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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원 Oct 20. 2022

무력(無力)하세요.

무력할 때가 있습니다.

한 없이 거대한 무언가에 결국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는 무력감.

그런 무력감을 선사하는 무언가엔, 구태여 맞서 싸우기 보다 자포자기 한 채 차라리 굴복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부조리에 맞서 싸우기보다 무력할 것을 강요하는 게 오늘날 세상이니까요.

그런 세상 이치를 거스르며 맞서 싸우기에 우리는 너무 약한 존재입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 애초에 우리 존재 자체가 계란을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없을 수 정도로 하찮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굳이 말하자면 우린 병든 계란 쯤은 되지 않을까.

싸우지 마세요. 반항하지 마세요. 소리 높이지 마세요.

무릎 꿇고, 체념하며 그저 무력하세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서, 우린 다윗의 새총조차 될 수 없는 병든 계란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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