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뿌찌아

by 긴오이

이 사람의 손녀 되는 아이는

요새 곧잘 ‘할아뿌찌야’를 찾는다

고된 세월 늘그막 후반부엔

혼자 곧잘 양푼지기에 쌀도 씻어내고

손톱이라 명함 쓰기도 민망한 딱딱한 껍데기

지그시 눌러 밥물도 재고

밥솥에 전원도 능숙하게 on 시키고 나서

장아찌에, 개두릅에, 소금기 절절한 막장 옆에 내어놓고

애호박에, 그 애호박에 새우젓 살짝 간해놓고

새우살 뚝배기 빠알갛게 끓어 넘치면

마눌님은 어데 가고 이제 겨우 소박한 저녁상을 차렸을

저 먼데 ‘할아뿌찌야’를 찾는다


나는 퇴근하여

밥상에 오른 그 무슨 조기살 투덜투덜 발리다가

방금 싼 기저귀 똥냄새에

땡그랑 식욕 변기에 떨구어 내리고

찡얼찡얼 제 궁둥이 씻긴 것을 항의하는 손녀딸에게서

문득 이 절절한 ‘할아뿌찌야’를 듣는다


이태전에는 그 어미의 젖무덤이

왜 그토록 이 생명을 무섭게 끌어당기는가 부럽기도 하다가

내게는 그런 유들유들한 내음도 없고

그 작은 허기 달랠 착한 젖물도 흐르지 않는데

그래도 이 생명이 자꾸자꾸 거리를 좁혀오는 것은

제가 느끼는 배고픔 외에도 또 다른 무언가가 비어있어

그것을 내가 채우고

또 그 모자란 부분은 저 먼데 ‘할아뿌찌야’가 몰래 채웠나 본데

필시 이 순간에는 나의 몫보다 ‘할아뿌찌야’의 몫이 더 그리운 것이어서

먼데 혼자 소박할

나의 아버지를 찾는다

오늘도 장아찌에 개두릅에 소금기 절절한 막장 외로이 놓고

한낮의 더위며 땀냄새며

정갈하게 씻기고 있을 그 소박한 육신을

저를 달래듯

내 대신으로 달래 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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