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 따져보기
재건축분담금이 크게 올라 조합원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사업성이 좋았던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대부분 마무리된 뒤 이제는 중층 아파트 재건축으로 옮겨 가면서 사업성이 구조적으로 나빠진 데다, 인건비와 자재비까지 높아져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든 상황에 빠졌다. 이 와중에도 개별 조합원들은 재건축사업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내부적으로는 어떠한 난제를 안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조합은 혹시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하여 조합원들에게 내막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나마 공개되는 용어나 지표도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과 달라 매우 난해하다. 개발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는 갈라파고스적인 관련 법제도 민법ᆞ상법과 어울리지 않아 일반인의 상식 범위를 벗어난다. 앞에서 재생사업을 끌어가는 지방정부나 조합 집행부 등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개별 조합원의 목소리는 가볍게 무시된다. 알고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나는 재건축에서 통용되는 사업체계와 용어를 상식으로 풀어, 개별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제대로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 따져보기’를 연재한다.
요즘 재건축사업 현장에서 재건축분담금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의 분쟁, 조합 내부의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심지어는 재건축사업을 중단하는 경우까지 이르고 있다. 옛날에 이러한 사고는 사업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 종종 발생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한국 최고의 주거지라는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재건축부담금 증가 때문에 사업 진행이 삐걱거리는 사례가 흔하다.
조합원의 재건축부담금이 사업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는 어떤 것이며, 그것이 조합원 이익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나 조합원이 참아낼 수 있는 수준은 과연 어디까지 인가를 따져보자.
조합의 이익이 곧 조합원의 이익일까?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합의 분양수익이 총사업비보다 많으면 조합원들은 환급금(분배금) 배당을 받을 수 있으나, 예정한 분양수익으로 총사업비를 충당하지 못하게 되면 조합원들로부터 (추가)분담금을 징수한다. 즉 종국적으로 조합의 손익은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조합을 청산할 때 이익도 손실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조합원분양가는 허상이다
조합원으로서는 기존의 토지(및 주택)를 조합에 주고 조합원분담금을 더 내거나 환급금을 배당 받는다. 그런 다음 나중에 새로운 주택(및 토지)를 얻는 것이 재건축의 과정이다. 따라서 새로운 주택을 얻기 위한 조합원의 수분양자의 실질부담은 종전자산(기존의 토지 등) 가액에 조합원 분담금을 더하거나 조합원 환급금을 뺀 것이다. 조합원분양가격은 재건축조합원의 실질부담이 아니라는 뜻이다. 조합이 조합원분양가를 낮게 잡으면 비례율이 낮아지고 권리가액도 낮아져 분담금이 높아진다. 반대로 조합이 조합원분양가를 높게 잡으면 비례율과 권리가액도 높아져 분담금은 낮아지게 된다. 결국 비례율이 높으나 낮으나 조합원의 실질부담은 똑같다.
한편 일반분양분 아파트 수분양자의 실질부담은 곧 일반분양가격이다.
동일한 주택을 분양 받는 조합원의 실질부담이 일반분양가격보다 크다면 조합원의 희생(손실)만큼 일반 수분양자의 이익으로 이전되는 꼴이다.(1) 반대로 일반분양가격보다 조합원 실질부담이 작으면 조합원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를 간추리면 조합원의 ‘희생임계점’은 조합원 수분양자의 실질부담액이 일반분양가격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만일 전반적으로 조합원 분양의 실질부담이 일반분양가보다 높다면 재건축 사업규모(건립∙분양계획)을 조정하여 최적화하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된 사업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면 조합원의 희생을 방치하거나 더 늘리는 꼴이다. 무턱대고 ‘일반분양 세대수가 많을수록 조합원들에 이익이 된다’는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
공사비 급등과 낮은 일반분양가 때문에 조합원 부담 가중
위 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 그림과 같다.
통상 재건축조합은 일반분양가를 주택시장의 상황에 살펴서 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업지가 투기과열지구안에 있을 경우 분양가상한제로써 규제된다. 요즘 공사비 급등에 따라 일반분양가도 함께 오르고 있기는 하나 그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의 실질부담이 일반분양가보다 높으면 조합원의 희생이 발생한다. 즉 조합원이 더 많은 금품을 투입하여 일반 수분양자에게 혜택을 넘겨주는 꼴이다. 이 경우에 조합은 사업규모를 조정함으로써 조합원 실질부담과 일반분양가의 차이, 즉 희생(손실)구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조합원 실질부담이 일반분양가보다 높다고 재건축사업이 ‘토지 등 소유자’에게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재건축조합원 수분양자의 대안(기회비용)(2)은 ‘주변 유사물건의 시가’인데, 이 대안가격보다 실질부담이 작다면 이 상황을 참아낼 수 있다. 그러다가 실질부담이 대안가격을 넘어설 경우 조합원들은 그 재건축사업의 진행을 견딜 수가 없게 된다.
재건축사업을 계획하면서 비례율이 100을 밑돌면 사업성(재무적타당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처음부터 사업지 여건 상 어쩔수 없이, 또는 사업진행 도중에 공사비 변동, 주택가격 하락, 불가피한 사업기간 연장 때문에 비례율이 100%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도 조합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합원의 실질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즉 조합원 실질부담이 일반분양가를 넘지 않거나, 넘게 되더라도 그 차이가 너무 크지 않도록 건립세대수를 비롯한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재건축부담금(3)도 조합원에게 추가 부담이 되지만, 이는 ‘수분양주택의 현재가치와 조합원 실질부담의 차이’(≒재건축초과이익)의 존재 유뮤와 크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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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건축사업의 분양수익이나 사업비를 구성하는 요인들이 많지만 일반분양가격이나 공사비를 빼고는 거의 모든 것이 공적 규제나 의무의 테두리 안에서 규제된다. 상한용적률, 기반시설 기부채납, 공공주택 매각가격 등인데, 이것들은 조합이 능동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
(2) 종후주택의 가격은 입주 때 제대로 형성된다. 종후주택의 미래가격에는 주택품질 향상뿐만 아니라 인근 주택시장 가격변동률이 함께 반영되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종후주택의 현재가치는 미래가격을 향후 주택가격 변동률로 할인한 값에 품질 향상분을 감안한 것이다. 따라서 종후주택의 기회비용은 비슷한 입지에서 품질수준이 유사한 물건의 시가로 대체될 수 있다.
(3) 재건축부담금 = 재건축초과이익 x 부과율
재건축초과이익 = 종료시점 주택가액-(개시시점 주택가액+정상주택가격상승분+개발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