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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33분, 문득

글을 쓰고 싶었다

by 김기수

오후 3시 33분, 문득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

책상 위에서 번지는 고요한 그림자

문득, 나의 안에

쓰지 않은 문장 하나가

꽃잎처럼 가만히 내려앉았다


시작도 끝도 없는 오후의 틈새

하루의 한가운데,

조금은 느슨한 시간 속에

그리움인지, 외로움인지

정해지지 않은 마음 하나가

살며시 펜 끝에 스며든다


눈을 감았다 뜨니

시계는 다시 흘러

3시 34분


그러나 나는 이미

그 짧은 영원 속에 머물러

마음 한 줄을 적었다


에세이


어느 오후의 충동


오후 3시 33분은 이상한 시간이다. 하루 중 딱 한가운데를 지나면서도, 하루의 끝과 시작 어느 쪽에도 가깝지 않다. 오전의 활력이 이미 사라졌지만, 저녁의 평온함은 아직 오지 않은 그런 시각이다. 오후 세 시를 넘어서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나른함 속에서 삶을 잠시 멈추고 각자의 자리에서 숨을 고르곤 한다.


그런 시간,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진다. 이유는 모른다. 다만, 오후의 햇빛이 책상 위에 내려앉아 조용히 손짓하는 듯하다. 이 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는 충동. 삶의 작은 틈새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창조적 본능 같은 것이다.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이 마음이 갑작스러우면서도 반갑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순간들을 놓치면서 너무 많은 오후를 지나왔는지 모른다. 오후의 작은 틈새, 스쳐가는 바람 같은 순간들 속에 우리 삶의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종이 위에 쓸데없는 단어를 늘어놓아도 좋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오후 3시 33분의 아름다운 충동을 붙잡았다는 사실이니까.


수필


햇살의 한가운데에서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3분이었다. 순간 시계가 멈춘 듯했다. 창밖에서는 나른한 햇살이 아무런 목적 없이 이곳저곳 흩어져 있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오후 세 시의 태양은 기분 좋은 졸음을 부르는 법이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달랐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종이 위에 손을 얹었다. 빈 종이는 하얗고 깨끗해서 어쩐지 조금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손가락 끝이 종이에 닿는 순간, 기분 좋은 설렘이 온몸에 퍼졌다.


이것이 오후 3시의 마법일지도 모르겠다. 하루 중 가장 평범한 시간, 가장 무의미해 보이는 그 순간에 우리는 뜻밖의 영감을 만난다. 아마도 모든 예술은 이렇게 평범한 순간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종이 위에 몇 자 적으니 어느덧 3시 34분이었다. 오후의 햇살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살아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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