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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 프란치스코 Feb 04. 2021

장르극, 코로나19

24.  채식주의자를 위한 코로나 백신

 코로나가 역사를 새로 쓰는 기점이 되었다고 말한다. BC와 AC의 기준이 ‘Christ’에서 ‘Corona’로 바뀌었다고도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Chocolate’도, ‘Carbon dioxide’도, ‘Color TV’도 못한 일을 해냈다. CNN도 트럼프를 쫓아내는 데는 한몫했을지 모르지만, 코로나와는 비교가 안 된다. 앞의 글에서 호열자로 소개한 콜레라(Cholera)조차 이루지 못한 성과다. 이제 새로 열린 After Corona 시대의 성경은 ‘코비드19’라는 챕터로 시작한다. 단 네 개의 알파벳으로 쓰인 삼만 자 가까운 분량의 긴 문장이 특이하게도 한 줄로 씌어있다. 이때 코로나19의 등장과 ‘함께’라기에는 조금 시차를 둔 시기에, 그러니까 거의 태초에 백신이 있었다. ‘코비드19’ 다음에 등장하는 복음서의 첫 문장은 이렇다. 태초에 kf94가 있었다. 


  kf94는 아형의 이름이고 그밖에 kf80, 헝겊84 등 서브 타입을 아우르며 코로나의 C를 앞서는 A를 획득한 백신. 이 A-백신은, 지금 10위권 밖에서 갑자기 선두그룹으로 뛰어나온 노바백스 백신은 물론이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으로 등록되었다는 ‘스푸트니크V’보다 훨씬 앞선 최초의 백신이었다. 한국은 After Corona 시대에 코로나에 대하여 가장 빠르게, 가장 조직적으로 대처한 나라다. 한국이 코로나 시대의 예루살렘이 될 수 있었던 건 마스크 덕분이다. 마스크는 백신 없는 시대의 가장 가성비 좋은 백신이었다. 비말 가득한 고밀집 공간에서도 감염되지 않은 기적을 행한 자들은 마스키언들이었다. 사실 동아시아에서 마스크에 대한 애착이라면 일본이 단연 으뜸이다. 하지만 그것은 Before Corona 시대에 대한 향수요 과거의 왕국일 뿐이다. 


 서양은 마스크에 익숙하지 않아 코로나 시대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팬데믹 1918〉이란 책은 스페인 독감 시대를 기록한 무시무시한 책이다. 이 책이 무시무시한 이유는 스페인 독감이 흑사병에 가깝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과학이 발달하기 전이라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모른 채, 공포와, 추측과, 집단적 사고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책이 써져서 그렇다. 스페인 독감에서도 세계를 점령한 것은 두 가지였다. 바이러스, 그리고 마스크였다. 책은 당시의 샌프란시스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보여준다. ‘1918년 10월이 되자 마스크가 스페인 독감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마치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마스크를 쓴 채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교통정리하는 경관들, 업무에 여념이 없는 타자수들, 반려동물과 장난치는 아이들까지 모두 마스크를 쓴 모습은 마치 옛날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고.  


 2020년 3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주요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 그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은 ‘트럼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정확한 표현력과 문법을 갖춘’이라고 비난하나, 그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사실보다는 재미와 상상력을 중시한 언론인’ 출신으로 브렉시트를 이끈 주역이다. 어쨌든 그 3월 초에 코로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병원을 방문한 보리스 존슨은, 방송에 나와 병원에서 사람들 모두와 악수를 했노라 자랑스럽게 말했다. 방송을 본 보건 담당자는 몹시 당황했다. 사실 이건 비밀인데, 당시 영국에는 백신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총리는 본인의 신념대로 백신을 거부했다. 재미있게도 나무위키에는 그가 한때 백신 반대파였다고 나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보다 한 발 앞선 백신. 코로나는 인간 행동으로 전파된다는 전제하에 인간 행동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만든 ‘행동백신’을 깜빡한 것이다. 백신이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기억’이다. ‘깜빡’을 통해 그 기억을 기억하지 못한 총리는 취약했다. 결국 확진자가 되었다.


 마스크 백신과 행동백신에 이어 진짜 백신이 등장했다. 〈리틀 드러머 걸〉에 나오는 ‘나는 한 방의 독침을 위해 겨울 내내 기다린 말벌이다’처럼, 여름 내내 기다린 백신이 드디어 겨울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바이러스 부적을 몸 안에 지니고 싶은 전통파를 위해 중국은 주로 불활성화 백신을 제공했고, 지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화이자와 모더나는 mRNA를 지질나노입자(LNP)라고 하는 작은 지방덩어리에 싸서 우리 앞에 내놓았으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우리 시대의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아스트라제네카는 ‘사딸라’ 짜리 백신을 개발했다. 이렇게 다양한 백신이 우리 앞에 온 지금 왜 우리는, 지난 1월 ‘전지적 참견시점’이라는 예능프로에서 한 달 만에 만난 멋진 신랑을 어색해하는 문소리처럼 백신 앞에 서있는 걸까?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인의 건강과 보건을 위협하는 10가지 요인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전 지구적 유행성 독감(Global influenza pandemic)이 포함되어 있었다. 거부러여수스 사무총장을 거북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WHO는 세상을 보는 나름의 안목을 지녔던 것이다. 동시에 여기에 함께 포함된 것이 백신 기피(Vaccine hesitancy)다. WHO는 오늘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현상을 우려하며 ‘백신을 통해 매년 200~300만 명의 사망자를 구해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백신 접종이 확대될 경우 추가로 150만 명이 질병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시대를 통해서 우리들은 숨어 있는 교회들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백신 기피도 우리 시대의 숨어 있는 종교일지 모른다.


 앞서 소개한 코로나 시대의 백신 중에 빠뜨린 것이 하나 있다. 마스크라는 A-백신(mAsk vaccine)과 행동백신이라는 B-백신(Behaviour vaccine) 말고도 신중함이라는 C-백신(Cautiousness/Circumspection vaccine)이 있었다. 처음 C-백신을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A-백신과 B-백신이 상대적으로 특이적인데 비해 C-백신은 범용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우리가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벡터 백신에 대하여 가졌던 우려는, ‘코로나19에 대한 항체 대신 운반체인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면 어떻게 하나’였다. 비슷하게, 신중함이라는 C-백신이 그 범용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항체도 형성했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현실 코로나 백신에 대한 항체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어쩌면 당신은, 채식주의자라 백신을 기피할지도 모른다. 바이러스를 생명체라 말하기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형편에 동물이냐 식물이냐를 따지는 것은 더더욱 불가하다. 그렇다고 분류를 못할 것은 없다. 다음 문장은 바이러스가 생명이냐 아니냐, 동물이냐 식물이냐 따위의 고민을 쉽게 해결해 준다. ‘우리는 이 비세포성 생명체를 숙주에 따라 동물 바이러스, 식물 바이러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바이러스 등등으로 분류한다.’ 그러므로 굳이 코로나19를 분류하자면 동물성 바이러스인 것이다. 그렇다면 백신도 여기에 준한다. 당신이 혹시 엄격한 채식주의자, 즉 비건이라면 핵산 백신인 화이자나 모더나가 대안일 수 있다. 그것이 너무 ‘케미컬’하여 배양성 백신을 원한다면, 요사이 ‘다크호스’니, ‘언더독’이니 하는 말을 듣는 ‘노바백스 백신’이 당신을 절반 정도는 충족시킬 수도 있다. 


 노바백스 백신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정보를 담은 유전자를, 곤충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에 먼저 끼워 넣는다. 그다음 이 바이러스를 어떤 곤충에, 예를 들면 나방에 감염시킨다. 그러면 나방 안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그렇다는 말은 코로나 스파이크가 대량으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동물성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파이크 단백질을 정제하고 ‘식물’에서 추출한 사포닌 기반 면역증강제인 ‘매트릭스-M’을 첨가하면 백신이 완성된다. 채식주의자인 당신에겐 절반의 만족이다. 백신은 지금 절반의 성공쯤에 서있는 것 같다. 바이러스가 들으면 이게 다 먼 소리냐 하겠지만, 1인칭 바이러스 시점에서는 알 수 없는 숙주의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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