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ero Nov 16. 2024

잘가, 나의 술친구!

외할아버지를 보내며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나의 가장 오랜 술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올해 4월, 할아버지를 찾았을 무렵에 할아버지는 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가족 모두가 전전긍긍하며 어떻게 이 이야기를 할아버지께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사촌 동생이 쿨하게 할아버지께 말씀 드린 게 어쩌면 다행이었다.

"할배, 암이란다. 이제 6개월 정도 남았다네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마치 그게 약속한 일이라는 듯, 올 10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렇게 떠났다.


개천절 즈음 해서 할아버지 손을 잡고 온 게 참 다행이었다.

살이 쪽 빠진 얼굴과는 다르게 퉁퉁 부어있던 손.

어렵게 눈을 뜨고는 나를 알아봐서, 우리 손주 왔다고 알아봐 주셔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할아버지 상을 치루며 아마도 가족 중에 내가 가장 많은 눈물을 쏟은 듯 했다.

내가 할아버지 댁에 갈 때면, 항상 어딘가 감춰두었던 꼬냑이나 위스키를 꺼내서는 "우리 손주랑 마시려고 뒀지!" 했는데, 이제는 그런 내 술친구가 없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연신 술을 올리면서도, '우리 할배가 좋아하는 건 이런 술 아닌데.' 생각도 했다.


발인을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는, 할아버지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소원을 얘기하라 했다.


"할아버지, 너무 사랑하고 이제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내가 산 코인 대박나게 해 줘."


눈물 바다 속에서 내가 늘 할아버지께 했던 말이 튀어나와서, 다행히 아흔을 지낸 할아버지를 보내는 자리가 그리 슬프지만은 않아졌다.



마지막 눈물이 터진 건, 우리 외할머니가 계신 자리에 할아버지가 들어갈 때 였다.

다행히 할머니는 잘 계신 모양이었고... 우리는 농담조로, "우리 할매, 자유시간 다 끝났네!" 했다.

엄마와 외삼촌은 농담조로 "이제 우리 고아야!" 라고 했지만, 두 분을 꼭 안고 내가 그 몫까지 하겠노라 다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벽녘, 택시는 한강에 가주지 않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