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하려다 자연출산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김옥진

아기를 갖게 되면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겠다고 맘먹었던 산모는 자연출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예정일이 비슷한 친구를 알게 되었다. 친구부부가 출산에 대해 교육을 받으러 간다하기에 먼 길을 마다않고 무작정 남편과 따라나섰다. “그게 뭔데?”


생각지도 못한 출산교육을 들으며 그녀는 진통을 하며 아기를 낳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지식을 짧은 시간동안 배웠다. 그 중 태아는 천재이니 좋은 마음으로 임신기간을 보내야 한다는 소리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출산교육을 받은 후 산모의 출산계획은 자연출산을 하는 쪽으로 180도 바뀌었다. 걱정이 많던 남편도 산모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출산교육에서 하라는 대로, 먹고 싶은 온갖 유혹도 뿌리쳤다., 늘 바빴던 남편은 그녀를 돕기 위해 일찍 퇴근했다. 함께 걷고 눈맞추며 이야기도 나누었다. 섭섭한 마음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관심을 가져주는 남편 덕분에 행복해졌다고 했다


예정일까지 두 달 남짓 남았다. 운동하는 것을 점검하고 격려하며 탄탄한 몸을 만들어주는 것, 먹는 것들도 일일이 철저히 관리했다.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임신한 아내를 더 살뜰히 챙겨야 한다고 남편을 격려하는 일이다.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남편은 뱃속아기를 효자로 만든다고 누누이 말을 하였다. '아버지를 좋아하는 아들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예정일 한 달을 남기고 출산 리허설을 하면서 산모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산모가 결혼 전에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 여자였다. 그 사실에 출산에 대한 걱정의 반은 달아나 버렸다. 춤을 잘 춘다는 것은 몸의 근육이 탄력적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진통을 할 때 부르는 노래는 호흡조절에 도움이 된다.


출산 중에 자유롭게 춤을 추게 하면 아기의 하강을 돕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진통하며 춤을 추는 여자라!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고맙다. 여러 가지 출산 자세를 알려주니 역시나 금방 몸에 익혔다. 아기를 낳는 다양한 자세들 때문에 얼굴을 붉히곤 한다.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남편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아내를 지지하며 나와 눈도 잘 맞춘다. 출산교육의 힘을 여실히 느낀다. 불가항력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자연스레 아기 낳을 또 한 사람이 생겼으니 얼마나 좋은가.


출산 예정일을 보름이나 남기고 진통 없이 새벽 세시에 양수가 흘렀다. 다행이도 아침이 되자 간간히 진통이 오고 갔지만 오후가 되어도 진통은 지지 부지하다. 낮이 지나고 노을이 물든다. 저녁 일곱 시가 되어서야 4~5가 분 간격으로 진통이 온다고 연락이 왔다. 여러모로 잘 견딘 그녀가 대견했다. 낮 동안 맛있는 것도 먹고 남편과 아파트 오솔길도 걸었다고 했다. 내가 바라는 진통을 견디는 방법이다.


조산원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아홉 시, 자궁문은 3cm 열리고 아기는 조금 골반 안으로 들어왔다. 함께 춤과 노래를 부르기로 한 *둘라(doula); 선생님들도 연이어 도착했다. 진통이 더 잘 오도록 척추 및 골반, 대퇴근육을 풀어준 뒤 아기의 하강을 돕는 여러 가지 움직임을 춤과 함께했다.


밤은 깊어가고 잠시 잠이 들다가도 다시 시작된 진통으로 정신이 든다. 남지들은 군대 갔다 온 이야기로 며칠 밤낮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기 낳는 그녀도 일생 중에 잊지 못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함께 밤샘하는 우리들은 남편의 애씀을 증거사진으로 남겨 놓기도 하고 슬쩍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자리를 비워 주기도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아내의 출산과정을 보고 그는 변하고 있는 듯하다. 군대에서의 훈련이 출산과 맞먹을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긴긴 밤이 간다. 출산이 가까워지자 이젠 더 이상 못하겠다고 털썩 주저앉았다. 일으켜 세우고 아기의 튼튼한 심장박동소리를 들려주어 용기를 보탰다. "자! 힘내자! 잘한다! 멋지다 !“ 폭풍 같은 막바지 진통에 산모가 대성통곡을 하며 운다. 이십여 분간 아이처럼 떼를 썼다. 누구에게나 아기를 낳는 모든 과정에 이런 일들이 있으니 괜찮다. 남편과 끈끈한 동지애가 생기도록 또다시 슬쩍 자리를 비켜주었다. 남편은 아내를 토닥이며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하고 있다.


”정말 진심으로 너를 존경 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진심의 고백을 했다.

울음이 그치자 아기를 밀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예상보다 작은지 아기는 골반의 삼분의 이 지점을 지나자 잘도 내려온다. 아기는 이제 손가락 한마디 안쪽까지 내려와 있다. 근육질이 단단한 그녀가 힘을 주기 시작하자 아기의 까만 머리카락이 금세 보였다.

엄마의 바람대로 아기는 38주가 되는 날 새벽 세시 사 십 육 분, 2.99kg로 건강히 태어났다. 그 자리의 모두가 또 다른 감동의 세상에 빠졌다.


뚱해 보이던 남편에서 함께 걸은 남편으로, 울보 남편에서 아내를 존경하는 남편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남편, 남자는 아버지가 되었다. 떼쟁이 산모가 웃는다. 본능이 아기를 안게 한다. 흥분된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새 아기를 향해 있다.

" 엄마, 엄마 여기 있어, 그래! 그래! 수고했다 아가야 ,정말 고마워 우리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가쁜 숨소리는 꼬무락거리는 아기의 작은 움직임으로 점점 진정되었다.


출산 3일이 지나 안부전화를 했더니 대뜸 남편을 자랑한다. 태어나는 아들을 직접 본 남편은 자기 아내가 무통 주사도 안 맞고, 진정한 자연출산을 했다고 자랑하며 다니고 있단다. 행복한 팔불출이다. 양가 어른들도 순산한 딸, 며느리가 기특하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신단다.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겠다던 그녀의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았을까!


아기를 낳고 떨어지지 않아서 강하게 형성된 산모와 아기의 애착은 아기를 키우는 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그런데 선생님! 어쩜 아기가 이렇게 이쁠까요!”


*둘라 (Doula) ; 아기를 낳는 산모 곁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대부분이 여자이다. 전문화 되어 산전. 출산. 산후 둘라로 세분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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