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를 보내며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나의 가장 오랜 술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올해 4월, 할아버지를 찾았을 무렵에 할아버지는 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가족 모두가 전전긍긍하며 어떻게 이 이야기를 할아버지께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사촌 동생이 쿨하게 할아버지께 말씀 드린 게 어쩌면 다행이었다.
"할배, 암이란다. 이제 6개월 정도 남았다네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마치 그게 약속한 일이라는 듯, 올 10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렇게 떠났다.
개천절 즈음 해서 할아버지 손을 잡고 온 게 참 다행이었다.
살이 쪽 빠진 얼굴과는 다르게 퉁퉁 부어있던 손.
어렵게 눈을 뜨고는 나를 알아봐서, 우리 손주 왔다고 알아봐 주셔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할아버지 상을 치루며 아마도 가족 중에 내가 가장 많은 눈물을 쏟은 듯 했다.
내가 할아버지 댁에 갈 때면, 항상 어딘가 감춰두었던 꼬냑이나 위스키를 꺼내서는 "우리 손주랑 마시려고 뒀지!" 했는데, 이제는 그런 내 술친구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연신 술을 올리면서도, '우리 할배가 좋아하는 건 이런 술 아닌데.' 생각도 했다.
발인을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는, 할아버지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소원을 얘기하라 했다.
"할아버지, 너무 사랑하고 이제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내가 산 코인 대박나게 해 줘."
눈물 바다 속에서 내가 늘 할아버지께 했던 말이 튀어나와서, 다행히 아흔을 지낸 할아버지를 보내는 자리가 그리 슬프지만은 않아졌다.
마지막 눈물이 터진 건, 우리 외할머니가 계신 자리에 할아버지가 들어갈 때 였다.
다행히 할머니는 잘 계신 모양이었고... 우리는 농담조로, "우리 할매, 자유시간 다 끝났네!" 했다.
엄마와 외삼촌은 농담조로 "이제 우리 고아야!" 라고 했지만, 두 분을 꼭 안고 내가 그 몫까지 하겠노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