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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Oct 22. 2024

아이가 슬픔을 공유하는 법

위로해 줘서 고마워!

"엄마 왜 울어?"

"엄마와 우리 가족을 많이 아껴주셨던 할아버지 신부님이 이제 곧 하늘나라로 돌아가실 거라고 해서.. 엄마는 이게 너무 슬퍼서 눈물이 계속 나네.."


잘 놀고 있던 형제들 앞에서 전화를 받고 주룩주룩 눈물이 흘렀다. 나와 남편을 무지 예뻐해 주셨던 신부님, 혼인미사에도 오셔서 함께 집전해주시며 우리를 축복해 주셨던 정다운 신부님이셨다. 혼인 전 신부님께 청첩장을 드리며 식사하던 날 신부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늘 기억한다.

"부부는 자기가 완벽해지려고 결혼하는 게 아니다. 서로가 하느님 닮은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우기 위해 만나는 인연인 거야." 


허허허 웃으며 농담하시는 걸 좋아하셨고, 건강하기만 하셨던 신부님이 어느 날부터 기침이 심해지셨다. 그래도 잘 버티고 계셨기에 이렇게 빨리 악화될 줄은 몰랐는데 엊그제 중환자실에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아이들을 돌본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뵈지 못했던 게 너무 후회스러웠다. 그럼에도 가끔씩 만나면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 주시고 헤어질 때 늘 뒤에서 우리를 향해 강복해 주시던 신부님이 생각나 자꾸만 눈물이 맺혔다. 


내가 울고 있는 이유를 듣고는 첫째가 이렇게 말했다.

"응~ 엄마, 할아버지 신부님 금방 돌아올 거야!"


그래 맞다. 비록 몸은 멀어져도 마음으로 함께하면 되는 거니까,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신부님과 기도 안에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오히려 아이에게 위로를 받았다.


조금 있으니 설거지하는 내게 첫째가 다가와 무슨 색깔이 제일 좋냐고 여러 색이 칠해진 노트를 내밀었다. 분홍색이라 얘기하고 설거지를 하는데 분홍색만 모은 네모자석을 가져와 내게 선물이라며 주었다. 그 뒤를 질세라 형하고 똑같이 노트에 여러 가지 색깔을 칠하고 엄마는 무슨 색이 제일 좋은지 따라와 묻는 둘째였다. 이 아이들은 마치 나의 슬픔을 같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 왜 울어?" 그러면 질질 우는 못생긴 얼굴로 뭐가 나를 슬프게 했는지, 왜 속상한지,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왜 우는지 모두 다 이해는 못 하지만 걱정스러운 눈으로 눈물도 닦아주고 조그만 팔을 뻗어 토닥토닥해준다. "고마워, 지음이가 안아줘서 엄마 기분이 나아졌어.", "고마워, 이음이가 뽀뽀해줘서 엄마 눈물이 쏙 들어갔어." 그렇게 슬픔은 나누면 꽤 나아진다는 것, 슬픔의 이유를 잘 이해하진 못해도 위로는 가능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기를 바란다.
<아이라는 숲> p.37


우연히 같은 날 책을 읽게 되었다. 부분을 읽으며 아이들이 나의 슬픔을 나누려고 했던 떠올랐다. 그러나 감사함에 대한 표현전달하지 못한 같았다. 책을 덮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아까 내게 보여줬던 행동들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를 하며 꼬옥 안아주었다. 


함께 주일 미사를 드리며 기도한다. 신부님께서 이 세상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잘 나누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 편안히 쉬시기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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