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았던, 소멸해 가는 것에 대한 기록
익숙해져서 신경 쓰지 않고 살았지만 지금과 어린 시절을 비교하면 잃어버렸거나 특별하게 돼버린 것이 많습니다.
첫 번째, 골목길
제가 어린 시절엔 아파트에 사는 것이 부유하게 사는 척도인 적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단독 주택 또는 빌라에서 살았고,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골목길에서 이웃을 만나고 인사하고, 그 안에서 노는 것이 자연스러웠죠.
지금은 골목길 자체가 주말에 일부러 찾는 핫플레이스에서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되어 버린 느낌이죠. 그마저도 아파트가 선호되면서 점차 사라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흙 길, 텃밭
예전엔 주택 사이에 텃 밭도 있었고, 흙 길도 있었습니다. 텃밭에는 잠자리나 배추흰나비가 날아다녔고, 조금만 벗어나면 웅덩이나 개울에서 개구리, 올챙이, 물방개도 잡을 수 있었죠. 흙 길에서는 조금만 파보면 땅강아지가 찾을 수도 있었죠.
지금은 근처 공원을 가든, 외곽에 나가야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고, 집 근처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세 번째, 슈퍼, 문방구, 쌀가게, 구멍가게 등등
초등학교 반에서 조금 산다는 집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장사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슈퍼집 아들, 딸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죠. 집에 가면 먹을 것이 넘쳐서 자유롭게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슈퍼, 쌀가게, 구멍가게는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문방구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마다 다채롭던 간판들이 특색 있는 식당이 있어야만 볼 수 있고, 많은 부분인 비슷비슷한 간판만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낡아서 시대감을 느낄 수 있었던 간판은 지방에 가야 볼 수 있고, 그마저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간판으로 낡기 전에 바꾸니까 세월이 흐름을 느낄 수 없고 특색 없는 곳으로 변해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네 번째, 공중전화, 골목을 장식하던 물건 들
골목이 사라지고, 스마트폰 보급이 널리 되니 골목을 장식하던 소품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것인 공중전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오면 전화를 써야 할 때가 있는데 생각보다 공중전화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찾아도 동전이 없어서, 전화카드가 없어서,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몰라서 못 쓰게 되죠.
몇 가지 기억나는 것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만큼 도시화 속도가 빠른 곳은 드물다고 하죠.
도시화 속도가 빠른 것은 발전해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소중했던 기록을 버린다는 의미가 되기에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이젠 노후화 속도가 빠르다고 하니, 미래의 도시 모습은 어떻게 변해갈지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이 책은 서울부터 서울권, 수도권, 지방 도시까지 도시의 기록에 대한 책입니다.
담담하게 도시의 기록을 적고, 그에 대한 감상을 남깁니다.
그 안에서 잊고 있었던, 숨겨져 있던 감각을 일깨우는 건 독자의 몫입니다.
우린 앞으로 발전해 가는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습니다.
그 속에서 잃어버리는 것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남기고 오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하는 기회를 주는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