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둘러보다 호박 세 개를 발견했다.
이젠 모든 작물들이 힘에 겨워 제 모습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계절,
찌그러지고,
부분 부분 가늘어져 호박이 호박답게 보이지 않는
호박 세 개가 돌나물 위에 누워있다.
누군지 안다.
호박을 아침 일찍 놓고 간 사람을.
뻔하다.
부끄러워,
호박 세 개를 주며 생색내기가 부끄러워.
동네 사람들은 슬그머니 대문 없는 집 앞에 무언가를 놓고 간다.
그 마음에
가슴이 풍선이 된다.
잘 생긴 호박보다
100배는 더 맛있을 거다.
따듯한 마음이 들어 있을 테니까.
가을 아침,
이제는 조금 천천히 가라고 해는 기운다.
뙤약볕 아래서 하는 일은
이제 쉬어가도 된다.
못생겼지만 세상에서 제일 맛있을 호박이 나오는 계절이니까.
고마운 가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