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을 찾는 나비가 풀숲 바로 앞 흙바닥에 앉았다. 풀잎은 흩날린 담뱃재 가루로 범벅이었다. 바닥에는 개수를 헤아릴 수 없는 담배꽁초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그곳은 아무도 없는 민통선 안, 어느 군부대 내 흡연장소였다.
병사 하나가 마지막 담배를 빨고 내쉰다. 왼 손가락으로 담배를 툭하고 튕기자 담배에 달려있던 담뱃재가 가루를 휘날리며 통째로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로 그 앞에는 나비가 있었다. 떨어진 담뱃재는 아직 열기가 남아있었다. 목이 떨어졌음에도 숨이 붙어있는 사람의 머리마냥, 담뱃대에서 떨어진 땅바닥 담뱃재는 앉아있는 나비를 향해 연기를 내뿜었다. 나비는 연기가 제 몸에 닿자 날개를 퍼덕였다. 그러나 나비는 담뱃재를 피해 날아가지 않았다. 독한 연기가 괴로운 듯 날개를 퍼덕이지만 날아가지 않는다. 자리를 지키며 담배연기를 맡고 있다. 처음에 격하게 움직이던 날갯짓이 점점 둔해졌다. 죽어가는 걸까. 그건 아니었다. 나비의 날갯짓은 둔해지고 느려졌지만, 펄럭. 펄럭. 일정한 패턴을 유지했다. 담배연기에 취한 듯 보였다. 사람도 아닌 생물이 담배의 맛을 알았다니, 웃긴 일이다.
펄럭. 펄럭. 담배연기를 잔뜩 들이마신 나비는 날아올라 흡연장 뒤편 산 풀숲으로 날아갔다. 고개를 돌려 나비를 향해 시선을 좇아보지만, 이미 나비는 풀속 깊숙이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 나비가 떠난 자리. 여전히 담배꽁초는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인간이 무심하게 털어낸 담뱃재는 풀잎들에 촘촘히 박힌 듯 도포되어 앉아있다. 담배꽁초 사이를 개미들은 부지런히 지나다니며 제 할 일을 하고 있고, 정체 모르는 근처 곤충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