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전원생활
느지막이 일어나니 압력밥솥에서 김이 오른다.
나보다 쪼금 일찍 일어난 이가 쌀을 씻고 밥을 안쳤다. 부엌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의 손엔 풋고추가 한 움큼 들려 있다. 맛있을 것 같지? 된장찌개 할까? 눈도장 찍어 둔 밤새 여문 애호박은 벌써 도마 위에 누웠다. 실한 감자 한 알도 옷을 벗고 애호박과 나란히 줄 맞추어 대기 중이다. 날 잡아 잡수!
남이 내는 도마 소리가 이렇게 정겨울 줄이야. 된장 한 스푼에 풋고추 한 개가 추가되자 옹달샘처럼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뚝배기 안은 벌써 용광로다.
뚝배기 한 개로 늦은 아침상이 차려진다. 앉고 싶은 곳에 앉아 수라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