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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26. 2024

아무것도 없이 나타난 그분

아기예수님도 이 세상에 오실 때 부모님은 계셨구나.

독후감 쓸 책을 읽다 보니 자꾸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가족도 없고, 돈도 없고, 집도 없이 내 앞에 나타난 그분. 아기 예수님이 오셨다 생각하며 잘 돌봐주려 노력했다. 그런데 포스팅할 사진을 찾다 보니 아기예수님도 이 세상에 오실 때 부모님은 옆에 계셨구나 하는 생각에 그 사람이 더 짠하다. 나의 사촌언니다.


중학생 때 혼자 유학을 가 외국 생활을 한 지 30년이 다 되어 간다. 잠시 그 나라에서 서류상 복잡한 문제가 생겨 지난가을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한국에 왔을 때 언니는 정말 홀로 아무도 없이, 아무것도 지닌 게 없이 맨몸이었다. (고모는 돌아가셨고, 언니의 아픈 가정사가 있다) 


잠시  6개월만 머무를 예정이었는데 6개월을 더 채워 사계절을 함께 보내고 있다. 언니가 오면 많은 추억을 만들어야지 해놓고 아이들 돌본다고 정신이 없었다. 곧 한 달이 지나면 언니는 다시 그 나라로 돌아갈 텐데 이래저래 나는 불편한 마음이다. 언니를 챙겨야 하는데 하면서도, 왜 내가 언니를 돌봐야 하지? 언니 스스로 자립이 이렇게 어려운가 하면서도. 언니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조언을 건네야 하는 게 불편하고 답답하면서도, 부모 형제자매 없이 이 세상 혼자인 언니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양가감정이 오락가락 내 마음을 들쑤신다.


그럼에도 언니와 헤어지면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할 나임을 알기에, 지금은 언니를 더 챙기고 무조건 적인 사랑을 주는 동생이 되어야겠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저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기. 한 달 동안 내가 이뤄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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