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 내 안의 상처를 충분히 바라보는 일
윤가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고요해져. 내 안의 감정이 줄어든 게 아니라, 너무 세밀해졌기(?) 때문이야. 대부분의 감독들이 감정을 폭발시키고 관객을 흔드는 장면을 만든다면, 윤가은 감독은 그 반대의 길로 영화의 감동을 만들어 — 감정의 표면을 덜어내고, 그 아래 남은 잔여와 공기, 그리고 장면 사이의 침묵으로 사람의 마음을 그려내지.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 〈세계의 주인〉은 감정이 확- 폭발해야 할 많은 순간에도 인물들의 내면으로 조용히 가라앉아 들어가. 끊임없이 울부짖거나 무너지는 대신, 그들의 얼굴과 숨, 그리고 말없는 시간 속에서 감정의 깊이를 드러내지. 강렬한 장면들이 분명 있는데도 내 마음에는 절제된 감정의 장면들이 더 오래, 더 깊게 남았어. 겉으로 보이는 상황에 대해 한 가지 주장을 억지로 설득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 담백함(?) 때문에 결국 큰 울림이 생기더라. 영국 클래식 영화 스타일 같아. 감정을 과시하기보다 여백으로 이야기를 밀어가고, 그 절제 속에서 감정이 낮게 피어오르는 — 그런 품격 있는 감동 말이야.
내 곁의 당신은 '진짜' 일까 - 진짜란 무엇일까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은 겉으로 보면 고요하지만, 그 밑에서는 언제든 넘칠 듯한 마음의 물결이 쉬지 않고 일고 있어. 그들은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의 진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아.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세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오히려 감정을 숨기고 견디는 쪽을 택하거든. 그래서 대사보다 대사 사이의 숨, 시선이 닿았다 흩어지는 그 순간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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