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화-꽃이 피는 시간
2025년의 봄, 2화
꽃이 피는 시간
가장 조용한 순간에
꽃은 피어나기 시작했다
바람 한 줄기 없는 오후,
햇살의 체온에 기대어
말도 없이 자신을 열어 보였다.
봄이 온다는 건, 꼭 어떤 선언처럼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건 어느 날 문득, 굳게 닫혀 있던 창문을 열었을 때
따뜻한 바람이 실내로 흘러들고,
묵직하던 공기가 한순간 가벼워질 때쯤
비로소 사람의 마음은 계절을 알아차린다.
마치 오래 참았던 누군가의 눈물이
결국 흘러내릴 때처럼.
그 조용한 감정의 경계에서
꽃은 피어난다.
한 그루의 나무가 꽃을 피우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겨울 내내 앙상한 가지로 버티며
눈을 맞고, 바람을 견디고,
그러면서도 한 번도,
그 속의 봄을 놓은 적이 없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겉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결심이 자라나고,
말없이 꿈이 움트고,
조심스레 피어나는 용기가
작은 꽃망울처럼 모양을 갖춰간다.
그래서 꽃은 화려함보다
그 뒤에 감춰진 시간으로 더 감동을 준다.
피기까지의 침묵이,
견디기까지의 인내가,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를 열기로 한 용기가
햇살보다 찬란하게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자주 조급했다
꽃이 피지 않는다고
봄이 오지 않는다고
자신을 탓하면서 기다림을 의심했다
하지만 모든 꽃은
각자의 속도로 피어난다는 걸
자연은 한 번도
그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 안에 있는 슬픔도,
기다림도,
그리고 아직 말하지 못한 사랑도
언젠가 제 시간에
그 꽃을 피울 것이라 믿는다.
지금, 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영영 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꽃은
자신만의 계절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오늘은 다만
그 꽃이 피어날 작은 틈을 지키기로 하자
햇살을 건네고,
물을 주고,
그리고 조용히 말 걸어주자
“너는 네가 피어날 순간을
이미 알고 있지.”
“감성 수필”
나는 자주 비교하며 스스로를 의심했다.
왜 나는 저 사람만큼 환하지 않을까.
왜 나의 성장은 느려 보일까.
하지만 모든 꽃은 각자의 속도로 피어난다.
그 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남보다 늦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다.
늦게 피는 꽃이 더 단단한 줄기를 갖는 법이다.
그동안 얼마나 조용히 버텨왔는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이제는 내가 나에게 다정해지려 한다.
다 피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은 조금만 열어도 충분하다고.
나는 나의 계절 안에 있고,
그건 생각보다 더 아름다운 시간이다.
다음 화 예고 – 2025년의 봄, 3화
그늘에도 꽃은 핀다
우리는 늘 햇살을 향해 걸어가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밝은 곳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가려진 마음, 말없이 숨겨온 감정,
그늘 아래서도 자라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빛이 아닌 그늘 속에서 피어난 꽃들,
그 조용한 성장의 이야기와
우리가 스스로에게 건네야 할 따뜻한 말들을 함께 나눕니다.
“햇빛이 닿지 않아도,
그대는 충분히 아름답게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