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번, 결심은 한다

by 달팽이머리

어머님이 노치원에 가시면서 여유 시간이 생겼다. 뭘 할까 생각하다가 헬스장을 좀 다녀보기로 했다.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시간에 오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혹시라도 노치원에서 무슨 연락이 오면 가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정해져 있는 운동은 부담스러웠다.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고르고, 옷장을 뒤져 트레이닝복으로 입을만한 조거팬츠도 하나 찾아냈다. 바로 운동하러 가려다가 아침을 먼저 먹기로 했다. 가만있어도 배 고프면 어지러운데, 빈 속에 운동까지 하면 쓰러질지도 몰라서다. 또한, 식사 후 운동을 하면 먹은 게 살로 가지 않고 바로 빠질 것 같다는 꼼수도 좀 작용했다.


아침을 대충 먹고, 설거지를 했다. 청소까지 해놓고 가면 나중에 편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도 했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운동하러 가면, 어머님이 노치원에서 돌아오실 시간과 애매하게 겹칠 것 같았다. 굶고 가자니 오전 시간의 지나친 집안일로 배가 고팠다.

그냥 다음에 가자… 그렇잖아도 운동화랑 조거팬츠가 너무 낡아 보였는데, 새 거 사서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자…

자기 합리화를 끝낸 후, 느긋하게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헬스장을 ‘못’ 갔다. 아니 ‘안’ 갔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이렇게 절실할 수가 없었다. 특히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몇 백배 더 어려운 일 같았다.

먹는 것부터 문제다. 살을 빼려고 운동을 결심했는데, 뭔가 시간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일단 먹고 본다. 먹기 시작하면, 좀 있다가 운동하러 갈 거라는 생각에 더 야무지게 챙겨 먹기까지 한다. 살이 더 쪘다.

이럴 거면 그냥 헬스장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나 싶다.

그래도 하루에 딱 두 번, 헬스장에 가야겠다는 결심은 한다. 아침식사 후에 한번. 점심식사 후에 한번.

결심만 하다 끝나서 그렇지, 커피까지 한잔하면서 진지하게 고민은 한다.


새 운동화와 트레이닝복이 배송되던 날은 어떻게든 가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새 옷냄새가 나서 손빨래를 살짝 했고, 그냥 그대로 쭉 베란다에 널려있게 되었다. 헬스장에 가기 귀찮다는 나의 무의식이 손빨래를 부추겼나 싶기도 하다.


나중에는, 모든 집안일을 일찍 끝내고 헬스장에 갈 시간이 충분히 생겨도, 커피나 마시고 음악이나 들으면서 보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새로운 시도까지 해본다.

낮잠을 한번 자볼까? 나는 잘 수 있다… 잘 수 있다… 이렇게 자고 나면 가뿐해질 거다…

잠이 안 온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아무리 눈을 감았다 떠도 그대로였다.

원래도 나는 낮잠을 자 본적이 별로 없는데 이 무슨 뻘짓인지.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스스로 내린 결정인데 왜 이렇게 실천하기 힘들까…

헬스장을 안 가려는 마음을 없애는 굳은 결심을 해볼까나. 그런데 이래 봤자 별 소용이 없다. 안 가려는 마음은 계속 생겨날 테니까.

다행히 이런 핑계에서 순식간에 벗어날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고민을 멈추고 일단 ‘행동’하는 것이다.


다음 날은 일어나자마자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어머님을 셔틀버스에 태워 보내드린 후 바로 헬스장으로 갔다. 운동기구를 고르느라 시간을 지체할까봐 러닝머신에 냉큼 올라탔다. 느린 속도로 시작하여, 티브이를 보면서 이를 악물고 30분을 버텼다. 그 과정에서 진리를 하나 깨우쳤는데, 소파에서의 30분과 러닝머신 위에서의 30분이 아주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노력해서, 드디어 헬스장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굳은 결심이라도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마음먹기 나름이 아니다. 그냥 마음을 빼놓고 기계적으로 몸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생각건대 헬스로 다이어트성공이 힘든 이유는, 운동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시작을 못해서 인 것 같다.

그러니 누군가 헬스를 ‘시작’이라도 했다면 우레와 같은 박수부터 보내줘야 한다. 진심으로.


어… 그런데… 아침 굶고 운동하니까 어지럽기는 하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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