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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원 Apr 24. 2022

식은 피자 한 조각.

  엄마는 아침에 일어난다. 다른 식구들이 아직 단잠에 빠져있을 때, 엄마는 어제 남은 피자 몇 조각을 프라이팬에 구워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바나나와 우유를 믹서기에 갈아 바나나 쉐이크를 만든다. 자고 있던 식구들이 하나 둘 일어나 눈을 비비며 각자 오늘의 일과를 준비한다. 남편은 면도기로 깔끔하게 수염을 베어내고 와이셔츠를 입은 채 넥타이를 맨다. 자식들은 어제 미처 준비하지 못한 학교숙제를 호다닥 끝내 책가방에 밀어넣고, 그때 청소년답게 거울을 보며 한창 단장을 한다. 준비를 다 마친 식구들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엄마는 쉴 수가 없다. 밀린 집안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직장 가는 남편을 배웅하고, 아이를 학교에 차로 데려다 준다. 돌아온 그녀는 여전히 바쁘다. 설거지, 걸레질, 그리고 온갖 잡다한 집안일을 다 마치고 엄마는 드디어 식탁에 오롯이 앉는다. 그제야 온 몸에 힘을 다 풀고 늘어진 채로 편안히 앉는다. 그 순간 만큼은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는 온전한 그녀의 시간이다. 그리고 식탁에 남은 식어버린 피자 한 조각. 아이와 남편을 먹이고 남은 피자 한 조각을 그녀는 우적우적 입 안에 밀어 넣는다. 그 시절 엄마는 다 그랬다. 그 시절 엄마는 정말 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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