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염둥이 우리 둘째:D
정확히는 태어난 지 41개월이 지났다. 우리 둘째, 요즘 부쩍 말이 늘더니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주어 요 며칠의 이야기를 기록해보려 한다.
1) 소아과에서 잔치국수와 관련된 생쥐들의 결혼식 그림책을 읽었었다. 국수 만드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던 첫째는 며칠 동안 노래를 부르며 육수 만드는 날을 기다렸다. 바로 멸치 똥 작업을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 형아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둘째는 본인도 하겠다고 야무지게 손을 놀리더니 짜고 굵은 멸치를 입에 넣으며 씹는 맛까지 즐겼다.
다음 날 어린이집 선생님께 가서 전날 멸치를 다듬고, 국수를 먹은 일들을 전했더란다. 선생님이 맛있었겠다, 재밌었겠다고 하니 "OO선생님도 나랑 같이 멸치 똥 딸래?!!" 하는 말에 빵 터지셨다고 ㅎㅎㅎ 덕분에 같이 웃음을 주고받았다:)
2) 목욕탕에 친정엄마와 나와 둘째가 함께 갔던 날. 그렇게 사우나를 좋아하던 내가 출산하고 코로나시국을 경험하며 발길이 뚝 끊겼었다. 모처럼 여유로웠던 주말 아침, 엄마의 방문에 꼬임(?)을 당한 둘째는 할머니랑 장수탕에 갈 거라 했고(장수탕 선녀님 덕분에 목욕탕이 장수탕이 되었다), 엄마 혼자 가능할까 하는 걱정에 어쩔 수 없이 나도 같이 따라나서게 되었다.
다행히 사람들도 많지 않았고, 아기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며 반겨주시는 할머니들 덕분에 둘째는 막 행복해 보였다. 비눗방울처럼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탕 모서리에 앉아 목욕을 즐겼다. 할머니가 가져온 희귀한 아이템에 관심이 생긴 둘째는 그 동그란 은으로 내 팔과 다리도 밀어주며 마사지해주었다.
몸이 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때를 밀어보았다. 오랜만의 목욕에 때가 안 날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많이 벗겨져 당황했으나 시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둘째가 나에게 다시 마사지템을 들어 보이며 "엄마! 내가 엄마 몸에 붙어있는 가시들을 이걸로 슥슥 밀어 무너뜨려줄까?" 하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 나의 때를 메밀 반죽에 비유했었는데 우리 둘째는 가시들로 보였나 보다. 사랑둥이의 말에 엄마도 나도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3) 같은 날이었다. 한 시간 반이나 둘째를 데리고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는데 집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아, 전등 교체해 준 것은 땡큐!) 아침 먹었던 그릇들이라도 설거지가 되어 있길 바랐고, 씻는데 오래 걸리는 남편이 씻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나의 기대가 무너졌다.
점심을 집에서 먹고 얼른 동네 업사이클링 축제에 들렸다가, 둘째 낮잠을 재우고 첫 영성체 축하 미사를 가야 했다. 결국 나만 '빨리빨리'를 외쳐야 하는 사람이 되니 짜증이 났다. 내 화에 남편도 첫째랑 재밌게 놀아준 것에 죄인 취급을 당하니 스멀스멀 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아슬하게 정도를 넘지 않으며 우리는 외출에 성공했고, 다행히 첫 영성체 미사는 다음날인 걸 알게 되어 여유가 생겼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남편은 더러워진 아이들의 장화를 씻고, 아이들 목욕도 시켜주었다. 아이들은 다 나왔는데 나오지 않는 남편. (정말 화장실만 들어가면 뭘 하는지 모르겠다!) 한 아이는 배고파 보채지, 한 아이는 놀잇감이 잘 안 돼 짜증 내지. 어우 내 스팀도 같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세탁기 문을 열고 빨랫감을 넣으며 둘째에게 말했다.
"이레야! 아빠한테 '빨래 돌릴 거 있으세요?'하고 물어봐줄래?"
(물어봄)
"엄마~ 아빠가 있대!"
"그러면 아빠한테 빨리 나오시라고 전해줄래?"
(전달함)
남편이 아이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급하신 어머니께 호끔만 이십생 해이(조금만 기다리시라고 해)~~!!"
그런데 아이가 내게 전한 말은,
"엄마~ 아빠가 영어로 말했어!"
혼자 엄청 웃었다. 요새 제주 사투리를 많이 쓰는 둘째인데, 아빠의 토종 사투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영어로 말했다고 표현하는 아이의 언어전달이 너무 귀엽고 재밌었다. 순식간에 칙칙 소리를 내며 터질 것 같던 김이 확 사그라들었다. 둘째 덕분이다. 이래서 '돈 놓고는 못 웃어도 아이 놓고는 웃는다'는 속담이 있나 보다.
4살, 6살 아이들이 해주는 말들은 수시로 녹음하고 싶을 만큼 참 귀하다. 다 기억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틈틈이 기록하며, 내 기억에서 아련해질 때 한번씩 꺼내서 오늘을 추억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