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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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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Apr 12. 2024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산파일기

셋째 아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아기의 무게는 4킬로입니다.


첫아기 받았을 때가 기억납니다.

땀범벅으로 그래도 어미는 긴 시간을 잘도 견뎠습니다.

3.85킬로의 아들 녀석은 그렇게 어미의 몸을 헤집고 나왔지만 어미는

아기가 너무나 이쁘다고 했습니다.

첫사랑을 젖 먹여 건강히 잘도 키워냈습니다.

둘째는 형아보다 큰 4킬로!

역시나 골반의 어느 부분이 통과될 때 툭! 하는 소리가 나더이다.

똑같은 듯 같지 않은 둘째 녀석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셋째를 품어 만났을 때엔 이번엔 마지막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들 둘이 있으니 이번에는 딸이기를 바랐습니다.

딸이라는 소리를 듣고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지요.

단지 바람은 낳아 온 아기들이 모두 커서 이번만은 그렇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예정일을 앞두고 입맛이 너무 좋아졌어요.

병원에서는 오빠들만큼 클 거라 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정일에서  하루가 지나고 이틀,

급기야 아흐레가 지난 어제 진통이 시작되었지요.

살이 포동 오른 얼굴을 하고는 공주가 새벽길을 내달려 왔습니다.

진득하니 견디고 있는 산모의 몸에서는

역시 툭! 소리가 났습니다. 아기가 어떤 지점을 통과하는 소리입니다. 무사히 이번에도  고비를 넘깁니다.

근력 없날씬한 산모는 그 큰 녀석을 세상에 내어 놓느라 기진했습니다. 기절하기 일보 직전에 아기를 만났습니다.


남들은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왜 남들 다하는 무통주사나, 빨리 나오게 하는 유도분만을 마다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구요.

물론 저처럼 아기 받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은 그 이유를 너무나도 명확히 알고 있지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습니다.

아기를 안고 돌아간 산모에게 잘 있냐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보내온  메시지가 그 이유를 알려주었지요.


"밤에 잠은 잘 잤습니다. 아기도

잘 먹고 잘 자고 아직은 순둥이네요^^  매번 건강한 아기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연출산은 별것이 아닙니다.

순한 아기!

엄마 젖 먹는 아기!

자고 잘 웃는 아기!

사람은 그냥 그렇게 태어나 사랑 가득 담아  키워지는 것이랍니다.


세 아이 모두를 받을 수 있게 해 준 가족들에게 제가 머리 숙여 고마운 맘을 드립니다.

세상의 빛으로 살아갈 녀석들이 기대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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