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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 프란치스코 Feb 07. 2021

장르극, 코로나19

25.  '자연산' 백신에 관하여

 한때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준말인 ‘안아키’가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런 주장을 한 사람들이 비상식적이라 하여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가 그렇게 멀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화학적인 약을 쓰지 않고 아이가 가진 스스로의 치유력을 살려 각종 질병을 극복해보자는 주장은 그것이 교조화된 어떤 것이 아니라면 누구나 솔깃할 내용이다. 사회적인 모든 갈등을 법으로 가져가려는 태도만큼이나 건강의 많은 문제를 약으로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에서 자연 치유력이라는 말이 갖는 대안적 의미는 누구의 주장이 되었든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독성학은 독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독성학에서 종종 인용되는 말이 있다. ‘모든 물질은 독이다. 독이 없는 것은 없다. 올바른 양이 독과 약을 결정한다.’ 연금술사이자, 의사이자, 약리학자라 할 수 있는 ‘파라셀수스’의 말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임상에서 2차 접종에 표준용량(full dose)을 쓴 경우보다 1차 접종에 그 절반(half dose)을 썼을 경우가 백신 효능이 더 좋았다는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복용량, 즉 도스(dose)는 중요하다. ‘도스’라는 말을 생활의 언어로 바꾸면 ‘정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안아키’의 문제 역시 그 스스로의 믿음에 대한 ‘도스’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믿음이란 좋은 것이지만, 좋은 것이 항상 좋은 곳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이 믿으면 교조주의가 되기 쉽다. 


 ‘안아키’의 주장 가운데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에 대한 경계는 충분히 동의할 마음이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백신 접종 거부로 흐른다면, 뭐랄까, ‘건강한 삶’ 비슷한 주제로 함께 1박 2일 MT를 갔다가도 약속이 있어서 먼저 올라가겠노라 자리를 뜰지 모르겠다. 하지만 백신 기피는 ‘안아키’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그들만이 유별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기사, 회를 먹을 때도 자연산을 찾으니 남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초기에 제너가 썼던 종두법을 생각하면, 제너의 백신이야말로 ‘자연산’이었다. 생백신도 자연산 바이러스를 몸에 넣는 행위다. 그게 위험할 수 있어서 포름알데히드로 바이러스를 요단강 건너로 보낸 다음 몸에 넣는 것이 사백신이다. 마치 성실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에게 안심 스테이크를 사주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차마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권하기는 그렇지만, ‘안아키’를 믿는 분들에게 생백신을 권해도 되는 걸까? 화학적 개입을 거부하고 자연 치유와 자연 면역을 선택하는 이유가 아이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키우자는 취지라면 생백신을 포르말린 수용액에 살짝 데친 사백신은 문제가 있는 걸까?


 살아있는 백신이 위험할 수도 있어, 그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이 포름알데히드다. 조금 정확히 말하자면,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사용된 단백질을 비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이다. 포름알데히드를 찾아보면 거의 모든 곳에서라고 할 정도로 유해성분이거나 발암물질로 소개되어 있다. 우리가 병원에 가면 맡는 병원 냄새가 주로는 포르말린 냄새다. 포르말린은 포름알데히드를 35% 정도의 농도로 녹인 물이다. 소독, 멸균, 방부용으로 널리 쓰인다. 포름알데히드가 많으면 문제지만, 백신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지고 미량만 남는다. 그래도 걱정이라면, 당신은 사과를 먹으면 안 된다. 아마 양배추도, 토마토도. 원두커피를 내려 마셔도 안 된다. 이게 무슨 인공 식품 첨가물로 들어가는 줄 안다면 큰 오해다. 자연 상태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혈액 속에는 백신의 열 배 이상의 농도로 포름알데히드가 있을 확률이 높다. 앞에서 예를 든 것들은 혈액 속보다 많으면 많지 적지는 않다. 자연에서 나오고 몸의 대사과정에서도 꼭 필요한 물질이다. 생백신이 위험할까 봐 백신의 안전을 위해 불려 왔으나, 오히려 위험한 존재라고 붙잡혀 안전의 법정에 서게 된 포름알데히드는 좀 억울하지 않을까?


 백신에는 첨가제가 있다. 약간 헷갈리겠지만 보존제가 있고 보조제가 있다. 보존제는 백신이 상하지 말라고 넣는 거고, 보조제는 면역력을 더 키우려 넣는 거다. 보존제의 대표는 수은이고, 보조제의 대표적 물질은 알루미늄이다. 율라 비스는 〈면역에 관하여〉에서 이 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은으로 말하자면, 아이가 백신 접종보다 주변 환경에서 접하는 수은이 더 많다는 게 거의 늘 확실하다. 백신의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증강제로 자주 쓰이는 알루미늄도 마찬가지다. 알루미늄은 과일과 곡물을 비롯한 많은 것에 들어 있고 물론 모유에도 들어있다.’ 여전히 알루미늄이 찝찝하다면 노바백스가 있으니 안심하시라. 노바백스는 보조제가 들어간 백신이다. 다름 아닌 인삼(사포닌)이 보조제로 들어간.  


 이왕 율라 비스를 인용했으니, 지난번 소개했던 ‘알고 보니 모유는 전반적인 주변 환경만큼 오염되어 있는 물질이었다’의 뒷부분도 소개해주고 싶어 진다. ‘만일 모유가 동네 슈퍼에서 팔린다면 일부 제품은 DDT나 PCB(폴리염화바이페닐) 잔류량에 대한 연방 식품 안전 기준에 걸릴 것이다.’라는. 어머니라는 자연마저 이렇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모유라는 자연산마저 이렇다면 어디서 자연산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당신이 무엇을 믿든 그것은 당신의 선택일 수 있다. 우리 시대에 ‘자연’은 유기농만큼 무언가를 인증하는 능력의 말이 되었다. 그러므로 그 좋은 ‘자연’을 택한다고 무슨 큰 죄란 말인가. 세상의 문제들은, 마니교도들처럼, 흑백과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인 경우도 많이 있다. 세상이 독과 약으로 갈리지 않고 ‘도스’의 문제인 것처럼. 우리들도 조금은 ‘안아키’고 어느 정도는 백신의 안전을 신경 쓸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염려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코로나19도 비슷하다. 코로나가 무섭긴 하다. 그렇지만 너무 무서워만 하는 것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도 도스가 있을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약리학자 파라셀수스의 말이 왜 독성학에서 인기인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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