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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랑이라는 말

7화

by 김기수

이 글은 상처받은 마음이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이야기, 불완전한 존재를 품는 용기,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말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멈추고 싶은 순간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오래 머뭅니다.


그 둘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흔들리고,

얼마나 오래 머뭇거렸는지 모릅니다.

그 흔들림은 때로 절망이 되고,

그 머뭇거림은 자신을 향한 깊은 실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


나는 한동안 그런 순간들 속에 있었습니다.

무언가가 끝난 듯했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랑도, 나 자신도, 삶도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떤 날은 그저 눈을 뜨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고,

또 어떤 날은 말없이 침묵 속에 스스로를 지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 있었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이름처럼,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감정의 조각들 속에서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들 속에서도

여전히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완전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언어로 말합니다.

상처 입은 너여도,

불안정한 나여도,

모난 우리여도,

서툴고 무너진 오늘이라도

그럼에도 사랑하겠다고.


**


사랑이라는 말은 때로 위로였고,

때로는 고통이었습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무너지는 내 마음을

사랑은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용히 곁에 앉아,

내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주었습니다.


사랑은 가끔 말이 없었습니다.

말 대신 손을 내밀었고,

눈빛으로 안아주었고,

어떤 날은 멀리서 나를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런 사랑을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엽니다.

나는 아직도 불완전하고,

여전히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혹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 안에서 발견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감정이기 이전에

태도이자 선택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손을 내미는 용기,

서툰 대답에도 귀 기울이는 기다림,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라는 걸.


**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해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를 사랑하겠다고.”

“흔들리고 무너졌던 그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너를 품고 있었노라고.”


사랑은 늘 질문을 던집니다.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니?”

이 질문은 가혹할 만큼 정직하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게 만들지만

또한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를 사람답게, 살아 있게 합니다.


나는 여전히 그 대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 여정이 고통스럽다 해도,

그 끝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되뇌일 수 있다면

그 모든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계속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겠다는

고백을 되풀이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실망하고, 오해하고, 멀어지고,

그래도 다시 돌아와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


“그럼에도, 사랑이야.”

이 말은 결국 나를 위한 말이기도 합니다.

완전하지 않은 나에게,

상처투성이인 오늘에게,

지쳐 있는 내일에게

조심스레 속삭이는 선언.


“나는 오늘도

사랑을 선택하겠다고.”


**


6월의 어느 하루,

내가 멈춰 선 자리에서

이 고백을 다시 시작합니다.


세상이 무너져도,

마음이 닫혀도,

사람들이 떠나도,

그럼에도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믿고 싶습니다.


그 말이 다시 나를 살게 해주었으니까요.


8화 예고 | 그래도, 나라는 사람


사랑이 끝난 뒤에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나 자신과의 관계를 이어가야 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사랑”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는

‘나’라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외롭고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나를 미워하지 않고

다시 껴안는 용기.


“누군가의 사랑을 받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는 걸

오늘의 나에게,

내일의 나에게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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