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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ero Mar 01. 2024

새벽녘, 택시는 한강에 가주지 않더라

 근래 한바탕 난리를 쳤다.

 아파트 옥상에 올라 몇 시간을 앉아 있기도 하고, 노끈을 들고 뒷산에 올랐다. 흔히 말하는 양잿물을 구해다가 방구석에 숨겨 두었다. 그리고 걸렸다. 절친한 친구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다 일렀다.


 병원에서는 당장 입원을 하라 했다. 그런데 나는 입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죽으면 죽었지, 잠깐 살자고, 아니, 조금 더 연명하자고 회사를 그만두고 돈 버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그냥 약을 늘리고 병원에 가는 횟수를 늘리는 데서 타협했다.


 의사 선생님은 그렇지 않아도 내가 말을 너무 안 해서, 그냥 2-3분 만에, "괜찮아요. 지난번과 같은 약으로 지어 주세요." 내지는, "잠을 더 빨리 들 수 있는 약으로 지어 주세요."라고만 말하기에, 이 내담자는 정말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잘했다고 칭찬했다. 어찌 되었든 내 발로 다시 돌아와서 사실은 너무 이 삶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삼일절을 낀 긴 주말이 끝나면 내 기분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 일단 이 연휴 간에 내가 살아 있을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제 내 집에는 계속 누군가 감시하듯 돌아가며 당번을 선다. 한참 떠들다가도 그 사람이 잠들기만을 기다렸다가 나는 또 나갔다.

 

 오늘은 새벽 2시쯤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말했다. "동작역으로 가 주세요."

 택시 아저씨는 계속해서 나에게 도대체 동작역에 무엇이 있느냐고, 그쪽에 집이 있느냐 물었는데, 그쪽 지리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그냥 대충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인데 너무 추워서 그렇다고 말했다.

 결국 택시 아저씨는 나를 동작역에 내려주지 않았다. 이 택시를 탄 이상 집 앞까지 당신이 렌트한 것이니, 집 앞에 내려주겠다고 하시는 데에 계속 나는 그냥 역 앞에 내려 주시면 알아서 가겠다 했는데, 한사코 거긴 못 가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실랑이를 하다 생전 가 본 적도 없는 주택 단지에 내려 버렸다.


 그런데 그곳에서 걸어서 동작대교에 갈 방법이 없었다. 동작대교 남단을 찍고 걸어보니, 역사를 지나가야 했는데, 웬 걸, 온 문이 다 닫혀서 그 길로 지나갈 수 있는 루트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결국 걸어서 한 시간 즈음 걸었을까,  걸어오는 내내, 생명의 전화니 뭐니에 전화를 해 보려다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접었다. 결국 다시 지나가던 택시를 붙잡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내일은, 다음에는, 날이 밝을 때 미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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