스럽지 않다.
아무도 모르게 피어나는 꽃처럼
내 안의 그 자리는 계절이 바뀌어도
그대를 위한 향기를 잃지 않는다.
우리가 함께 웃던 날,
작은 다툼에도 서로를 걱정했던 순간,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이 통하던 저녁.
그 모든 순간이
내가 그 자리를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
이따금 그 자리를 지나며
나는 속으로 그대에게 말을 건다.
“잘 지내나요?”
“지금 어디쯤 있나요?”
“혹시 이 자리, 기억하고 있나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위로받는다.
그만큼 사랑했고,
그만큼 마음을 줬고,
그만큼 내 삶에 스며든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누군가를 잊지 않기 위해
작은 습관을 만든다.
그 사람이 좋아하던 음악을 다시 듣고,
자주 가던 골목을 괜히 돌아보고,
함께 마시던 커피의 맛을 그리워한다.
그것이 곧
그대를 위한 자리다.
떠난 자리를 탓하지 않고,
남겨진 마음을 억지로 지우지 않으며,
그저 담담히 기억하며 살아가는 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이다.
어느 날,
그대가 다시 돌아오더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자리,
그대를 위해 늘 비워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대가 다시 오지 않더라도 괜찮다.
나는 여전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테니까.
그 자리는
단지 그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사랑을 놓지 않기 위한 증표이기도 하다.
그대에게 배운 마음을
언젠가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 기다림도, 그 빈자리도
모두 다 의미가 될 것이다.
어느 봄날,
그대가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그대를 위해
꽃 한 송이를 피워둘 것입니다.
여름의 문턱에서 노란 장미를 보다
2025년의 봄,
한 계절이 끝나기 전,
나는 노란 장미 한 송이를 마주했습니다.
아직은 봄이지만
어딘가 여름이 기다리고 있는 듯한 공기 속에서
그 꽃은 조용히 피어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무르익기 전의 감정,
피어오르다 멈칫하는 마음,
그리고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완전히 피지 않아도,
노란 장미는 봄을 닮은 채
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