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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Oct 30. 2024

소설집 『숨은그림찾기』출간


드디어 책이 나왔다. 소설로는 첫 작품집이다. 연구서나 이론서, 산문집은 단독으로 또 공저로 수십 권에 달하는 책을 출간했지만 소설집은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이상하게 긴장되고 설렌다. 약간 두려움도 있다. 기다리는 동안, 어느 땐 자신감이 들다가 또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벅차고 그러다 울렁거렸다. 책을 처음 내는 것도 아닌데 이런 묘한 기분의 근원지를 모르겠다. 아무튼, 기다리던 소설집이 나왔다. 


이십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쓴 작품들 중 아홉 편을 가려 뽑았다. 제목은 『숨은그림찾기』다. 사실 이 제목을 이십 년 전에 지어놓았다. 첫 소설집을 낼 때 사용하기로. 세월이 흐르면서 동일한 제목의 책이 많이 나왔다는 걸 최종 원고 수정할 때 알았다. 남들이 쓴 제목을 또 쓰는 게 약간 걸렸지만 그대로 진행했다. 오래전에 지어놓은 거라서 바꾸고 싶진 않았다. 이 무슨 고집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소설집 제목은 『숨은그림찾기』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좀 쑥스럽다. 하지만 스스로 자기를 홍보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할 수 없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권의 책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건 또 안 될 일이다. 홍보할 공간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브런치다. 할 수 있는 홍보가 카톡 프로필 바꾸기와 브런치에 알리기뿐이다. 개인적으로 말하는 게 어렵다. 그만큼 나는 내 책을 홍보하는 게 쑥스럽다. 지인들에게는 겨우 할 수 있는 게 근처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달라고 부탁한다. 길든 짧든 한 줄이라도 좋으니 리뷰까지. 아무튼, 이렇게 나는 내 책을 홍보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소설가. 소설가로 등단한 지 이십 년이 넘었는데 이제 첫 작품집을 출간한다. 소설을 배우고 쓰고 가르치며 산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긴장된다. 출판사 직원 외에 내 작품을 읽은 사람이 아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반응을 알 수 없다. 아무리 소설이 작가마다 달라 전형을 말할 수 없다 해도, 또 문제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라 해도, 소통이 되어야 한다. 그게 잘 되었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소설책을 출간하고 싶은 또 하나의 꿈을 이루었다. 


아들이 표지와 본문 삽화를 그려주었다. 강의에 바쁜 틈틈이 시간 내서 그렸기 때문에, 나는 모두 마음에 든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물론 비용은 지불하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아들 둔 덕을 이렇게나마 보고 있다. 요즘엔 표지나 삽화 보고도 책을 구매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출간할 때마다 아들은 전담 작가처럼 표지와 삽화를 책임져준다. 


긴장되든 어떻든 이제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이렇게 나의 분신 하나가 또 세상에 나왔으니 말이다. 그 분신이 세상을 헤엄쳐 다니며 몸집을 키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내 마음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닿을 수 있을까. 내면 깊은 곳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유들이 누군가에게 의미로 인식될 수 있을까. 의문투성이나 용기를 낸다. 아무튼, 나의 분신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기다리던 나의 첫 소설집이 지금 막 나왔다. 빵으로 치면 갓 구운. 따끈따끈. 말랑말랑. 어느 집 책꽂이에 꽂힐까 궁금하다. 내 사유 한 자락 살며시 다가가 스칠 수 있는 것도 인연이리라. 보이지 않는 독자에게 공연히 마음이 간다. 미소도 지어진다. 출간이 설레던 이유가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두려웠던 것도. 복합적인 감정들을 안고 아무튼, 첫 소설집을 내놓는다. 가만히, 세상에.      



'작가의 말' 중에서 


유난히 뜨거운 여름이었다. 고개를 내밀 듯하다 숨어버리는 내면의 나와 만나기 위해 뒤척이는 날은 더욱 뜨거움이 솟구쳤다. 세상에 하고 싶은 말, 아니 어쩌면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 발화하지 못한 채 가두었던 이야기, 오래 잠자고 있는 원고를 보며 먼지 털고 햇볕에 거풍하는 심정으로 마주했다. 그 사유들을, 구름이 깃들다 바람이 머물다 햇살이 헤적이다 간 후, 이렇게 내놓는다. 후련하다. 작품으로서 완결성을 떠나 또 다른 나와 만나는 시간이 되었으므로.     


쓰면서 만난 것은 ‘찾기’였다. 오래전부터 어렴풋한 기억, 사람, 사랑, 꿈, 정체성 등에 몰입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비로소 내가 추구하던 것의 실체가 선명해지기 시작했을 때 엷게 웃었다. 글쓰기를 통해 아는 것과 하고 싶은 말이 명징해지듯 나의 내면 모습이 명징해지는 듯했다.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시원했다. 둘러싸고 있는 모든 허울을 벗은 듯 가벼워졌다. 그 가벼움으로 서술한 소박한 이야기지만 쓰는 내내 뜨거웠다. 그 뜨거움이 일상에 들러붙은 삿된 생각을 태워버릴 수 있을까. 그래서 문학이 꿈꾸는 이상에 가닿을 수 있을까. 가당치 않을지라도 나는 그것을 꿈꾼다.     


원고를 마무리하고 난 후, 내 속에서 무언가 쑥 빠져버린 듯해 며칠 동안 앞으로 넘어질 것처럼 허전했다. 가슴이 아릿아릿하면 가만가만 나를 다독거렸다. 그러다 보니 뜨거운 여름이 가고 아침저녁으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유난히 긴 여름은 내 글을 익히느라, 날 여물게 하느라 그랬던 걸까. 덜 익거나 덜 여물어도 이대로 삶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름같이 지난한 시간을 견뎌서 그럴지 모른다.   

  

 보도자료 참고 :  https://prun21c.tistory.com/2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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