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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Aug 01. 2024

이렇게 비싼 팝콘이 어디 있던가

아쿠아 플라넷에 먹으러 갔니, 바다 생물들 보러 갔니? 

오늘 여행지는 아쿠아플라넷이었다. 곧 다시 지내던 나라로 돌아갈 사촌 언니에게 제주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야외를 피해 선택한 곳이었다. 며칠 전부터 바다 생물 보러 갈 거라고 덩달아 아이들도 신이 났다. 작년에도 갔었지만, 그때는 둘찌가 너무 아기여서 몰랐고 이번에는 즐겁게 "상어! 거북이!" 하며 즐길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소풍 가는 날처럼 아침 일찍 일어난 첫찌. "엄마 빨리 가자, 언제 갈 거야~"만 외쳤으나 그에게 내가 던져준 것은 청소기였다. (그래도 일주일 중 하루는 바닥을 쓸어야 하지 않겠니 ㅎㅎ) "엄마, 또 어디 해? 하며 장남포스로 청소에 진심인 아이다. 배터리가 나가 전원이 꺼지자 이젠 걸레를 달라는 첫찌. 우쭈쭈 칭찬해 주니 바닥도 열심히 닦는다. 



덕분에 시간을 벌고 후다닥 챙겨 집을 나섰다. 모자를 고르던 첫찌는 바다 생물을 보러 갈 때는 이 모자를 써야 한다며 빨간 벙거지를 픽! 우리 둘찌는 한결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빨간 캡모자를 골랐다. 언제부턴가 첫찌는 내 선글라스를 본인 것처럼 꺼내 쓰고 있고, 늘 형아의 복사&붙여넣기가 되고 싶은 둘찌 역시 선글라스를 달라며 얼굴에 장착했다. 귀염둥이들 덕분에 나도 여행 가는 기분을 내본다:D



사촌언니를 픽업하고 아쿠아플라넷으로 향하는 길에 '쉬 마렵다, 배고프다' 난리도 아니었다. 도대체 차를 몇 번을 세웠는지. 그래도 다행히 김녕에 빵집이 있어 하나씩 쥐어주고 얼른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의 시작과 끝 사이, 내 폰에 남은 사진은 이것밖에 없을 만큼, 정신없이 우당탕탕이었던 관람이었다. 바다생물이고 뭐고 졸려서 헤롱대는 둘찌는 유모차를 두고 '안아줘 안아줘'. 한 손은 유모차 끌랴 한 손은 아기 안으랴. 유모차에 첫찌라도 태웠다 내렸다, 무거운 아이를 들고 올렸다 내려놨다, 그야말로 카오스.


첫찌라도 뽕을 뽑자 싶어 이것저것 보여주려고 하면 "엄마, 팝콘은?"만 외치는 아이였다. 작년 이곳에 왔을 때 공연을 보고 나오며 사 먹었던 팝콘이 맛있고 즐거웠는지 팝콘만 외쳐댔다. 사촌언니가 해파리라고 보여줘도 일초 시선 응시, 그리고 "팝콘!!!"만 부르짖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레이싱카처럼 속력을 높여 팝콘 판매대 앞에 섰다. 세상 제일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다. 우린 결국 팝콘을 사 먹으러 이 먼 곳까지 비싼 입장료를 주며 온 거니. 또르르.


그래도 팝콘 덕분에 둘찌도 징징대지 않고 공연을 잘 봤다. 공연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팝콘이 맛있어서 그를 버티게 해 준 것 같다. 하지만 언니에게 제일 미안했다. 대형 수조 앞에서 물멍도 때리고 즐겨야 하는데 거기가 바닷속 벽지인 듯 그냥 지나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챙겨주느라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것 같았다. 그래도 틈틈이 내다본 바깥 풍경으로 언니는 힐링했다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다음엔 우리끼리 가자 언니!)


자꾸만 첫찌가 물어본다. 


"엄마, 이제 어린이집 가려면 몇 밤 자야 해?" 

"음~~ 앞으로도 다섯 번은 더 자야 해~ 어린이집 안 가니까 좋아?"

"응!!"

"그래도 친구들은 보고 싶지??"

"아니~" 


ㅎㅎㅎ 하원 후에 친구들 이름을 불러가며 일인 다역의 역할놀이를 즐기던 첫찌는 방학이 좋은가보다. 아마 매일매일이 어린이날 같을 거다. 그 덕에 엄마빠의 등골은 휘고, 체력은 방전이 되고 있으나 아이들의 미소를 보며 다시 충전한다. 내일은 함께 만나기로 했던 첫찌의 친구가 컨디션이 안 좋아 계획이 취소되었다. 흠. 어떤 추억을 만들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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