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창밖의 풍경, 그리고 나비

by 김기수


프롤로그: 창밖의 풍경, 그리고 나비

2025년 6월, 창원시에 스며드는 오늘 비가 오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의 아파트의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본다

늘 앉는 이 훨체어에 몸을 기댄 채, 나는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을 마주한다.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것은 그저 평범한 도심의 전경이다.

획일적으로 줄지어 선 건물들, 낮게 깔린 회색빛 아스팔트,

그리고 그 위를 바쁘게 오가는 자동차들의 행렬. 이 모든 것이 마치 정교하게 짜인 시계 태엽처럼 묵묵히 흘러간다.

이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나는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익숙한 풍경 속에도 늘 새로운 생명이 숨 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화분 속의 초록 잎사귀들은 어제보다 조금 더 무성해져 있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의 능선은 여전히 푸르름을 뽐낸다.

그리고 문득, 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한 마리 나비다.

노란색 날개를 팔랑이며, 마치 춤을 추듯 창밖을 유영한다.

도시의 소음과 복잡함 속에서 저 작은 생명은 어떻게 저리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비의 춤은 나에게 잊고 있던 질문을 던진다.

나의 삶은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시계처럼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나비처럼 찰나의 아름다움을 쫓아 자유롭게 비상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오래전부터 나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일상의 무게에 눌려 좀처럼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다.


나비는 찰나의 생을 살아간다. 짧지만 강렬하게, 오직 한순간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꽃잎 위를 스치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그들의 존재는 분명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날갯짓은 마치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듯하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 우리는 긴 시간을 살아간다. 어쩌면 나비가 경험하는 수십,

수백 배의 시간을. 그렇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찰나의 가치만을 쫓아 사는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무엇인가를 위해 나아가는 것인가.


시계는 영원을 지향한다.

째깍거리는 소리는 끊임없이 시간을 새기고,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시계는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알리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시계의 존재는 우리에게 질서와 규칙, 그리고 예측 가능성을 부여한다.

우리는 시계에 맞춰 일어나고, 일하고, 쉬고, 잠든다.

시계가 없으면 우리의 삶은 혼란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계는 차갑고 무심하다. 감정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때로 우리에게 고통을 안기기도 한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후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시계는 그 모든 것을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나비와 시계의 교차점에 서 있다.

찰나의 자유를 꿈꾸면서도, 시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 아름다움을 쫓아 비상하고 싶지만,

현실의 무게에 발이 묶이는 존재. 나의 삶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볍고 싶으면서도,

시계의 태엽처럼 견고하고 싶다는 모순적인 열망으로 가득하다.

때로는 나비처럼 순간의 행복에 충실하고 싶다가도, 때로는 시계처럼 꾸준하고 성실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싶다.

이 두 가지 욕망 사이에서 '나'는 균형을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 브런치에서 나는 나의 창밖 풍경을 통해 보고 느끼는 것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하지만 시계처럼 꾸준하게. 나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삶의 작은 조각들을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담아낼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나비처럼 비상하는 통찰을 발견하고,

시계처럼 묵묵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연재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의 삶은 어떤 나비의 춤을 추고 있는가?

당신의 시계는 어떤 시간을 새기고 있는가?

그리고 그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이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의 삶은 거대한 시계의 톱니바퀴 속에서 춤추는 한 마리 나비와도 같을지도 모른다.

찰나를 살아가지만, 그 찰나가 모여 영원을 이루는 것처럼.


이곳에서 나는 진솔하게 나를 드러내고자 한다.

때로는 어설프고, 때로는 나약한 나의 모습까지도.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창밖의 나비가 나의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이 글을 써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다음 글에서 또 다른 나비를, 또 다른 시계의 소리를,

그리고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긴 여정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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