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앞으로 상가 소유자가 재건축 아파트를 받을 수 있을까?

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 헤쳐보기

by 하얀자작 김준식 Feb 18. 2025

몇 년 전부터 재건축사업 추진과정에서 상가 소유자의 아파트 수분양 문제를 놓고 아파트 소유 조합원과 상가 소유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깊어져 왔다. 공사비가 안정되고 분양가가 꾸준히 높아지던 시기에는 조합원들이 나누어 갖는 파이가 컸기 때문에 웬만한 불만은 수면 아래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2022년 기점으로 아파트값이 조정기에 들고 공사비가 폭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파트 조합원 입장에서는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수분양이 늘수록 자기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불만이 커졌다.

2024년에 방배 6구역 재건축조합 갈등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이로부터 새로운 판례가 정해졌는데 그 내용이 상가 조합원은 물론 아파트 조합원들에게도 충격적이다.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사업장들 가운데 아파트와 상가를 함께 계획하고 있거나 짓고 있는 대부분의 조합들이 큰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천천히 설명하겠다)

 

재건축사업의 숙명적 특성


재건축사업장은 정비구역 지정을 받는 과정에서 사업부지(기존 대지)의 적지 않은 부분(통상 10% 이상)을 공공시설용지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아파트를 지울 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상가는 상황이 다르다. 수십 년 전에 비해 유통이나 서비스 거래 환경이 온라인으로 옮겨가 점포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토지 이용의 불균형을 해결하는 길이 상가 몫의 대지에 아파트를 더 짓는 대신 상가를 덜 짓는 절충 방안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의 협상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생업이 달려 있거나 상대적으로 손익에 밝은 상가조합원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게다가 서로 간의 힘겨루기 과정 속에, 재건축조합 설립 동의 요건¹ 상 상가의 영향력이 작용하여 후술할 조정비율²이 낮아지면서 ‘상가 소유지분 쪼개기’가 성행하여 상가 쪽이 차지할 아파트 가구수가 늘어나면서 갈등이 더욱 커졌다.


터질 것이 터졌다


도시정비사업 중에서, 재건축사업은 재개발사업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나머지 두 유형이 개별 필지를 합한 후 기반시설 또는 공용시설을 갖춘 후 나머지 건물과 그 부지를 환지(또는 환권)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이를 따르지만, 기존의 규모가 큰 하나의 필지에 있던 주택과 그에 따른 복리ᆞ부대시설(상가를 포함)을 재축(再築)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 같은 토대 아래 재건축의 관리처분에 관한 법적 규정은 다음과 같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제63조(관리처분의 방법)
『 ② 재건축사업의 경우 법 제74조에 따른 관리처분은 다음 각 호의 방법에 따른다. 다만, 조합이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 그 기준을 따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1. 제1항제5호 및 제6호를 적용할 것 ³
 2. 부대시설ㆍ복리시설(부속토지를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의 소유자에게는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을 공급할 것.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1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가. 새로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을 건설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기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의 가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에 정관 등으로 정하는 비율(정관 등으로 정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1로 한다. 이하 나목에서 같다)을 곱한 가액보다 클 것
 나. 기존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의 가액에서 새로 공급받는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의 추산액을 뺀 금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에 정관 등으로 정하는 비율을 곱한 가액보다 클 것
 다. 새로 건설한 부대시설ㆍ복리시설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이 분양주택 중 최소분양단위규모의 추산액보다 클 것 』

위 조항은 2003년7월1일 정해진 이후 전혀 변경 없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후의 해설 전개를 위해, 위 내용 중 밑줄 친 “조합원 전원의 동의”, “부대시설∙복리시설 소유자에게는 부대시설∙복리시설을 공급할 것”과 “할 수 있다”에 주목하자.

이 같은 시행령을 재건축사업 현장에 그대로 적용해 왔더라면 앞서 거론한 혼란을 피할 수 있을 수도 있었다. 그동안 행정당국이 혼란을 야기한 역사를 살펴보자.
 2006년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가 “새로운 부대시설∙복리시설을 ‘건설’하지 않는 경우”에서 “‘공급’받지 않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 해석하고 이를 재건축조합 ‘표준 정관’에 싣는다. 그리고 개별 조합들은 ‘조합원 동의 비율’도 느슨하게 운영하여 관련 규정의 개정 과정에서 일반결의(과반수)나 특별결의(2/3 이상) 조건을 적용하여 온다.
 그러던 중 2017년에 동 시행령과 유권해석(표준정관)의 상충 문제에 관한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국토교통부는 ‘시행령에 따른다’는 유권해석을 한다. 그런 뒤에도 달라진 유권해석을 지자체에 적절히 전파하지 않아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지적을 받았으며, 그 후속조치로써 2022년8월에야 ‘상가 소유자 주택공급 규정 운영방안’을 지자체들에 보낸다.


상가 조합원 아파트 분양에 관한 판례 정립


그런데 2024년5월에 일이 터진다.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과 조합원 간의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 판결(2023나2027555)에서 “상가소유자에게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사전에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고, 이후 조합의 항고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여 판례로서 정해졌다. 대법원이 항고를 기각한 이유는 고등법원의 판결과 시행령의 내용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상가 소유자가 상가를 분양 받는 것은 따질 것도 없이 당연하다. 그리고 조합설립 당시 원시 정관의 규정대로 아파트를 분양 받는 것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조합 설립 이후 정관의 해당 부분을 개정한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 조합원 전원의 동의(찬성)을 받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하니 도중에 정관을 개정해서 상가 소유자에 대한 아파트 공급 규정을 개정한 조합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 이 같이 판결을 하고 그 결과를 판례로 정립하게 된 연유를 살펴보자.
 ㅇ 상가 소유자에게 상가를 공급하는 것은 당연한 시행령의 규정이다.
 ㅇ 상가 소유자에게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임의규정’이므로 이에 관해 별도 결정이 필요하다.
 ㅇ 시행령에 그 처분의 기준을 달리 정하려면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이하 예외 사항을 정하기 위해서 같은 동의 요건이 필요하다.

그러면 왜 국토교통부는 이 문제에 관해 이처럼 소홀했을까? 아쉽지만 내가 업무에 참고하는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령들을 살펴보면 이처럼 상충되거나 엉성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제 조합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 문제에 관해서 아파트 소유자와 상가 소유자의 입장이 서로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 소유자 입장에서 상가 조합원에 아파트를 주지 않고 일반분양으로 돌리면 그에 상당하는 자금수지⁴가 개선되어 분담금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테니 일단 선호할 것이다. 반면에 상가 소유자들은 재건축 후 시장성이 낮은 상가를 분양 받는 것보다 현재 상가를 그대로 이용하거나 소유지분을 한꺼번에 필지분할 받아 상가건물을 따로 재축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이미 관리처분계획을 인가·고시⁵한 사업장은 이와 관련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낮다. 
 또한 아직 조합을 설립하지 않은 사업장도 이 문제를 사전에 정리하면 된다. 상가를 아예 짓지 않거나, 또는 상가와 필지분할(정비구역 변경)을 하거나, 상가를 함께 짓되 상가조합원의 아파트 수분양을 예외로 하는 내용의 정관을 전원 동의로 제정하는 방안이다. 이 때 조정비율²도 함께 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현재 관리처분계획을 확정 짓지 못한 재건축사업장 가운데 상가 소유자들에 아파트 공급 기준을 정관 개정을 통해 정한 곳들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관리처분 기준은 ‘조합원 전원 동의’를 거치지 않았으니 그 효력이 부정된다. 
 이제라도 모든 조합원들로부터 이에 대한 동의 징구를 하는 방법도 있으나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적으로는 상가를 분양 받지 않는 상가 소유자들에게 현금청산 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방안이 최선일 것이다.
 한편 상가 소유자들은 현금청산의 경우와 현재 상가의 유지 또는 필지분할 후 재축의 경우를 비교하여 최선의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정책적으로는 시행령의 문제되는 부분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여 미래에 맞는 융통성 있는 재건축 관리처분기준을 마련해야 마땅하나, 아직까지 당국은 이런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더구나 동 시행령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소급적용은 매우 어려우니 지금 문제가 생긴 재건축사업장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으로 풀기 어려운 난제다.


----------------------------
 (1) 사업구역 구분소유자 3/4 이상과 토지면적 기준 3/4 이상 동의에 덧붙여, 각 건물 동별 구분소유자 1/2 이상 동의가 요건이다. 즉 각 상가동도 하나의 건물 동이므로 이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곤란하다.
 (2)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수분양 받을 자격 여부를 정할 때, 상가 종전가액을 우대하기 위해 정하는 새로 짓는 최소단위 아파트의 추산액에 적용하는 비율.
 (3) 건축물의 공용부분에 대한 지분비율 책정이나 대지소유권 지분의 처분은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사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의미.
 (4) 이는 조합 외부로부터 분양수입이 들어와 현금흐름이 좋아진다는 뜻이며, 이것이 곧바로 재건축사업 손익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5) 정비사업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6)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24.12.19.에 신반포2단지 재건축사업의 조합원 대 조합의 조정비율 변경 결의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도 ‘조합원 전원의 동의’ 조건을 재확인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건축 용적률 높임에 따른 조합원 부담 변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