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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남 Zeroman Dec 24. 2020

연탄을 배달해도 괜찮을까?

기후위기, 뜨거운지구, 에너지복지

빨강. 언제, 어디서나 성탄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색깔이다. 빨강이 성탄절의 대표 색깔인 이유는 이 날이 따뜻함을 상징하는 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색깔의 기원이 어디가 됐든, 이 날이 따뜻함을 상징하는 날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이웃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날이기 때문이다. 성탄절의 이런 분위기에 맞춰 많은 단체가 연탄배달봉사를 떠난다. 그들은 겨울철 난방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소정의 기부금을 모아 연탄을 구매하고 전달한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러나 요즘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들의 온정이 지구 환경을 자칫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을 보인다. 기후위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연탄 가격을 매년 올리고 있다(2020년과 2021년에는 서민 난방비 부담을 고려하여 장당 639원으로 동결했다). 이유는 연탄 제조비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폐지 때문이다. 줄어든 보조금은 소비자 가격 인상분으로 메워진다. 2010년 당시, 한국을 포함한 G20 국가들은 기후위기에 대비해 화석연료 사용을 점진적으로 폐지하자는 데 합의했다. 최근 일련의 연탄 가격 인상은 이 합의를 근거로 이뤄진 것이다. 연탄 가격 인상의 내막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외부성(externality)이 있다. [※자원의 최적 분배(='과소 생산: 긍정적 외부성이 있는 경우 발생'과 '과다 생산: 부정적 외부성이 있는 경우 발생'이 없는 분배를 의미함)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의 사례이자 원인인 외부성은 해당 경제 활동의 주체들 외의 3(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혹은 보상을 받지 않은 ) 입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외부성을 의미한다. 긍정적 외부성(편익)의 예로는 아이폰과 같은 신기술 개발로 인한 파급효과를 꼽을 수 있으며, 부정적 외부성(피해)의 예로는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위기가 있다. 여기서는 부정적 영향(기후위기)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상된 연탄 가격에는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할 리스크들을 비용으로 환산한 금액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외부성을 해소하여 궁극적으로 깨끗한 자연이라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지구사회 구성원에게 분배하겠다는 것이 연탄 가격 인상의 본질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는 연탄 가격 인상과 같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에너지 빈곤에 대한 대응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 대상)을 살펴보면, 화석연료 사용 폐지를 포함하는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대응을 포함하는 에너지 복지를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복지는 저소득층의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미니태양광시스템 등)로 보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부분은 에너지 복지 부문에도 에너지 전환을 적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신재생에너지(태양에너지, 풍력 등)를 활용한 에너지 복지가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신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화석연료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에너지 복지 정책(에너지 바우처 지급)이 여전히 화석연료(연탄, 등유)를 활용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한몫한다. 따라서 연탄배달봉사와 같은 민간 차원의 에너지 복지 활동이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것 또한 정부 정책 이니셔티브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토머스 L. 프리드먼의 "뜨거운 지구"라는 말처럼, 지구가 빨갛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계속 연탄을 배달해도 괜찮을까? 우리의 온정이 외부성(기후위기) 유발로 인해 본질적 의미를 잃지 않도록, 그래서 온전히 전해지도록 사랑(연탄)의 색깔을 녹색(신재생에너지)으로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참고문헌

Friedman, T. L. (2009). Hot, flat, and crowded 2.0: Why we need a green revolution--and how it can renew America. Picador.

산업통상자원부. (2019).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1-117.

“연탄이 ‘금탄’ 됐다”…연탄은행 대표, 청와대 앞 1인 시위(2018년 12월 31일자 한겨레 기사)

'金'탄 된 연탄, 3년새 가격이 68% 올라… "文 대통령, 연탄값 내려주세요"(2019년 1월 23일자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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