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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Nov 17. 2024

나의 선물인 아이들

영광의 상처가 있어요-

"엄-마-한테는 영광의 상처가 있어요"

둘째가 첫째의 말을 따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목욕물을 받고 아이 둘을 화장실에 들여보냈다. 잠시 놀고 있으라 하고 밖에서 빨랫감을 정리하는데 동생에게 얘기하는 첫째의 말이 들렸다. 


"이레야, 따라 해봐~

언-어-전-달- 언-어-전-달-

엄-마-한테는 영광의 상처가 있어요!"

"엄-마-한테는 영광의 상처가 있어요!"


‘언어전달’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매주 다른 문장으로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그걸 기억하고 와 부모에게 다시 전달하는 방식이다. 첫째가 선생님인척 둘째에게 자기를 따라 하라며 얘기한 것이다. 나의 상처를 기억하면서. 


얼마 전 아이들을 목욕시키는데 아이들이 내 배에 선명하게 난 상처를 보며 궁금해했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엄마, 이게 뭐야??"

"응~ 엄마 뱃속에 있던 이든이와 이레가 세상으로 나올 때 지나온 길이야!"

"여길 잘랐어?? 엄마 아팠어???"

"아팠지~~ 그런데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 

엄마에겐 영광의 상처야~"

"영광의 상처???"

"그럼~~ 이렇게 소중한 너희를 만났잖아!"


첫째를 임신했을 때 자연출산을 꿈꾸며 조산원을 다니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자궁문이 6cm나 열렸는데도 아이가 내려오지 않아 구급차를 타고 종합병원으로 가 수술을 했다.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아이를 건강하게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둘째도 브이벡을 시도하려 했으나 괜히 위험한 일을 만들지 않기로 하고 결국 같은 곳을 또 째며 아이를 만났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출산 방식이었지만 내 몸에는 그 무엇보다 귀한 영광의 상처가 새겨졌다. 


엄마 젖을 찾고 응애응애 울던 아이들이 벌써 다섯 살, 세 살이 되었다. 아이들이 블럭이나 색종이를 가지고 놀다 나에게 선물이라며 하트를 만들고, 팔찌를 만들어 올 때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엊그제 첫째가 엄마를 그렸다며 세상 처음으로 나에게 그림을 가져온 날은 매우 감격스러웠다. 보물로 간직하고 싶은 '엄마'라는 작품.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 때도 많고, 나를 자책할 때도 많지만 이런 달콤함 덕분에 그 모든 쌉싸르한 감정들이 녹아 사라지는 것 같다. 달달함을 선물해주는 아이들과 오늘도 잘 지내어보자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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