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분담금이 크게 올라 조합원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사업성이 좋았던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대부분 마무리된 뒤 이제는 중층 아파트 재건축으로 옮겨 가면서 사업성이 구조적으로 나빠진 데다, 인건비와 자재비까지 높아져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든 상황에 빠졌다. 이 와중에도 개별 조합원들은 재건축사업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내부적으로는 어떠한 난제를 안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조합은 혹시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하여 조합원들에게 내막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나마 공개되는 용어나 지표도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과 달라 매우 난해하다. 개발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는 갈라파고스적인 관련 법제마저도 민법ᆞ상법 등과 어울리지 않아 일반인의 상식 범위를 벗어난다. 앞에서 재생사업을 끌어가는 지방정부나 조합 집행부 등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개별 조합원의 목소리는 가볍게 무시된다. 알고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나는 재건축에서 통용되는 사업 체계와 용어를 상식으로 풀어 보는 ‘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 헤쳐보기’를 연재한다. 개별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제대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앞선 글 '재건축용적률'과 '조합원의 실질부담'을 연결하여 좀 더 깊숙이 재건축사업의 손익 및 현금흐름을 살펴보기 위해서 썼다. 까다로운 내용을 기피하는 분은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재건축 용적률은 다단계로 높아진다. 이를 서울시의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먼저 첫 단계로 종전 아파트의 현행 용적률을 벗어나 기준용적률 210%까지는 별도 부담 없이 높아진다. 거기에다 우수디자인, 장수명주택, 녹색건축물 건설 등으로 인센티브를 받는 한편 기존 아파트 부지를 떼어서 공공 기부채납하는 대가로 최대 250% 범위 안에서 상한용적률이 정해진다. 여기까지는 재건축 정비구역에 관한 지구단위계획ᆞ정비계획으로 정해진다. 그 위에 통상 법적 최고용적률 범위 내에서 추가되는 용적률로 지어진 국민주택 중 50%(면적 기준)를 공공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계획용적률을 높여준다.(1) 이 구간은 재건축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흔히 용적률이 높을수록 재건축의 사업성(재무적 타당성)이 개선된다고 회자되고 있다. 지난 번 글 ‘재건축 용적률’에서 “이 명제에 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간략히 언급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는 재건축 용적률이 부여되는 각 단계별로 분양 또는 매각수입과 이에 대응한 현금성 및 비현금성 비용을 비교하면서 조합원의 재무적 부담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자.
상한용적률 내에서의 조합원부담 저감
종전 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다시 지을 때 상한용적률까지는 조합원이 차지하고 난 뒤 나머지를 전량 일반분양할 수 있다. 이 때 조합원 대부분이 종전 아파트에 비해 큰 평형을 분양 받으면 일반분양으로 돌릴 몫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점차 작은 평형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추가 면적 분양에 따른 추가분담금이 징수될 것이므로, 상한용적률 중에서 종전주택 용적률을 조합원 몫, 나머지를 일반분양 몫으로 가정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상한용적률에서 종전 아파트 용적률을 뺀 기본적인 용적률의 여유(이하 ‘여유 용적률’)만큼 건축하여 일반분양할 때 그에 해당하는 분양수입에서 건축비 및 토지비를 뺀 금액만큼 조합원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2) 또한 분양수입과 건축비의 차액에 해당하는 현금 순유입(Net Cash-inflow)이 생겨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추가용적률 구간의 조합원부담은 어떻게 되나?
상한용적률을 넘어 정비구역의 계획용적률까지의 구간(이하 ‘추가 용적률’)에서는 늘어나는 용적률에 따른 건축면적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국민주택으로 건설하여 공공에 매각해야 한다. 이 때 매입단가는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를 적용하므로(3) 표준건축비에서 실투입 건축비를 뺀 손실은 조합의 손실로 반영되며 개별 조합원들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추가용적률 중 나머지에 해당하는 면적의 일반분양 주택을 팔아서 얻는 이익으로 그 손실을 보전하거나 능가할 수 있는가 여부가 문제다.
먼저 손익 측면을 살펴보자. 아래 표에서 보듯이, 공공주택을 매각할 때 재건축사업 손실 부담은 시공비와 표준건축비 차이에서 비롯한 손실과 이 아파트에 속하게 되는 종전자산(토지지분) 가액의 합이다. 한편 추가용적률 구간 일반분양의 이익 영향은 일반분양수입에서 추가 시공비 및 해당 종전자산가액을 뺀 순액이다. 여기에서 생긴 일반분양 이익이 공공주택 손실을 능가한다면 전체 사업의 이익을 개선시킨다. 그러나 만일 일반분양 이익으로 공공주택 손실을 보전하지 못하면 전체 사업의 이익을 줄이거나 손실을 확대시킬 수 있다. 이 같은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간혹 상대적으로 토지가격이 싼 비수도권 지역이나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이제 현금흐름을 살펴보기로 하자. 추가용적률에 기반해 건설하는 공공주택을 매각하면서 들어오는 수입이 상응하는 공사비 지출보다 적어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일반분양 쪽에서 일반분양수입이라는 현금유입(Cash inflow)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공사비만이 현금유출(Cash outflow)되기 때문에, 추가용적률 구간의 전체적인 현금흐름은 순유입(Net inflow)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4)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재건축 용적률은?
위 내용을 조합원 재산 보존 측면에서 정리해보자면, 추가용적률 구간의 일반분양 이익이 공공주택 매각 손실을 능가하는 경우 사업 전체 이익의 증가에 도움이 되며 조합원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추가용적률 구간의 일반분양 이익이 공공주택 매각 손실을 상쇄하지 못하면 전체 사업 이익을 훼손하거나 손실을 확대하게 된다. 이는 조합원의 재산가치 훼손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이럴 경우 조합원 재산을 희생하여 공공주택 매각 손실을 메우게 된다. 앞선 글, ‘비례율_1) 재건축의 사업성 지표’나 ‘조합원의 실질부담’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맥락이다.
자금흐름 면에서 볼 때는 일반분양수입이 해당 시공비는 물론 공공주택의 자금 부족분까지 충당하고 난 뒤에도 여유가 생긴다면 조합원분담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약하면 추가용적률을 받아 증가된 건축면적에 좀 더 많은 아파트 세대수를 건설하는 것이 현금흐름의 순유입을 통해 조합원부담금을 줄여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반분양가를 제대로 못 받아서 공공주택에서의 손실을 상쇄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의 재산이 훼손될 수 있다.
조합원이 분양 받을 종후주택도 부동산의 속성은 그대로 가진다. 아파트라는 상품은 구분건물과 그 토지지분으로 구성된다. 토지는 가치보존성이 좋지만, 건물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가치가 사라져 40∼50년 뒤에는 거의 ‘0’으로 수렴한다.(5) 그러니 개별 조합원 입장에서 지금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비조합원들(공공 기부채납, 공공주택 매각, 일반분양)에게 토지를 가능한 한 적게 내주는 것이 좋으며, 넘겨주는 토지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재건축사업을 계획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종전자산의 기존 용적률이 200% 내외로 높은데다 시공비도 높아 재건축사업 여건이 좋지 않다. 게다가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는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서울 밖에서는 주변 시세가 낮아 사업 손실을 벌충하는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하기 쉽지 않다.
결국 재건축조합이나 개별 조합원들은 “당장의 재건축분담금 액수를 줄이기 위해 법적 상한용적률(또는 특례 완화 용적률)까지 사업규모를 키워야 하는가?” 또는 “최소한의 기부채납만 한 뒤 내 재산을 장기적으로 잘 보존하기 위해 상한용적률 범위 안에서 재건축을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서울 대부분 지역 또는 서울 밖 정비구역에서 조합원들이 금전적으로 여유가 적어 전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후자를 택해 소위 ‘1:1 재건축’을 시행하는 예가 적지 않다.(6) 또한 분양가상한제 아래에서도 몇 년 전까지 워낙 높은 주변 시세 때문에 일반분양가로서 추가용적률 구간의 조합원 재산 손실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사비가 급등한 오늘날에는 강남 인기지역의 재건축조합원들도 추가용적률 구간의 재산 손실이나 현금 순유입 감소로부터 자유롭지 않다.(7)
결국 재건축조합이나 개별조합원들은 ‘각자의 재산을 장기적으로 보존할 것인가’와 ‘눈 앞의 재건축부담금을 줄일 것인가’ 사이에서 적절히 절충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을 수밖에 없다.
---------------------------------------- (1) 역세권 등 교통여건 우수지역 또는 세입자 보상을 시행하는 정비구역에 대해서는 360% 한도 내에서 특례용적률을 적용한다. 단 300% 이상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에 해당하는 건축면적의 60∼70%를 국민주택으로 건설하여 공공에 매각해야 한다. (2) 이 글에서 건축비를 제외한 기타(일반)사업비는 일반분양의 크기에 무관하게 고정적일 것이라 가정한다. (3)‘주택공급 확대방안(2024.8.8.)’에 따르면, 정부가 향후 법령을 개정하여 재개발사업에서의 매입단가를 ‘분양가상한제 기본형건축비’로 높이기로 했는데, 재건축에까지 확대될 지도 모른다.
(4) 조합원들이 출자한 종전자산가액(토지비)는 비현금성 비용이므로, 손익계산에서 비용으로 계상하지만 현금흐름에서는 지출에 들어가지 않는다. (5) ‘부동산’이란 자산의 현재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한 것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시세가 현재가치를 웃돌거나 밑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현재가치 추세선에 수렴하게 된다. 물론 희소성이 강한 주택의 경우에는 이 원리로부터 예외일 수 있다. (6) ‘1:1재건축 강남 재건축 트렌드 되나, …’, Business Post, 2023.02.1. (7) ‘압구정 재건축 42억 드는데 분양가는 28억…분상제의 모순’, 중앙일보, 2024.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