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자마자 스며든 공기가 오늘을 먼저 설명해 주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 밤사이 먼지를 털어낸 듯 맑은 기운.
나는 그 공기를 한 번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글을 쓰고 싶어졌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이 아침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조용히 지나가 버리기엔 조금 아까운 순간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는 늘 ‘특별한 날’만 기록하려 한다.
성공한 날, 무너진 날, 크게 웃거나 오래 울었던 날들.
하지만 어쩌면 삶을 지탱하는 건 그런 굵은 장면이 아니라
이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일지도 모른다.
평온해서 기억되지 않는 순간들,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들.
오늘의 공기는 내게 말했다.
“괜찮아, 서두르지 않아도 돼.”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하루를 시작해도 괜찮고,
조금 느리게 걸어도 괜찮다고.
어제의 실수와 후회를 그대로 안고 있어도,
새로운 공기는 언제든 다시 들어온다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회복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다는 것,
흘러가는 시간을 그냥 두고 싶지 않다는 것.
그 마음이 살아 있다는 건,
아직 내 안에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증거니까.
나는 책상에 앉아 천천히 문장을 적어 내려간다.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다.
멋진 표현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의 숨결과 비슷한 온도로,
지금의 마음과 닮은 속도로 써 내려가면 된다.
창밖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세게 저항하지도, 완전히 몸을 맡기지도 않은 채
자기만의 균형을 찾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저 나무처럼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하고.
모든 것을 잘해내지 못해도,
모든 관계를 완벽히 지키지 못해도,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다시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상쾌한 공기 한 줄기가 내 안을 지나가며
묵은 생각들을 정리해 주었다.
쌓아 두었던 걱정은 조금 가벼워졌고,
미루어 두었던 다짐은 조용히 자리를 찾았다.
나는 오늘을 크게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작게 믿어 보기로 했다.
아침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마다 새로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래서 이 글을 남긴다.
아무도 모를지라도,
언젠가 내가 다시 읽게 될지라도.
오늘 아침의 맑은 공기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삶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창문을 열었을 때 스며드는 한 줄기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날,
우리는 이미 충분히 살아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