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말> -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재현 옮김
존경하는 마음은 주로 내가 아닌 타인에게 든다. 생각해보면 많은 시간을 남에 대해 정의하고 평가하는데 쓴다. 그들을 어떻게 평가한다고 해서(또는 정의한다고 해서)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은 없는데도 그 무용한 생각과 말들을 늘 행하고야 만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에게 시선을 두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다. 나에게 시선을 돌리는 그 짧은 순간조차도 누군가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이 어떤지, 어떤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지를 두고 고민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남에게 맡기고야 마는 것이다.
누군가를 존경하는 일은 있어도, 나 자신을 존경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늘 부족하고 모자라고 못난 사람이기만 하다. 나의 특성들과 반대되는 것들에만 가치를 두고 열망하거나 나와 같은 특성을 가진 사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앞뒤가 다르지 않은 솔직한 사람이 좋다고 말하면서, 왜 나는 기어코 깊은 속내까지 다 드러내고야 마는 바보인지에 대해 상심하고 있는 모순을 반복한다.
존경하다 : 남의 인격,사상,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하다.
흔히 존경하는 마음은 이미 완숙한 어떤 것에 대해 혹은 그 가치가 충분한 것에 대해 생긴다. 어떤 이를 존경할 때 그 사람은 내가 동경하는 어떤 정신 혹은 행위 등의 가치를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경한다. 내겐 없는 것, 앞으로 갖고 싶은 것, 가질 수 없는 것을 이미 가진 사람에 대해 나보다 높은 곳에 서있으니 우러러 보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을 낮추어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존경’이란 감정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한 것이다.
니체는 아마도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기를 바랐던 것 같다. 우리는 어떤 것을 사랑할 때 그것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도 그런 아량을 베풀기를, 먼저 마음을 주고 그 동력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걸어나가기를 바랐나보다.니체가 자신에게 존경심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이미 완벽한 존재일 때가 아니다. 타인은 내가 존경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다. 내 힘이 닿을 수 없는 존재이기에 타인에 대한 존경은 그 기준선이 높다. 그러나 자기 자신은 다르다. 마음을 먹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고, 부족한 것을 알았다면 채울 수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오직 나 자신만이 맡을 수 있다. 온 우주를 통틀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 자신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실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 먼저 존경심을 가져보자. 나의 존경을 받기 위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테니까. 가치 있는 삶을 구성하는 것들 중에 나 자신에게 받는 존경만큼이나 큰 힘을 가진 것이 또 있을까.
오늘부터 내 이상형은 ‘나’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