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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22. 2024

자전거 타기의 맛

이제는 브레이크도 걸 줄 알아요! :D

다시 한번 아이들을 데리고 탑동으로 향했다. 2주 전 이곳에서 자전거를 배우고 즐거운 시동을 걸었던 첫찌는, 집 베란다에 보관된 자전거를 타고 몇 발자국도 안 되는 그곳을 앞으로 전진 뒤로 후진하며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무더운 날 우리는 바다 갈 생각은 안 하고 자전거만 타러 오고 있다. ㅎㅎ)


지난번 보다 온도는 2도 내려간 32도의 날씨였지만, 바다 위로 떨어지는 태양 빛이 매우 뜨거웠다. 그쪽을 보면서 자전거를 타다간 얼굴이 익을 것 같고, 그 빛을 등지고 걷는 길에선 누군가 돋보기를 내 머리 위에 두고 나에게만 빛을 몰빵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잠시 휴식을 선언하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엄마, 여기는 뭐 있어?"

"음~ 여기에 첫찌가 좋아하는 게 많이 있네? 당근주스, 사과주스, 레몬차, 자몽차, 딸기우유, 초코우유 다 있어! 뭐 마실래?"

"어~ 나 자몽차!"

"@.@ 첫찌야 너 자몽차가 뭔 줄 알아? ㅎㅎㅎㅎ 좀 쌉싸름한 맛인데 새콤달콤해~ 괜찮겠어?"

"응!!!!"


자몽차와 딸기라떼, 크로와상과 크로플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땀으로 줄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기에 이곳은 천국이었다. 맛있게 크로와상을 앙 뜯어먹는 아이들의 눈과 입도 행복해 보였다. 드디어 음료가 나오고 자몽차를 시음한 첫찌는 눈을 찡긋하며 "으악! 내 입이 폴짝폴짝 뛰어!" 하고 말한다. (귀염둥이 같으니라고) 엊그제도 치약을 조금 업그레이드시켜 매운맛으로 바꿨더니 "으아, 내 입에 고추 100개가 들어있어!"라고 말하던데. 점점 표현하는 능력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목마름과 출출함을 해결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태양은 훨씬 수평선 가까이에 닿아있고, 강렬히 우리를 쏘던 햇빛도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문득 방파제로 가려진 바다를 가까이 보고 싶어 서부두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저 멀리 보이는 등대까지 우리 첫찌가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지만 자신 있게 갈 수 있다고 외치는 그였다.



하늘과 바다가 너-무 예뻐서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감기 기운에 따끔거리는 목이었지만 둘찌를 업고 '곰 세 마리, 나비야'를 부르며 신나게 바다 위를 걷는다.



남편에게 둘찌를 토스하고 그 뒤를 쫓아간다. 구름, 바다, 사라봉, 선착장, 한라산.. 그 무엇 하나 흐릿하게 보이는 거 없이 선명하고 맑다. 이 아름다운 풍경들 사이로 열심히 전진하는 첫찌가 보인다.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신나게 페달을 돌리며 등대까지 도착했다. (우리 빨간 송이버섯! 오늘도 엄지척!!!)


이제는 브레이크도 잘 걸고, 회전도 제법 능숙하게 한다. 이렇게 성장하는 아이의 여유를 보며, 나도 함께 여유를 만끽한다. 다음엔 둘찌에게도 맞는 자전거를 구해줘야겠다. (지금 자전거가 둘찌에게 너무 작은 자전거였음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불편해했음을 ㅠㅠ)


이렇게 매일 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그 성장으로 인한 뿌듯함과 행복도 알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도 즐거운 육아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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