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매운 음식 앞에서 늘 표정이 금방 드러난다. 빨간 양념만 봐도 눈썹이 가볍게 올라가고 젓가락 끝이 망설이며 흔들린다.
그 순간을 보고 있으면 오래전 내 얼굴이 그대로 떠오른다.
매운 떡볶이가 부글거리던 엄마의 부엌.
그 한편에서 나는 따로 만들어지던 간장 떡볶이를 기다렸다. 그땐 왜 굳이 나만을 위해 또 한 냄비를 올리는지 몰랐다. 지금은 안다. 많은 말 대신에 음식으로 건네던 엄마의 배려라는 것을.
오늘 저녁 엄마가 된 나도 궁중떡볶이를 만든다.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파를 볶으면 향이 먼저 퍼진다. 소고기를 넣어 은빛이 사라질 만큼만 익히고 간장 한 스푼, 설탕 반 스푼, 다진 마늘도 반 스푼 넣는다. 정확한 비율보다 어릴 적 엄마의 손놀림을 떠올린다. 그녀에게서 배운 것은 맛뿐 아니라, 그 느긋한 손놀림도 함께였을 것이다.
떡과 물을 붓고 약불로 졸이면 간장향이 부엌에 천천히 스며든다. 자극적인 냄새는 하나도 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방향의 향기만 남는다.
잠시 뒤 아들이 냄새에 끌려 부엌 문턱으로 온다.
"엄마, 오늘 그거지? 간장떡볶이?"
고개만 살짝 끄덕이자 아이는 맛있겠다고 식탁 의자를 당긴다. 접시를 내려놓자 작은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동자가 반짝인다.
녀석은 떡을 하나 집어 조심스럽게 입에 넣고
천천히 씹는다. 시험기간이라 날이 서있던 표정이 조금씩 풀리고 입안에서 맛이 퍼지는 속도에 맞춰 고개가 아주 작게 끄덕여진다. 좀 있으면 학원에 가야 하니 포크로 두 개를 한꺼번에 찍어 입에 넣고, 조금 뜨겁다 싶으면 숨을 후 내쉰 뒤 바로 다음 떡을 집는다. 접시에서 나는 규칙적인 금속 소리가 식탁을 채운다.
"맛 어때? 어릴 때 엄마도 할머니가 자주 해줬는데."
"응, 맛있어."
과장도 꾸밈도 없는 짧은 한마디지만 그 이상이 필요하지 않다. 아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간장 떡볶이를 만들던 엄마의 뒷모습이 겹친다.
행주로 냄비 손잡이를 잡던 손, 주걱으로 냄비를 뒤적이던 그녀의 손이 떠오른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엄마보다 조금 서툴지만
손끝에 남은 기억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마음이 음식의 온도를 결정하는지도 모르겠다.
접시를 깨끗하게 비운 뒤 물컵을 꺼내 마시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본다. 부엌 한가운데에 고요한 온도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