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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Jan 09. 2024

제품 양산

분식집 사장 A가 망한 후 알게 된 핵심 역량, 양산화 능력 

가족들에게는 천부적인 요리사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요리 실력이 뛰어난 A 씨는 당장 직장을 그만둬도 노후 문제는 없을 거란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A 씨는 자신만의 분식집을 오픈했습니다. 

오픈 전 시식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자주 만들어 먹던 떡볶이, 튀김은 맛있다는 극찬을 들었고, 이대로 라면 대박 식당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습니다. 

좋은 분위기는 딱 그때까지였습니다. 

손님이 몰려왔는데,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아쉬운 점심시간을 할애해 A 씨의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몇십 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식사에 크게 항의를 했고, 다시는 가게를 찾지 않았습니다.


속도를 내려고 해도, 한 번에 1~2인분 정도를 만들었던 A 씨는 도저히 음식의 간을 맞출 수 없었고, 시식회 때 만들었던 요리의 맛은 재현해 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좋은 재료만 써서 요리를 만들던 A 씨는 주변 음식 가격에 맞춰서 제시한 음식 가격으로는 원가를 낮추기 힘들었고, 그동안 구매 실적이 없었던 식자재 마트에서는 주문을 받아주지 않거나 주문을 해도 배달이 밀려서 제때 배송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박을 꿈꾸며 창업했던 식당을 몇 달 만에 문 닫은 A 씨는 요리에도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A 씨는 요리를 재미있어하고, 주변 평판이 좋을 정도로 실력도 있었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식당을 유지하는 데는 실패를 합니다. 왜일까요?


자동차 회사들이 모터쇼에 자신 있게 선보이는 슈퍼카들이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일까요?


양복점에서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맞추는 비용이 백화점에서 사는 양복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요?


테슬라가 철두철미하게 원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여서 생산 능력, 생산량을 증가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양산화가 되었느냐, 되지 않았느냐의 문제입니다.


양산 (量産)은 영어로 "Mass Production" 대량생산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양산은 동일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양산 능력을 갖췄다는 건 동일한 제품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로 적절한 시간 내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면 의미합니다. 


물건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시장에 팔 수 있을 정도로 가치를 가지고, 원가를 유지하면서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대기업은 뛰어난 양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A 씨도 사실 요리 실력으로는 누구에 뒤떨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양산화하는 능력이 떨어졌던 겁니다.


우선 대량으로 만들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해야 합니다. 

최고가 아니라도 됩니다. 

고객이 용납할 수 있는,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높은 가치, 높은 품질만 유지하면 됩니다.


이게 안된다면 소량으로 만들어 최고의 품질,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면 됩니다. 명품이나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하겠죠. 


적정한 시간 내에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고객을 한없이 기다리게 만들어선 안됩니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사람마다 기다리는 데 한계가 있고, 가게의 회전율이 높아야 매출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양산화된 제품은 미리 만들어 놓고, 고객에게 준비된 상품을 판매합니다. 

그렇게 하면 제품을 만드는 활동과 고객이 구매하는 활동을 디커플링 할 수 있으므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겠죠. 


양산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혼자서 제품을 뚝딱 만드는 것 같지만, 탄탄한 협력업체가 1, 2, 3차 포진해 있습니다.


대기업이 이들 기업을 먹여 살리는 것만으로 보이지만, 사실 탄탄한 공급망이 대기업을 떠받치는 형국입니다. 


어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 부품, 모듈 등을 하나의 기업이 모두 설계, 개발, 생산할 순 없습니다. 이런 경우 그것들 개별적으로 양산화를 해야 한다는 문제에 빠지게 됩니다.


그걸 위해서 투자하고, 이미 양산화한 기업에게 구매하는 것이, 설계 또는 생산을 의뢰하는 것이 훨씬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서, A 씨가 떡볶이를 만드는 데 최고의 떡볶이를 만든다고 케첩도 자기가 직접 만들고, 케첩에 들어갈 토마토도 직접 키우고, 떡도 만들고, 쌀도 키우고, 파도 키우고, 고추장도 담근다면... 과연 돈이 남을까요? 


소위 대기업 제품을 사야 할 때도 있고, 근처 떡집에서 싸게 떡을 구매할 수도 있고, 이렇게 분업화를 해야 원가를 낮출 수 있겠죠. (물론, 품질, 원가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료는 내재화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생산 능력도 키워야 합니다. 제품 하나를 만드는 것과 대량의 제품을 만드는 것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대량으로 만들기 편하게 작업 방식, 작업 도구, 재료를 표준화하고 제품 설계 자체를 양산화를 고려해서 진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매년 애플이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의 이익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지 산출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애플은 매력적인 아이폰을 만들었지만, 애플은 아이폰을 제대로 양산화를 했기 때문에 이익을 그렇게 높게 가져갈 수 있는 겁니다. 

즉, 애플은 물건을 많이 팔면 팔 수록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과거에 양산화 능력은 개도국에 넘겨야 하는 뒤떨어진 역량으로 생각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양산화 능력은 시장 가치를 높이고, 시장 가격을 낮추고, 기업의 이익을 높이는 핵심 역량입니다. 


Image by Niek Verlaa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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