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N이 떠난 지 꼭 3년 되는 날이다.
이 즈음해서 나는 늘 불안감과 초조함, 그리고 누르기 힘든 슬픔에 휩싸이곤 했는데, 이상하리만치 올해는 그해보다는, 그리고 또 작년보다는 나아진 듯하다.
3년 전 오늘, 차 사고가 났었다. 늘 오가던 주차장에서 차 옆면을 제대로 긁었다. '사람 안 다친 게 어디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서러웠던 그때, D로부터 전화가 왔다. N이 죽었다고.
꼭 3년이 된 오늘, 나는 지금 병실에 누워서 이 글을 쓴다. 이번 주에 N의 기일 겸 생일로 찾아가겠다고 약속해놓고 또 그놈의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해버렸다.
그곳 역시 늘 지나던 길이었고, '그 운전자는 도대체 어떻게 운전하고 다닌 거야?' 싶을 정도로 황당한 사고였다. 30km로 직진하던 중 갑자기 운전석 옆으로 좌회전 차량이 나를 받았다.
요즘 일에 많이 치여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안쓰러워 너는 직장인의 꿈을 실현시켜 준 건지, '넘어진 김에 하늘 보는' 셈이 되었다.
잊은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는데, 교통사고 후처럼 처음 어느 정도는 너무 아프다가, 이제는 후유증처럼 남아 시큰거린다.
죽음은 언제 찾아오든 늘 갑작스럽고, 늘 아프다. 나는 아직도 N의 목소리를 잊고 싶지 않아 밤에 누우면 한 번씩 N과 우리 할머니 목소리를 되새긴다. 다행히 아직도 또렷하지만, 상처는 그때만큼이나 뚜렷하지 않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어쩌면 이게 친구가 원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더 많이 슬프고 싶은데 술이 없으면 눈물이 안 난다.
미안하고 사랑해, N. 퇴원하면 꼭 너한테 제일 먼저 달려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